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 리셉션 학년을 다니고 있는 아들 때문에 어린이 책 읽기에 푹 빠진 몽실언니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요. 저희 아이들과 저와 남편 모두가 좋아합니다. 정말 예쁜 책이고, 내용도 정말 따뜻하고 좋아요.
제목에서처럼 여러 주제를 아우르고 있는데,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도움되는 주제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지 감탄하는 요즘입니다.
저희가 가는 도서관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면 다 왠만큼 인기있고 검증된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제목은 Luna Loves Art 로, “루나는 예술을 좋아해”입니다. 표지부터 색감이 예쁘고 루나도 정말 귀엽습니다~ 딱 봐도 예술을 참 좋아한다는 게 한눈에 보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루나네 학교에서 미술관으로 현장학습을 떠나서 생기는 일이에요.
루나의 엄마는 그 날 엄마 자원봉사자로 현장학습을 함께 가게 되는데, 이게 영국 학교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엄마들이 아이 현장학습이 도우미로 나설 수는 없는 상황. 엄마가 없는 아이도 있을 수 있고, 엄마와 같이 살지 않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죠.
미술관에 가서 기분이 좋은 루나와는 달리 바닥만 쳐다보는 핀(Finn)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는 아마 가정 환경도 루나와 다르고, 미술관에 온 것이 뭔가 어색하고 떨떠름하고 같이 어울릴 친구도 없어요.
이 책은 바로 이 두 친구가 미술을 매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미술관 현장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현장학습 당일 아침부터 미술관 관람 마무리까지의 단계를 보여주고, 미술관 안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도 나와요.
인상깊었던 점은 제가 책의 모든 페이지를 공유할 수는 없어서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현장학습을 떠나기 위해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들 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이도 그림에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는 친구를 특별하게 주제에 넣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일상에 항상 함께 있는 존재로 자연스럽게 어울어낸 게 좋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고른 것은 핀이 루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걸 통해 저희 잭에게도 이렇게 잘못 행동하면 상대방은 내 진짜 마음을 모르고 날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날 못 살게 군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우리 잭이 루나 입장이 되어서 친구 핀이 잭에게 이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느낄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루나가 그린을 그리고 있는 종이를 다 구겨버린 핀. 도우미로 따라온 엄마는 핀기 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고 핀의 행동에 감춰진 마음을 루나에게 알려주죠.
잠시 루 미술작품을 관람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같은 그림을 보고도 루나는 그저 해맑게 생각하고 이야기했지만 핀은 저 풀 속의 호랑이가 겉은 화가 났지만 속은 외롭고 무서우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실은 외롭고 집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 마음을 대입한 것일까요…
이후 가족의 모양을 한 조각을 보고 핀과 루나 엄마가 댜화를 나누죠. 핀은 저 조각의 모습은 가족의 모습이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가족은 그런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그러자 루나 엄마가 말해요. 어떤 가족은 그렇고 어떤 가족은 그렇지 않다고, 어떤 가족은 혈연관계지만 어떤 가족은 또 그렇지 않다고, 어떤 가족은 같이 살지만, 어떤 가족은 또 그렇지 않다고. 모든 예술 작품이 다 다른
것처럼 가족도 다 다르다고…
이 이야기를 하자 저희 잭도 학교에서 이혼이나 다양한 가족에 대해서 배웠는지 어떤 아이들은 엄마 아빠랑 따로 살고 아이들은 엄마랑 있다가 아빠랑 있다가 한다고 말을 해주네요.
생각해보니 잭이 두 달 후면 만으로 다섯살, 한국나이로는 석달 후면 일곱살인데 이혼이나 재혼, 입양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차차 그런 이야기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후 핀은 루나와 같이 그림도 그리며 가까워지고, 현장 학습은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미술관 기념품 가게로 와서 마무리가 됩니다.
미술관 기념품 가게에도 어린 아가를 안고 온 아줌마가 보이시나요? 저런 디테일.. 아기를 데리고 미술관에 온 엄마도 그려내는 디테일이 참 좋습니다. 샵 뒤로는 미술관 카페도 보입니다. 저도 한 때는 미술은 잘 몰라도 미술관을 둘러보고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기념품 가게에서 소소한 기념품을 사서 추억을 남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하고 저도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책!
현장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핀은 더이상 혼자가 아니네요. 옆 자리에는 루나가, 그리고 그 앞자리에 앉은 친구도 루나와 핀에게 합류하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림을 보면 책에서 나름 인종도 다양하게 그려내려 한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선생님을 흑인 선생님으로 그리고, 흑인 학생도 있고, 선생님 뒤에는 아시안으로 추정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인도계 친구가 안 보이는데 다른 페이지에는 있었는지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이 작가가 쓴 다른 책도 본 기억이 나서 이 책의 저자 조셉 코엘료를 찾아보니 2022년에 어린이 책 작가로 2년에 한번 준다고 하는 어린이월계관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유명한 작가이고, 한국에도 이 분의 책이 번역되서 출판되어 있네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 분이 한부모 가정 출신으로 다소 열악한 주거 지역에서 자란 분인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서 일을 했다고 하는 걸 보면 책을 참 좋아했나봅니다. 시를 좋아해서 시를 쓰고 아이들 책을 쓰는 분이라 하네요. 이 분의 백그라운드를 알고 나니 이 책에서 담으려 한 내용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침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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