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아이 낮잠 재우는 일로 고민인 부모님들께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24. 06:59

아이 낮잠 재우는 일로 힘드신가요?  여기, 바로 그런 사람이 또 하나 있습니다!! 

저에게 지난 10개월 반 동안의 육아 중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첫째가 아이를 재우는 일, 둘째가 아이를 먹이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아이를 먹이는 일 (수유와 이유식)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전에도 간단히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 어려움은 전보다 덜 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이 낮잠 재우는 일은 시종일관 계속해서 참 힘이 듭니다. 

저희 아이는 생후 1-2개월 신생아 때를 제외하고는 늘 낮잠도 짧고, 밤에도 자주 깨는 아이였어요.  배앓이로 인해 생후 5-6개월까지도 한밤중에 깨서는 똥을 쌌지요.  요즘 들어서는 밤똥도 없고 밤잠도 좀 길어졌는데, 낮잠은 시종일관 참 짧은 편인데다 잠귀도 밝고 예민해서 아주 쉽게 깨는 편이에요.  게다가 몇달전부터는 낮잠을 잘 때면 엄마 젖을 문채로 젖을 쪽쪽 입에 문채로 자려고 해서 그게 또 아주 곤욕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젖을 물리지 않고서라면 포대기로 등에 업어줘야 잠을 잡니다.  유모차로 끌고 나가도 자기는 하지만, 아이가 나이 (?)가 들면서 유모차로 밖에 나가도 잠 안 자고 버티는 힘이 더 커진데다, 요즘 날이 추워지다 보니 유모차로 밖에서 재우는 게 좀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요즘은 유모차로는 잘 재우지 않고 있어요. 

웃긴 것은 업거나/젖을 물고 자는 것은 저와 있을 때만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빠와 단 둘이 있을 때면 젖을 주지도 않고, 업어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분유도 받아먹고 (제가 있으면 절대 분유를 먹으려 하지 않아요), 바닥에 누워서 뒹굴뒹굴 하거나 잠시 울다가 스스로 잠 듭니다.  그러나 제가 있으면 절대 그러지 않아요..ㅠㅠ  딱 자기 누울자리 봐가며 눕는거죠~

그 바람에 요즘은 밤마다 아이 아빠 혼자서만 아이를 재웁니다.  틴틴과 함께 둘이서 아이 목욕을 시키고 옷도 입히고 수유도 해요.  그러다 아이가 젖을 잘 빨지 않고 그냥 물고 쪽쪽 거리기만 한다 싶으면 틴틴에게 아이를 넘기고 저는 침실을 떠납니다.  제가 침실에 함께 있으면 제 젖을 문채 10분 이상은 젖을 빨기만 할 아이가, 제가 방을 나갔다 하면 1-2분간 울다가 (엄마, 돌아와!! 하는 외침 같아요) 이내 분유를 좀 먹고 (제가 있으면 절대 안 먹어요!) 스스로 뒹굴뒹굴, 뒤척뒤척 하다가 잠에 드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하지요.  틴틴은 틴틴대로 편하고 (애가 스스로 자니), 저는 저대로 편해졌어요 (틴틴이 아이를 재우니).  대신 제가 아이를 틴틴에게 넘기는 순간부터 아이는 집이 떠나가라 오열을 하는데, 요즘은 목욕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곧 방을 떠날 거라는 것을 아는지 저에게만 꼭 붙어있으려 해요.  학습효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저희 아이는 보통 하루에 2번 낮잠을 자는 편이에요.  가끔 한번만 잘 때도 있어요.  그런데 하루에 한번을 자건, 두번을 자건, 보통 평균 총 낮잠 시간이 두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ㅠ 보통 오전에 1시간, 오후에 30분 정도만 잘 때도 있고, 오전에 30분, 오후에 1시간을 잘 때도 있고, 하루에 한번 한시간 반 정도를 잘 때도 있구요.  가끔 오전에 1시간, 오후에도 1시간 잘 때도 있어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죠. 

