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우리아이의 현실 장난감과 엉뚱한 놀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8. 8. 13. 17:51

요즘 우리 아이의 장난감 바구니는 다름 아닌 스테인리스 믹싱 볼이다.  아이가 요즘 잘 갖고 노는 장난감은 모두 저기에 들어있다.  사실.. 장난감이라 할 만한 건 별로 없고 죄다 치발기에, 딸랑이 몇개, 그리고 아이 이유식 용품 몇개.  내 부채도 어쩌다보니 아이 장난감통에 들어있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인형 두세개, 딸랑이 한두개, 치발기 두어개 외에는 나와 있는 게 없었다.  오랫만의 화상전화로 잭의 노는 모습을 본 작은 언니는 아이 장난감 더 꺼내주라고, 또 스테인리스 볼을 꺼내주면 소리내는 놀이를 재밌어할거 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고, 그래야 내가 덜 힘들거라고.  

그렇게 우리 부엌에서 거실로 나오게 된 믹싱볼.  처음에는 낯설어하더니 이제는 소리를 댕댕 내며 잘 갖고 논다.  

위 사진에서 아이 손에 들려있는 것도 모두 치발기.  치앓이로 많이 힘들어하던 때에 이것 저것 리뷰 좋은 것을 여러개 구입했더니 몇달째 잘 쓰이고 있다. 

이케아의 아기용 접시와 볼, 타미티피의 이유식 용기까지.  아이에게 안전한 이유식 용품은 모두 하나씩 거실로 나와있는 상태.

나무 블록도 입에 넣고 냠냠.  뭐든 손에서 입으로 간다.  

진짜 장난감이라 할 만한 것은 아래 사진의 자동차 하나.  이건 결혼 전에 남편과 함께 살던 러시아 친구가 아이 선물로 석달 전에 사준 것인데, 자동차에서 소리가 나니 처음에는 저 자동차만 보면 아이가 울었다.  그래서 한동안 처박혀 있던 녀석인데, 이번에 새로 꺼내줬더니 아주 좋아하면서 잘 갖고 노는 게 아닌가.  저 별것도 아닌 것 같은 자동차 인형에서 음악이 나오면 손바닥을 아직 잘 펴지도 못하는 아이가 양 주먹을 탕탕 마주치며 손뼉이라도 치는 시늉을 한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나도 정말 아이디어가 너무 없다.  오늘은 하다 하다 할 놀이가 없어서 아이 머리에 이유식 볼도 얹어보고, 

이유식 용기도 얹어보고,

패딩턴베어 딸랑이도 얹어보고,

믹싱볼도 씌워보고,

모자도 씌워줬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바로 떨어뜨렸고 (머리 위를 보고싶어 고개를 뒤로 젖히니 뒤로 바로 떨어졌다) 모자도 당장 벗어버렸다.

아이와 뭘 하며 어떻게 놀아줘야할까 늘 고민이다.  우리 아이는 혼자서 잘 노는 편이 아니라서 아주 컨디션이 좋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초보부모는 이 아이의 요구를 잘 읽어내지 못해서 고생 중이라는.. 

다 놀고 나서 침실로 이동할 때에는 모든 치발기와 장난감을 믹싱볼에 넣으면 정리 끝.  

아이야, 별 것도 아닌 장난감으로 잘 놀아줘서 고마워.  아직 네 마음 잘 못 읽어줘서 미안해.  얼른 말 배우자.  그럼 엄마 아빠가 좀 더 잘 해 줄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