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타향 육아 2개월, 나도 좀 삽시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2. 7. 20:48

아기에게 띄우는 편지인듯 싶지만 나에게 쓰는 하소연 일기. 

제목: 나도 좀 살자.

아기야.  엄마도 좀 살자.  하루 10분만.  딱 10분만이라도 엄마의 시간이 있으면 좋겠구나. 

엄마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오늘부터 엄마는 딱 10분만은 엄마만의 시간을 가져야겠어.  타이밍을 잘 봐야겠지?  

니가 감기에 걸리니, 너를 보살피느라 엄마도 이렇게 병이 나고, 덩달아 아빠까지 아프니.. 엄마는 다시 너와 아빠를 챙기게 되는데.. 엄마도 아프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또 마음이 아파. 

이렇게 옆에 와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영국 땅에서 엄마랑 아빠 둘이서 처음으로 해보는 육아를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  이건.. 엄마 아빠가 잘 하게끔 타고 나서 잘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나 서툴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애를 써서 해나가 보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야.  정말 잘 하고 있는건지, 너무 우리 멋대로 하고 있는건지.. 그것도 사실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 맞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단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너의 숨소리만 들어도 엄마는 잠이 잘 들지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잠인데 요즘은 더 부족하니 엄마도 이젠..좀 힘들다는 앓는 소리가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엄마가 생각한 것이 하루 10분 "Me Time".  딱 10분만.. 니가 혼자 노는 시간, 혹은 니가 자는 시간에.. 엄마도 엄마 하고 싶은 일을 할게.  엄마를 즐겁게 해주는 일.  물론 그 10분이 없어서 그것도 못 하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니가 잘 때는 엄마도 좀 쉬어야 하고.. 뭐든.. 다 네 위주로 하다보니.. 한 인간으로서의 엄마의 존재가 너무 옅어져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아.  그렇게 심하게 안 좋은 건 아닌 거 같은데.. 출산 후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가끔 엄마도 모르게 울컥울컥 올라올 때가 있어.  엄마의 의지와 상관없이..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도 그 감정에 휩싸이게 돼.  그럼 그 감정에 힘들고, 엄마가 힘들면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빠가 마음이 아프고.. 그러니 이런 일이 최대한 적게 생길 수 있도록 이제 엄마가 짧더라도 반드시 "Me Time"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겠어.  이런 엄마 마음 이해하겠지?

---- 앗.. 잠깐..

방금 Youtube로 "아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해서 가장 위에 뜨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더니.. 우리 아기가 마법처럼 잠들었다.  이 재생목록의 설명을 보니 '태교음악'이라고.. ㅋㅋ 뭐여.. 어쨌든 예민한 우리 아기를 고요하게 해주니 이렇게 고마울데가!  배앓이가 심해서 잠을 잘 못 자는 아기, 감기에 걸려서 잠을 보채는 아기에게 들려줄 음악을 찾으시는 분들, 한번 시도해보세요. (링크: https://youtu.be/TuO71WKgV04 ) 참고로, 이 음악을 업로드한 사람과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지금 막 이 음악의 효과에 깜놀한 죄밖에는.. ㅋ 그리고 사실 이런 음악을 아이에게 거의 들려줘본 적이 없어서 이런 음악의 효능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이 효과에 더욱 깜짝놀란 죄밖에는.. ^^

앗.. 그러나.. 영아 배앓이 (영아산통) 앞에 장사없는 듯.. 음악에 잠시 잠시 졸음에는 빠지지만 여전히 괴성을 내지르며 배를 아파하는 우리 아이.. 아이야, 엄마 10분 넘었어.  자, 이제 다시 육아월드, 너와 함께 하는 세상으로 돌아갈게.  (사실 지금 아기 침대 바로 옆임 ㅋ) 

이렇게라도 토로해야.. 엄마도 살겠다.  나도 좀 살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