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생후 10개월 발달사항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27. 05:23

저희 아이는 오늘로 생후 10개월 하고 17일에 접어들었습니다.  드디어 엄마 뱃속에 있던 시간보다 세상에 나와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졌네요.

남편과 둘이서만 육아를 하면서 힘든 순간이 정말 많았는데, 그럭저럭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벌써 10개월 하고도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몽실: "우리 둘이서 이만큼이나 해냈다.. 놀라워!"

틴틴: "그러게 말이야.."

저희 부부는 오늘 저녁 저희 둘의 노고에 대해 함께 치하하기도 했답니다. :D

이렇게 찾아온 생후 10개월.  저희 아이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요?

사실 생후 9개월이 넘어가고, 아이 스스로 조금씩 설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그렇게 눈에 띄는 발달사항이 많지는 않습니다.  8-9개월까지는 굉장한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더니, 이제는 새로운 발달사항이 나타나는 속도는 조금씩 더뎌지면서, 이미 습득한 여러 기술들을 조금 세분화해가고 정교화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집어넣는" 행동을 시작하다

가령, 요즘들어 아이에게 나타난 것은 물건의 위치를 옮기고 어딘가로 집어넣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물건을 그냥 마구잡이로 던지고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갖고 A박스에서 B박스로 옮긴다든지,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특정 공간에 집어넣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늘상 집어던지고, 통에 든 것을 모두 뒤집어 엎는 행동만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집어넣는" 행동을 한 날 찍은 동영상이 바로 아래 동영상입니다.  그릇에 든 튀밥을 모두 바닥에 뿌리고선, 바닥의 튀밥을 주워서 다시 통에 한두개씩 넣더라구요!

영상에는 없지만, 갖고 놀던 나무 블록도 상자에 집어넣기도 하구요. 

이런 행동이 가능해지자, 어떤 물건을 저희에게 "주는 행위"도 가능해지고 있어요.  가령, 자기가 먹던 블루베리를 우리 입에 집어넣어 준다든지, 저희 손에 놓아준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일어서기" 능력이 더 좋아지다

요 며칠 사이에 아이 키도 좀 더 자란 것 같고, 아이의 일어서는 능력은 더 좋아졌어요.  전보다 더 쉽게 일어서고, 앉을 때는 아무 것도 잡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럽게 앉고 있어요.  요즘은 계단을 올라가서 2층 계단 난간을 잡고 서서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있어요. 

저 난간을 잡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신이 나서 흔들어대면, 저 나무 난간이 빠지거나 부러지기라도 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면서, 저 틈 사이로 아이 팔이나 발이 빠질까봐 저는 노심초사 하며 지켜보지요.  확실히 이전보다 아이가 더 "자신있게" 앉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음식을 먹고 삼키는 능력이 좋아지다

이건 저희 아이만 해당하는 사항일 수도 있는데, 저희 아이는 조금이라도 건더기가 있는 것을 먹으면 사래가 정말 쉽게 잘 들렸어요.  목에 걸려서 캑캑거리는 횟수도 정말 잦았구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과일이나 이유식을 먹을 때 목에 걸리는 일이 확실히 좀 줄어든 느낌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전보다는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과일과 이유식을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애착

주양육자- 저희 집의 경우 엄마인 저-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한두달 된 일인 것 같기는 한데, 요즘은 좀 더 안정적으로 엄마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팔이나 다리를 엄마에게 걸쳐두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저희 아이입니다. 

요즘은 저녁마다 틴틴 혼자서 아이를 재우고 있는데 (제가 있으면 계속 젖을 물고만 있으려고 해서), 처음에는 제가 침실에서 나가면 목을 놓아 울던 아이가, 이제는 제가 방을 나가도 울지 않아요.  늘 엄마가 나간다는 것을 알고, 저녁에는 나가지만 새벽에는 엄마가 다시 자기 옆에 와서 젖도 주고 함께 누워자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타 발달사항

- 신체능력 향상:  아이의 기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요.  순식간에 아이가 이동하는 통에 아이를 감시(?)하느라 하루 종일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게다가 시력도 정말 좋아지고, 손놀림도 좋아졌어요.  방바닥에 아주 조그만한 실밥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그걸 손으로 주워서 입으로 가져가려 하는 통에 아침 저녁으로 청소하느라 매우 바빠졌습니다. 

- 의사표현 능력이 좋아졌어요.  이유식을 먹을 때 더 달라고 손을 쭉쭉 내밀기도 하고, 함께 놀고 싶을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 앞으로 가서 저희를 지긋이 바라보며 같이 놀자고 신호를 보냅니다 (저희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요. ^^).  물론 싫은 것에 대한 의사표현도 매우 강해져서 몸을 뒤틀고 젖히며 고집부리고 소리지르고 울기도 하구요. 

- 신체적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있어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집고 싶어서 발 뒤꿈치를 한껏 높여 손을 내 뻗기는 것은 물론, 식탁 의자 아래로 들어가면 높이가 낮아서 머리를 부딪히곤 했는데 이제는 식탁 의자 아래에서는 몸을 최대한 낮춰서 머리부터 빠져나오는 (낮은 포복 자세) 놀라운 모습을 보입니다.  몇번 부딪히더니 요령이 생겼나봐요.  

- 언어의 발화는 여전히 더디지만 이해력은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 빨래 할거야~ 빨래!" 하면 아이가 알아듣는지 세탁기 쪽으로 신이나서 기어옵니다.  "목욕하자!"고 하면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를 들어서 아는 것이겠지만) 욕실 쪽으로 재빨리 기어갑니다.  말로 하는 표현은 "엄마", "맘마" 정도의 소리를 마구잡이로 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가끔 "아바아~"도 하고 "아..." "아..." 하는 소리를 많이 내고 있어요.  며칠전 저희집 거실에 아마존 에코를 설치했는데, 아마존 에코에게 저와 남편이 시도때도 없이 "알렉사~ 아기 음악 틀어줘~" "알렉사~ 방에 불 꺼줘/켜줘~" 하며 말을 해서 그런가 아이도 "아~", "아~"하는 소리를 자주 내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 다음으로 하게 되는 말이 '알렉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지요. ^^

* * * 

요즘은 아이 기동력이 더욱 좋아진 만큼 아이에게서 한눈을 팔 수가 없어요.  사실 며칠전 정말.. 1-2초 한눈 판 사이에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질 뻔 (2-3계단은 떨어졌다는 ㅠ) 한 적이 있어서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는 횟수도 더 줄어들고, 하루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른채 지나가게 되요.  이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11개월이 되고, 곧 돌도 되겠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우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꾸역꾸역 글을 올리고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이제 주말입니다.  모두들 편안하고 느긋한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저는 다음주에 다시 저희 귀여운 아이 소식과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