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인가.. 드디어 우리 부부에게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매일 평균 8시에서 8시반 사이에 자는 것이 안정화되면서 우리도 아이를 재운 후 약 30분에서 1시간, 어떤 때는 1시간 반 정도의 자유시간이 생긴 것이다.
'자유시간'이라 해 봐야 말만 자유시간이다. 남편 퇴근 후 우리 저녁을 먹으며 아이 이유식도 먹이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하느라 설거지 등 뒷정리를 다 못 하는 탓에, 집안 뒷정리에 어느정도 쓰고,
아이를 보며 저녁을 먹느라 저녁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몰라서 배 불리 밥을 먹고, 간식까지 챙겨먹었으면서도 (간식도 전투적으로, 또 약처럼 먹는다), 다시 2차 간식을 먹는데 쓰인다.
그래도 그렇게 집안 뒷정리와 2차 간식을 먹으면서 둘이 이야기도 조금 나누고, 각자 하고 싶은 일 (남편은 핸드폰으로 그날의 웹툰 보기, 나는 이렇게 블로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생겼다. 아, 나로서는 요즘 하루에 유일하게 차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요즘 우리에게 이런 여유가 다 생겼네!"
틴틴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놀라운 변화야, 그치?"
나도 그에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고 그 자유시간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제도 아이가 밤 11시에 한번, 2시 반, 3시반, 4시반에 깨는 바람에 나는 잠을 어떻게 잤나 모르겠다 (어제는 내가 밤당번을 서느라 나만 우리침실에서 아이와 자고 남편은 아기방에서 혼자 잤다). 오늘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나는 9시 반 전에는 취침에 들어야 하므로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긴장된 마음으로 시간을 체크한다.
어제 같은 경우는 틴틴과 둘이서 둘의 "어른시간"을 자축하며 1층 부엌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침실에 켜둔 베이비 모니터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으아아아앙"
틴틴이 먼저 뛰어올라갔다.
남편이 퇴근한 후에는 아이가 울면 최대한 틴틴이 먼저 가서 아이를 돌보는 편이다.
틴틴이 침실로 올라갔는데도 아이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그러더니 결국
"어엄~마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소리..
에고, 안되겠다 싶어 나도 얼른 하던 일 (블로깅 ㅋ)을 멈추고 랩탑을 닫고 바로 침실로 달려갔다.
내가 아이를 들어안으니 왠걸, 아이가 귀신같이 울음을 그친다.
"뭐야, 차별받는 느낌이 이런 건가? 내가 안아주고, 안고 서서 왔다 갔다 하고, 다 해도 울음을 안 그치더니, 몽실 네가 안으니 바로 그쳐버리네?!"
틴틴이 어이없어 한다.
나도 어이가 없다. 틴틴이 자기는 먼저 화장실 가서 양치하고 좀 씻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아이가 완전히 잠에 든 걸 확인하고 아이를 잠자리에 다시 눕힌 후 나도 화장실로 향했다.
"똑똑, 나도 들어가도 돼? 나도 양치할래!"
침실에 있는 화장실을 썼다가는 잭이 또 깰까봐 틴틴이 들어간 화장실에 나도 조인.
"응, 들어와. 먼저 해. 아니다, 시간 아낄 겸, 나도 지금 같이 양치해야겠다."
하며 틴틴도 칫솔을 챙겼다. 그러더니 틴틴 왈,
"굿 타이밍이었어, 몽실!"
"왜?"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나 응가하고 있었을거야! 하하하하!"
틴틴이 자기가 말하고도 너무 웃겼는지 아주 큰소리로 웃었다.
"으아아아아앙!!!!"
그 웃음 소리에 아이가 깨버렸다.
우린 둘이 마주보며 소리 내지 못하고 마구 웃었다.
"이게 뭐야!! 어휴, 틴틴 웃음 소리 때매 애가 또 깼잖아!!!"
이번엔 둘이 함께 침실로 달려갔다.
아이가 울면서 몸을 뒤척이다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다. 그야말로 웃픈 상황!
우리 부부 둘만의 "어른시간"에 가진 우리의 대화에 아이가 깨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래도 이런 시간과 여유가 생긴 것 자체가 큰 변화라면 변화이다. 비록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이 여유가 있을 때 즐기는 중!
우리 아가, 고마워!! 무럭무럭 자라줘서, 또 엄마의 블로그에 이렇게 재미난 소재가 되어줘서!
9시 반이다. 얼른 가서 자야겠다! 모두 굿나잇!
(사진: 겨울을 앞두고 성당언니에게 피에릭의 모자를 물려받고 인증샷 ^^ 역시, 물려받은 물건들은 너무 이쁘고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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