그 한시간씩의 낮잠을 바닥에 누워자면 얼마나 좋을까요?!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와 있는 평일에 아이가 바닥에 누워 낮잠을 잔 일은.. 지난 3개월간.. 총 3번 정도 되려나요?  ㅠㅠ 이런 식이니, 저는 아이가 잘 때 이유식을 만들거나 제 밥을 먹거나 볼일을 보거나 할 수가 없습니다. ㅠ 

하루에 딱 한번만 자도 좋으니, 그 낮잠을 누워서 자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늦게라도 눕혀서 재우는 수면교육을 해보려 여러번 애썼지만 저는 매번 실패했어요.  저희 아이는 워낙 덩치도 크고 (4개월부터 10킬로, 그 뒤로 죽 12.5킬로 유지), 그러다보니 목소리도 크고, 울음소리도 엄청 납니다.  그 덩치로 저에게 마구마구 안기며 엉엉 울어대면.. 저 혼자 감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포기했어요.  크면 너도 결국은 누워서 자겠지..하고 조금만 더 참자 하고 버티고 있어요.  돌 지나고 말귀를 좀 더 알아듣는 나이가 되면, 그 때는 말로 잘 어루고 달래면 누워 자지 않을까...하고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지요.

도대체 이렇게 업히거나/젖물고서만 자는 아이는 어떻게 잘까 궁금하신가요?  바로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업혀자고,

또 업혀 잡니다.  아유, 귀여워!!  저희 애지만 ㅋㅋ너무 귀여워요! ㅋ

요즘 들어 이렇게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질 때가 많아요.  그럼 제가 등을 앞으로 굽혀주면 고개가 제 등으로 기대어집니다.

바로 이렇게~

얼마 전부터는 아이를 소파에서 재운 후 아이를 안은채 저도 소파에 함께 누워있으며 쉴 수가 있었어요.  아래처럼 말이죠!

아이가 저를 누르니 좀 묵직하긴 해도, 그래도 따끈따끈하고 무거운 이불을 덮었다 생각하며 아이의 심장박동과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도 잠이 솔솔 와서 저 상태로 함께 잠들곤 한답니다.   이 소파가 리클라이너 소파인데, 최근 아이를 재우는데 아주 잘 활용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렇게 자다가도 저희 아이는 한 30분만 자면 잠이 깨서 이내 엄마 젖을 찾습니다. ㅠㅠ 그럼 결국 아래처럼 젖을 물린채 재우게 되죠.  아이를 깨게 냅두드니 그냥 젖을 물리고 아이를 재우는 게 낫다 싶어 그러게 되더라구요. ㅠ

이렇게 안겨 자다가도,

꼭 중간에 깨면 결국 또 젖을 물고서야 다시 잠에 드니 원..

아주 가끔 이렇게 누운 채로 잔 적도 있는데, 그러다가도 곧 깨면 결국 또 젖을 찾는답니다. ㅠ

습관이 이렇게나 무서운 건가봐요.  이렇게 이 젖물기가 습관이 될 줄이야 ㅠㅠ 정말 몰랐어요. ㅠ 둘째를 갖고 키울 수 있는 행운이 저희에게 온다면.. 둘째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요. 

오늘 오후에도 아이가 너무 징징대며 저에게 계속 안기려 해서 결국 등에 업고야 말았어요.  업어주자 마자 팔다리를 휘둘러대며 좋아하다가 낑낑 대며 등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몇번 치더니 결국 얼굴을 제 등에 기대며 잠의 세상으로 슬쩍 건너가려는 중..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니 아이가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네요. 

허나, 엄마 등에 업힌 채로 잠에게 이기긴 쉽지 않죠.  결국 눈이 스르륵...

하더니 완전히 잠들었습니다!

나중엔 입까지 헤~하고 벌리구서요.  저는 저렇게 아이를 업은 채로 괴팅엔 도리님의 '도리'에 대한 논문을 읽었다는 후문이..

종이로 출력해서 볼펜으로 노트를 하다 보니 그 볼펜으로 노트하는 소리에 아이가 움찔움찔~ 그래도 아이의 낮잠 덕분에 잠시라도 제 일을 하는 시간을 가져서 다행스런 하루였습니다.  아이를 눕혀놓고 느긋이 앉아서 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더라면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해서 도리님의 논문에는 집중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어요..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습니다. 

아이 낮잠으로 인해 고민인 육아동지 여러분, 이 영국땅에서 지극히 한국적으로 아이를 업고 재우는 아낙, 몽실언니도 있으니, 모두 함께 힘내시기 바랄게요!  우리에게도 곧 좋은 날이 오겠지요!  암, 그렇고 말구요! (그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