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초간단 중기 이유식 - 야채카레 편

옥포동 몽실언니 2018. 7. 27. 10:00

오늘 (7월 24일 화) 아침에는 전에 만들어 얼려둔 소고기표고죽을 먹였으나.. 선우의 반응은 이번에도 시큰둥. 

날이 너무 더워 아이도 입맛이 없나..  이유식만 안 먹는 게 아니라 우유도 별로 안 먹고 하루 종일 덜 먹는 날이었다. 

저녁에는 뭘 줘야 할까 망설이다가 냉동실에 있는 야채들을 익혀서 야채미음을 해줘야겠다고 생각.  흰쌀 미음 베이스는 얼려둔 게 있으니, 익힌 야채를 적당히 갈아서 해동한 미음과 섞어 주기로.  그리고 그 익힌 야채들에 카레가루를 풀어서 나와 틴틴은 야채카레를 먹는 걸로!

이건.. 날도 너무 덥고, 나도 입맛도 없고, 요리하기도 귀찮다 보니 고안해 낸 메뉴였다.  아이 이유식에 매일 생선이나, 소고기, 닭고기가 들어갔는데, 날이 너무 더우니 나도 고기가 별로 안 당기는데, 우리 아이라고 뭐 매번 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가끔은 그냥 야채만으로 가볍게 먹자 싶어서. 

영국은 냉동 식자재를 다양하게 판매한다.  냉동생선은 당연하고, 냉동 야채가 한국에 비해 아주 다양하고 값도 저렴, 품질도 괜찮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굳이 왜 냉동야채를 구입하나 했는데, 요리를 자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신선재료를 남겨서 버리게 되거나, 어떤 요리를 하려고 할 때 한두가지 재료가 부족해서 아쉬울 때가 있곤 하는데, 냉동야채를 비상으로 쟁여두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면 되니 이렇게 편리할 데가 없다.  아이를 낳고부터 우리는 냉동야채와 냉동생선은 항상 냉동실에 비축해두고 있다.

카레에 사용한 것은 냉동실에 있던 바로 아래의 유기농 모듬야채당근, 가든콩, 스위트콘, 브로콜리가 750g 들어있고 가격은 2.69파운드, 약 4천원 정도?  카레에 양파가 빠질 수 없다 싶어 양파도 하나 썰어 함께 넣었고,  냉동 시금치도 세 덩어리 넣어주었다 (500g에 1.75 파운드, 약 2500원).

아래의 것이 바로 냉동 시금치.  유기농인데다가 양도 많은데 가격이 저렴하고 따로 손질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다.  참, 영국 마트에서 파는 시금치들은 모두 아기잎 작은 시금치라 한국처럼 길다란 시금치가 아니고, 한국시금치같은 덜큰하게 단 맛도 덜 하다. 

시금치를 넣은 이유는.. 아이에게 시금치를 먹이고 싶어서~  매번 당근, 감자, 브로콜리, 버섯, 양파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다양성 차원에서 시금치를 넣어보았다.  (실은.. 냉동실에 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양파도 달달 기름에 볶아 카레를 만들고 싶었으나, 아이 이유식을 생각해 그러지 않고 모든 재료를 한번에 넣고 재료가 적당히 물에 잠길 정도의 물을 넣고 끓여줬다.  적당히 썬 양파까지 다 함께.  그리고 재료가 다 익었을 때 일부를 덜어내어 푸드프로세서에 갈아줬다.  밥숟갈 하나 분량은 아이 미음에 섞고, 또 한 숟갈 분량은 내일도 한번 더 먹이려고 아래와 같이 컨테이너에 담아서 냉장고행.

그리고 나서 니더작센 장금이가 자그마치 한국에서 구입해서 독일로 들고 간 후 독일에서 영국으로 보내준 카레여왕 가루를 솔솔 뿌려주니 우리 부부가 먹을 카레 완성.  틴틴과 저녁으로 한그릇씩 뚝딱 먹고, 아래 요만큼이 남았다.  이건.. 내일 내 점심이 될 듯.

이유식 후기는? 

첨에는 안 먹다가 결국은 거의 다 먹었다. 두어숟갈 받아먹다가 안 먹고, 자꾸만 하이체어에서 빼달라고 하는 바람에 틴틴이 안고서 밥을 좀 먹다가, 안 되겠다 싶어 딸기 몇조각 주고 놀게 한 후, 다시 이유식 시도.  별 수를 다 써서 먹이기는 다 먹였다.  아이에게 이유식이 담긴 그릇을 보여주면서 떠 먹여주면 좀 더 잘 받아먹는 경향이 있다.  대신, 그 밥그릇에 자기 손을 집어넣어 이유식을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한다는 것..  그렇게 손, 얼굴 전체가 "엉망이 진창이"가 된다는 단점은 있으나, 그렇게 해주면 매번 밥을 잘 받아먹었던 것 같다.  오늘 포함.

이유식 먹이기 참 힘들다.  아이 밥 몇숟갈 먹이는데, 설거지가 한가득이 나오니.  사람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매일 겪고 느끼면서도 매일 놀란다. 

내일 아침에는 오늘 먹은 야채미음 한번 더 먹이고.. 저녁에는.. 또 뭘 먹이나..?  고민이네, 고민이야.  (우리 부부는 또 뭘 먹나.. 집에 반찬이라고는 다 떨어져가는 종갓집 김치 뿐인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