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출산 9주 5일 3분 달리기 성공!

옥포동 몽실언니 2018. 2. 15. 21:58

오늘로 출산한지 9주하고도 5일이란다. (이건 앱이 매일 알려줌 ㅋ)

오늘의 산책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30분이 목표. 

요 며칠 답답한 마음 때문인지 탁 트인 강과 벌판을 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시내 다리 앞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 하는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둘 모두 쉽지 않은 일.  다리까지 다녀오기에는 30분이라는 시간도 다소 빠듯하니 차 한잔의 여유는 여전히 언감생신. 

오늘 아침에는 큰 맘 먹고 집을 나서자 마자 가볍게 달려보았다.  몇주 전에는 10미터 달리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주 들어 매일 조금씩 빠르게 걸으면서 1-2분 정도는 가볍게 뛰는 세션을 가져보았다.  몸이 감당해내는지 테스트해보기 위해서.  오늘은 악동뮤지션의 Give Love를 들으면서 집앞에서부터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는데 왠걸!  음악이 끝날 때까지 달리기에 성공한 게 아닌가!  재생시간을 보니 2분 51초.  3분이 조금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몇초간 더 달려서 3분을 채웠다.  며칠만에 3분이나 달려내다니.. 나름 기쁘다.  매일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1킬로를 달릴 수 있는 날이 곧 올테고, 그럼 곧 1마일도 달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2킬로, 3킬로를 달릴 수 있게 되겠지!

그렇게 달리니 멀게만 느껴지던 오늘의 산책 코스인 시내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시내로 가는 길이 텅 비었다.  

나는 원래 아침 산책이나 운동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컨디션이 좋은데다가 아침 일찍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 어슴프레한 아침의 광경도 좋고, 뭔가 남들이 모르는 시간을 살고 있는 느낌도 좋고, 아침 일찍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활기도 좋다. 

오늘의 계획은 시내의 강가로 가서 탁 트인 강과 초원도 좀 보고, 그 앞 커피숍에서 뭔가.. 바쁜 일이 있는 사람처럼, 아침 일찍 나갈 직장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차를 한잔 사 보고 싶었다.  바로 아래의 커피숍.  아빙던에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딱 한번 밖에 가본 적 없는 코스타 커피 매장. 

아침부터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봐도 뭔가 생기가 돌고, 이 시간에 이곳에 와서 차를 즐기고 있는 사람을 보니 또 뭔가.. 나도 이 세상에 속해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이상한 설레임과 흥분을 준다.  아직 손님이 많지 않으니.. 저 왼쪽 창가자리 손님 말고는 아직 카페가 조용하다.

커피숍까지 전진했건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마음은 라떼 한잔 시켜서 한모금씩 넘겨가며 사람구경, 차 구경, 바깥 구경을 하고 싶지만 강만 찍고 돌아오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따뜻한 차는 여전히 사치 중에 대 사치.  빠른 걸음으로 찻집으로 들어가서.. 내가 주문한 것은..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달콤한 스무디.  모유수유에 방해가 되지 않는 시원한 음료 중..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생각지도 않은 스무디를 사서 나오긴 했지만.. 영상 1도인 이 아침에 저 스무디가 목으로 넘어갈리가 없다.  그래도 두어모금 마셔는 보았다.  짐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강~ 늘 이 강가를 따라 산책해서 지겹기까지 하던 강이며 초원이건만, 오늘은 어찌나 이 강이 반갑던지.  이렇게 탁 트인 전망 자체를 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그러나 강을 바라다보며 여유..를 즐기기는 커녕 2-3초간 바라본 뒤 얼른 뒤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지름길로..  커피숍에 들어가서 스무디를 사고, 강을 바라보며 몇초간이나마 여유를 부렸다고.. 시간이 촉박해보인다.  아기가 배고파서 울기 전에.. 얼른 집에 도착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 있는 지름길로 고고~ 

자주 보던 길인데도 이른 아침에 보니.. 빛깔과 골목의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진다.  시간은 없지만 사진은 찰칵찰칵!

아래 사진의 가운데 부분의 아치형 문이 있는 건물은 12세기에 지어진 성 니콜라스 교회.  참.. 조용하고 심심하지만 나름대로 이쁜 동네이다.

교회의 뒷모습.  참 오래된 교회이지만 여전히 아빙던 지역사회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빠른 골목길.  아직 7시 반이 되지 않아서인가.. 길이 한적하다.  이렇게 뭐가 없는 동네에 몽실언니와 틴틴, 그리고 잭이 살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하나 먹고 싶어도 15-20분은 걸어가야 하는.. 그런 동네에.. ㅠ 

그래도.. 조용한 주택가가 주는 안정감은 있다.  뭐든..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아이스크림은.. 미리미리 사 두면 되는 거니까... 

결국 스무디는 두어모금만 마신 채 우리집까지 돌아왔다.  마트에서 샀으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것을 괜히 카페에서 비싸게 주고 사다니.. 그야말로 내 기분을 위한 사치였다.  이 스무디는.. 오늘 점심 샌드위치와 함께 다시 내 속으로 냠냠.. 시도가 되었으나.. 결국 다시 절반 가량 남은 채 냉장고행.

이제 점심을 먹었으니.. 간식 타임. ㅋ 늘 메인 식사보다 간식을 탐하는 나.  간식만 줄여도 출산 후 남아있는 살들이..전부 다는 아니어도.. 삼분의 일 정도는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간식에서 얻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으므로.. 오늘도 나는 어떤 간식을 먹을까..고민을 한다.  먹을 것도 없지만 그 와중에도 먹는 낙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