육아/우리 아이 책장 소개

[영국 초딩맘의 도서리뷰] 까칠한 아이 마음을 이해해주는 책, Sometimes I Just Won’t

옥포동 몽실언니 2022. 10. 18. 06:39

Sometimes I just won’t
나만의 분류: 감정, 아동심리, 유머,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최근 참 인상깊게 보고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번역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영어로는 딱 네 단어로 메세지가 전달되는데, 한국어로 저 뉘앙스를 전달하려니 참 어려워요.


책 표지가 참 이쁘죠? 눈길을 확 끕니다. 아이들 책은 일러스트와 표지 디자인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 저부터 저 표지, 저 강력한 제목 디자인에 이 책을 집어들었으니까요. 저 어린 아이의 범상치 않아 보이는 포스!


제목 소개: Sometimes I Just Won’t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후보 1. 때론 그냥 싫어요 -> 문장 안에 ‘싫다’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이렇게 번역해도 될지..
후보 2. 때론 그냥 그렇게 안 할 거예요 -> 간촐한 영어 문장에 비해 말이 좀 긴게 단점
후보 3. 그렇게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후보 4. 나도 내 맘을 몰라요 -> 완전 그냥 의역

이렇게 문학을 번역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전문 번역의 영역!

책의 내용이 너무 위트있는데, 그림도 범상치 않아서 책을 읽고 작가가 영국인이 맞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의외로(?) 옥스퍼드에서 공부를 한 분이라고 하네요. 아이의 마음을 위트있게 잘 표현해주는 책을 써서 상도 받고 그러셨다고 해요.

아래 그림에서 미끄럼틀을 타려고 뒤에 줄줄이 사탕처럼 줄 서 있는 아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 있는 주인공의 표정! ㅋㅋ 이 책 정말 마음에 들고, 저희 아이도 참 좋아했어요. 내용이 상상이 되시나요? 때론 나도 말 듣기 싫고, 해야 하는대로 행동하는 게 싫다고 하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때로는 자기 차례도 잘 기다리고, 추운 날 자기 외투도 스스로 잘 입는 착한 아이죠!


그렇지만 때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대요. 그냥 그러지 않는대요.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도 맛나게 먹고 더 달라고 하기 일쑤인 아이가 어떨 때는 똑같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음식을 다 자기 머리에 뒤집어 써버리는..!!!! 머리 위에 뒤집어쓴 밥 그릇, 머리에서 흘러 내리는 밥과 콩들, 어찌합니까!

싫은 걸 어쩌겠어요. 이유 따위도 없습니다. 잘 시간이 한참 되도 자기는 커녕 아랫층에 내려와버린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이가 이렇게 말을 해요.

자기도 사람이라고! 자기도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자기가 당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 당신은 그게 좋겠느냐고!

여기서 전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을 느낍니다. 아..!! 그래, 우리 잭과 뚱이도 사람이고, 자기 인생에, 자기 생활에 자기 결정을 존중받고 싶겠구나.. 우리 애들이 온종일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 나도 기분이 참 별로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이 아이도 실은 저기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대요.

이 책이 더더욱 재밌는 건, 삽화가 참 재밌어요. 영국 작가의 책은데도 앞서 아이가 쌀밥에 콩 올린 밥을 밥그릇에 담아 먹던 것도 흥미로운데, 아래 그림에서 보면 할머니 옆에 계신 분은 또 백인 영국인이 아닌 타 인종이에요. 저 나이에 꽃을 들고 사랑을 노래하는 모습, 그리고 아이의 엄마 아빠는 백인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할머니가 최근와서 데이트 중이거나 출산 후 만난 파트너라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장면은 다른 식사 그림에서도 계속 나타나요. 아이가 밥을 먹는데, 상차림이 일반적인 영국 가정의 식사 상차림이 아니에요. 스프링롤, 딤섬, 누들 요리를 두고 각자 라이스볼에 밥까지 먹고 있어요. 아시안 음식을 좋아하나 봅니다. 하하


말을 잘 들을 때도 있지만, 때론 그냥 그러기 싫고 그러지 않는 이 아이. 비오는 추운 날, 왠일로 외투까지 잘 입고 집을 나선다 했는데 밖에 나와서는 결국 제 코트를 집어 던져버리고 맨봄으로 비를 맞네요.


어떤 때는 세상에 없을 스윗하고 의젓한 아들이면서 어직도 자기가 내키지 않을 때는 두 살 동생보다 더 아이같이 구는 저희 첫째 잭은 이 책을 읽으며 좀 마음에 공감을 얻는 것 같아 보였어요.

제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며 저기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추운데 옷 안 입고, 차례 지켜야 하는 거 알지만 안 지키려 하고, 동생이랑 잘 놀 때도 있지만 안 놀 때도 있는) 아이를 보며 히죽거리고 웃고,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책에도 나 같은 아이가 있네?’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참 오랫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손에서 놓았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또 아이들 덕분에 이렇게 어린이 책을 읽으며 의외로 제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아이들의 엄마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체가 제 삶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