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0개월 2주 계단을 오르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23. 06:04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제가 몇달 전 '월수금'에는 무조건 글을 올리겠노라 다짐하고 꾸준히 그렇게 해 온 것 같은데 오늘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첫 날이에요.  영국시간으로 하자면 지금 이 시간도 월요일이므로 지금이라도 글을 쓰고 있으니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아니지만 한국 시간으로 치면 지금은 이미 화요일이라.. 약속을 못 지킨 것이죠.  

지난 주말에는 아무 약속 없이 저희 가족끼리 조용하게 시간 보내며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는 시간이었는데, 밀린 집안일은 왜 이리 많으며, 저는 주말 알바까지 해야 하다 보니 여유롭게 보내려고 계획했던 주말이 아주 바쁜 주말이 되어버렸어요.  그 바람에 밤 12시까지 일을 하다 자느라 블로그에 올릴 글은 쓰지도 못했답니다. ㅠ 혹시라도 새 글을 기대하고 월요일에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이 새 글이 없어서 실망하고 가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정신이 없어서 아이 사진도 많이 찍지 못하고, 아이 동영상도 잘 촬영하지 못해요.  정신없이 시간이 가서 정신차려 보면 저녁이 되어 있고 아이는 이미 자고 있더라구요. 

그러다 오늘은 신경써서 아이의 새로운 발달에 대한 동영상을 찍어보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희 아이의 계단오르기 신공!  지난주부터 새롭게 장착한 신기술이지요!

영국 집들은 주택의 경우 단층 방갈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층 이상의 구조라서 집 안에 계단이 있습니다.  1층에는 거실과 부엌만 있고, 2층에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형식인데요.  간단히 말해 평면은 좁으면서 위로 높은 구조이죠.  물론 평면도 넓은 집도 많이 있겠지만..저희 집은 그런 집은 아니예요.  어쨌든, 그렇게 집 안에 계단이 있다보니 아이에게 거실 밖의 계단을 스스로 오르게 해 준 적이 없다가 지난주에 계단에 대한 봉인을 드디어 해제!  그랬더니 아이가 계단을 쑥쑥 스스럼없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저와 남편의 몸을 타넘고, 저희의 낮은 침대를 오르내리며 연마한 기술의 응용편인 것 같았어요.  

혹시라도 아이가 뒤로 미끌어질까봐 항상 아이 뒤에 바짝 붙어있었는데, 오늘은 영상도 찍을겸 조금 뒤에서 바라봤어요.  아니나다를까 한번은 미끌어질뻔한 순간이 있었으나 (아래 동영상 10초 부근) 한층을 큰 무리없이 잘 올라가냅니다.  힘겨운 등산 끝에 33초 부근에서 윗층에 놓여진 청소기를 발견, 저희 아이는 신기한 소리를 내지릅니다!  "와~ 내가 좋아하는 청소기 여기 있었네!" 하구요~ ^^ 

이 영상을 찍은 당시의 상황은 바로 이러했습니다.  아이와 계단오르기 직전, 저는 1층 거실과 부엌을 청소기로 청소하고 아이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며 계단과 2층 난간과 방까지 청소를 했어요.  가장구석방까지 청소를 하기에는 케이블이 너무 짧았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가서 아이를 거기에 내려둔 후 케이블을 뽑아서 윗층에 갖다 올려놓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아이를 데리고 다시 2층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영국 집이.. 복층이라 어린 아이와 함께 살기에는 이렇게 불편합니다. ㅠ 

그래도 그 덕에 청소기를 발견한 기쁨을 표현하는 저희 아이의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기쁘네요. 

영상을 찍을 때는 아이가 왜 갑자기 희안한 소리를 내는지 몰랐는데, 남편과 함께 오늘 찍은 영상을 돌려보다 보니 이게 청소기를 발견하고 좋아서 내지른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참.. 신기해요.  어린 아이고 말을 아직 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서 아이가 의사표현을 하고 있더라구요.

귀여운 우리 아기.  아이가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자라고, 귀여움도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아요.  아이의 손도 정말 많이 커지고, 발도 정말 많이 커졌지만, 오늘의 이 손과 발은 이 아이의 남은 인생 중에 가장 작은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손과 발이 얼마나 더 귀엽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육아는 힘들지만, 다른 데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육아를 할 수 있음에, 그래서 이 경험을 해 볼 수 있음에 참 감사해집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셨을 여러 육아동지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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