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 데리고 같이 놀이터에 가고, 카페도 함께 가고,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고,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집에서 같이 놀고 떠들 수 있는 육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째를 키울 땐 동네에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나 홀로 아이 유모차 끌고 이리가고 저리가며 온종일 혼자 아이와 시간 보내며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할 남편만 목놓아 기다렸다.
생각해보면 그 때 난 혼자서 어떻게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모르겠다.
누구와 함께 지내보지 않아서, 육아 동지를 가져보지 않아서 육아동지가 주는 위안과 기쁨 자체를 몰랐더랬다.
고기 맛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박사과정 하면서 외롭게 힘든 시간 버티는 것에 익숙했던 덕분에 그 시간을 당연한 듯 생각하며 지낼 수 있었다.
2020년 아빙던에 육아동지가 생겼다!
첫째 아이가 두 돌 반이 되었을 무렵, 동네에 사는 한국인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이가 임신 중이었고, 나도 마침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 임산부와 친구가 되어 자주 왕래를 했다. 그이가 나보다 다섯달 빨리 여름에 출산을 했고 난 이듬해 초에 출산을 했다.
추웠던 날이 풀리고 아기가 스스로 앉기 시작할 무렵쯤부터 우린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코비드 탓인지, 덕분인지 첫째도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세 어린이는 자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 집에서, 놀이터에서, 그 아이 집에서, 각자 집의 가든에서, 또 가끔은 외곽에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육아동지가 되었고, 두 가족은 서로에게 동네에 유일한 한국인 가족이었다.
아빙던을 떠나 이사를 오기로 했을 때… 아빙던에 남겨질 내 육아동지 가족이 걱정됐다. 우린 새 지역으로 이사와서 적응할 때까지는 당분간 정신이 없을텐데, 남겨진 이는 떠난 이로 인한 적적함에 시달릴 게 걱정됐다. 옥스퍼드에 살면서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며 “남겨진 이”의 입장을 오랫동안 겼어본 나는 그 느낌과 기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카페, 길목을 돌면서도 먼저 떠나간 친구가 그리웁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사를 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사를 왔고 우리는 새 집에, 새 지역에, 새 동네에,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6개월이 흘렀다.
새로운 육아동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나 저제나 육아는 늘 제자리걸음 같다. 내 육아스킬이 좀 느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의 나를 보면 아직 멀었다. 혼자 사투하고 혼자 애 닳고 혼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렇게 온종일을 보내고 나면 저녁이면 외로움이 밀려든다.
내겐 왜 인간다운 삶이 없는가. 나는 도대체 몇 년째 내가 쉬하고 싶을 때 쉬 못 하고, 내가 x 누고 싶을 때 x도 못 누는가… 언제쯤 내 한몸 침대에 편히 뉘어 내 멋대로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보는가…
아이들과 함께 먹을 음식만 준비하다 보니 식사 메뉴도 늘 거기서 거기. 밥 하는 것도 지겹고, 맨날 먹는 음식도 지겹다. 난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시시때때로 먹을 걸 챙겨야 하는 것도 귀찮다.
이런 생각과 마음을 블로그로 털며 살 때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블로그 할 시간도 없다 보니 온갖 내 생각과 감정들이 너무 오래 내 안에만 머문다.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고, 공감 받고 싶고, 우리 신세가 우습다며 같이 너털웃음도 짓고 싶건만 그럴 만한 동지가 없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를 온종일 돌본지 어느새 7개월째…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다른 아이, 다른 어른도 함께 하며 같이 웃고 떠들고 놀이할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함께 할 동지가 없다.
큰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 아이 친구 엄마들이 생길 줄 알았다. 주위에서 많은 이들이 내게 그랬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구가 될 거라고.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우린 우리대로 두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고, 다른 많은 가족들도 부부가 맞벌이하며 온전히 자기들 힘으로 아이 하나, 둘, 혹은 셋을 키우느라 정신 없이 살고 있다. 다같이 정신이 없으니 픽업 드랍 때 여유롭게 서로 찔러보고 간(?) 보기도 힘들고, 따로 만나자고 약속 잡기도 힘들다.
언제라도 문득 “같이 애 데리고 놀이터 갈래?”, “시내 나갈 건데, 같이 가서 도서관도 가고 차도 한잔 할까?”, “날도 안 좋은데 같이 소프트플레이(키즈카페) 가서 아이들 좀 뛰어놀게 할까?”, “미역국 잔뜩 끓였는데 우리집에서 애들 밥 먹이고 집에서 놀게 할까?” 하고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같이 만나서 서로 육아하는 고충도 나누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도 함께 놀게 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네 친구. 그런 친구 어디 없을까…
친구야,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내가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는데… 어서 내게로 와, 친구하자!!! 같이 놀면 더 재밌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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