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아빙던에 찾아온 가을, 그리고 가을 남자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25. 04:55

안녕하세요!  영국사는 몽실언니입니다. 

며칠전 아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고 사진을 몇장 찍어왔어요. 

이번 가을은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맞이하는 첫 가을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가을'이라, 아주 특별한 가을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봄도, 여름도 우리 아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봄과 여름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어렸던 데다 저와 틴틴도 "부모되기"에 적응하느라 그 의미를 충분히 되새기지 못한 채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을은 더더욱 특별합니다.  

저희가 사는 아빙던은 옥스퍼드에서 남쪽으로 약 10킬로 정도 떨어진 곳이에요.  서울의 생활권을 생각하면 고대에서 연대까지의 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지만, 이곳은 옥스퍼드에 비해 훨씬 작은 도시이면서 많이 시골스러운 곳입니다.  

익숙했던 옥스퍼드를 떠나며 아빙던에 정착하기로 한 것은 남편 직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곳의 자연환경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15-20분만 걸으면 이곳 사진에 나오는 널찍한 Abingdon Abbey Garden 이거든요!

영국은 계절이 둘 뿐입니다.  여름과 겨울.  사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있지만 여름만 빼고는 나머지 계절은 항상 비와 바람이 강하면서 스산하게 추운 날씨가 지속됩니다.  해가 지고 뜨는 시간만 좀 달라진다 뿐이지, 늘 10월 말부터 3월 말까지는 겨울 코트 한벌로 살아가게 되는 날씨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런 유모차 덮개는 필수입니다.  저희는 지인에게 유모차와 각종 악세서리를 중고로 구입하면서 이 귀한 한국산 유모차 덮개도 함께 얻었어요.  요즘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죠! 

이렇게 뚜껑을 열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더라구요.  게다가 아이가 이 덮개 안에 들어가면 아주 신이나서 좋아해요.  새로운 작은 집 안에 들어온 느낌인가봐요. 

유모차 주변에 떨어져 있는 짙은 낙엽들이 가을을 느끼게끔 합니다. 

평일 오전이기도 했고, 날씨도 이러니 공원도 아주 한적하네요.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대부분 이렇게 한적한 편이에요.  이 아빙던은 인구 자체가 아주 적으니까요.  

바람이 너무 불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무를 올라타고 있는 다람쥐를 만났어요.  이 회색 다람쥐들이 엄청 많은데, 워낙 사람들과 함께 지내서 그런가 사람들을 아주 무서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도망가버리죠.  이 날은 운 좋게 나무를 오르는 다람쥐 사진을 캐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왼쪽, 오른쪽 두마리나!

독일 괴팅엔 유학생 블로그 (지루한 천국 괴팅엔)에 요며칠 독일의 가을날씨에 대한 글이 시리즈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독일의 스산한 날씨에 모두들 겨울이 온다는 것을 직감하고 겨울맞이를 시작하는 모양이더라구요.  그러나 그런 날씨가 이곳 영국에서는 너무나 흔한 가을/겨울 날씨입니다. 

이날도 날이 흐려서 사진이 잘 안 나와서 인위적으로 조정해서 겨우 색감이 드러나게 찍은 거였어요.  이 좋은 공원도 해가 없는 영국 날씨에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스산한 느낌입니다.

이건 그저께 점심 시간에 집으로 점심 먹으러 오기로 한 틴틴을 마중나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틴틴의 회사 앞은 완연한 가을이더라구요.  그 뒤의 흐린 하늘.. 저건 영국에서 너무 흔한 평범한 사진입니다.  비 안오면 그나마 날씨가 좋은 거라 말 하곤 하지요.

이렇게 저희가 사는 아빙던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 때는 혹시라도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바람에 날려온 무언가에 부딪혀 다치기라도 할까봐 외출을 자제하게 되요.  예전에 저는 바람에 부서져서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어깨를 맞아서 며칠 팔을 제대로 못 쓴 적이 있어요!  지금은 아이까지 있다보니 바람 부는 날씨에는 외출하기가 더더욱 조심스러워요.  그 바람에 가을이 오는지, 겨울이 오는지, 눈으로 보고 느낄 겨를이 없었답니다.  그래도 며칠전의 외출 덕에 이렇게 낙엽 위에서 우리 잭 사진도 찍고, 틴틴과 잭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 가을에도 저희 아이는 매일 매일 부지런히 쑥쑥 자라며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도 제 할 일을 하느라 참 바쁜 요즘입니다.  그래도 가을이 왔으니 가을을 맞아 독서도 하고, 사색도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모두들 건강한 가을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