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출산 8개월 6일 생애 첫 하프마라톤 훈련 2주차

옥포동 몽실언니 2018. 8. 15. 10:00

이번 주로 하프마라톤 훈련이 자그마치 2주차에 접어들었다.  오늘 8월 14일 화요일은 출산 한지 8개월 5일.  오늘로 하프 마라톤 훈련 2주 3일차에 접어들었다. 

대회일정: 옥스퍼드 하프마라톤 (2018년 10월 7일)

훈련 1주차: 

1일 (D-62): 2018년 8월 6일 (월) Warm up 4킬로 (7분 19초/km)

2일 (D-61): 2018년 8월 7일 (화) Easy Run 3킬로 (8분 8초/km)

3일 (D-60): 2018년 8월 8일 (수) 휴식 

4일 (D-59): 2018년 8월 9일 (목) Easy Run 5km (8분 9초/km)

5일 (D-58): 2018년 8월 10일 (금) 휴식

6일 (D-57): 2018년 8월 11일 (토) 첫 Long Run 7.2km (7분 46초/km)

7일 (D-56): 2018년 8월 12일 (일) 휴식

훈련 2주차:

1일 (D-55): 2018년 8월 13일 (월) Easy Run 2.23km (7분 20초/1km)

2일 (D-54): 2018년 8월 14일 (화) 6.41km (7분 22초/1km)

3일 (D-53): 2018년 8월 15일 (수) 휴식

훈련 2주차 1일: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첫날 (월요일) 아침부터 틴틴에게 투정을 부렸다.

"나 왜 이거 하는거야?  경기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등록 안 했으면 그냥 20-30분만 뛰어도 될 것을, 이거 때매 힘들게 훈련 프로그램 마춰서 훈련해야 하고."

"그러게.. "

틴틴이 맞장구를 쳐준다.  

둘 다 밤새 아이에게 시달리고 아침을 맞이하니 만사가 귀찮기는 둘 다 매한가지인가보다.

"훈련 프로그램에 다 맞춰서 뛰는 건 사실 좀 힘든 일이야.  평일 달리기는 좀 줄이고, 주말 롱런만 잘 따라가도 되니까 훈련 프로그램에 너무 딱 맞춰서 다 하려고 하지 마."

"응, 그래야겠어.  괜히 무리했다가 컨디션만 안 좋아지면 애초에 달리기를 시작한 의미가 없어지니까.  그렇게 할게."

집안에서 몸을 좀 풀고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그날은 나를 본 잭이 "으앙.. 으앙.."하며 울상을 짓는다.  나는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서 모자를 얼른 벗어,

"엄마야, 엄마~ 엄마, 까꿍!"

하는데도 여전히 울상이다.  내가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게 무서웠나보다.  에구 우리 아가.  

그렇게 뛰러 나간지 7-8분쯤 지났으려나..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아니.. 비 올 확률 37프로라 하더니.. 이 정도면 비가 안 오는 게 정상인데, 비가 쏟아지니, 잠시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다가 곧바로 집으로 다시 향했다. 비가 오거나 할 경우 절대 무리해서 뛰지 말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라는 틴틴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  

틴틴은 몇년 전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며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훈련프로그램을 곧이곧대로 따라하다가 호된 감기에 걸려 몇주간 고생하며 마라톤 준비에 오히려 차질을 빚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틴틴의 당부를 떠올리며 집으로 다시 리턴. 

원래 어제의 훈련은 느린 속도로 4.8킬로를 달리는 것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총 훈련 거리 2.23km로 마무리되었다. 

첫 1킬로는 8분 페이스로 천천히 달리다가 두번째 1킬로는 비를 피하느라 뛰다 보니 6분 42초 페이스로 달리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잦아드니, 이럴 줄 알았으면 비를 맞지 말고 좀 더 기다려서 어제의 훈련을 다 마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올라왔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짧은 훈련으로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2주차 첫날 훈련을 짧게 마무리. 

훈련 2주차 2일 2018년 8월 14일 화요일

어제는 드디어 2주차 2일 훈련.  날씨는 괜찮았으나 집에서 너무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틴틴 출근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오느라 원래 훈련프로그램에서 7.2km (4.5마일) 를 뛰라고 하는데, 나는 6.41km (4마일) 밖에 뛰지 못했다.  그래도 0.5마일만 못 채웠으니, 이거라도 달린 것에 만족.  

지난 토요일 그래도 7.2킬로 한번 뛰었다고 어제 달리기는 한결 수월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3.2킬로 넘어가면서부터 내내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유혹당했는데, 오늘은 4.7킬로를 넘어간 이후부터야 집 생각이 간절하더라. 

지난 주에는 월/화 연속 훈련 후 정말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한 주 달리기를 했다고, 어제는 좀 곤하기는 했지만 못 견딜 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월요일에 워낙 짧게 달려서 그런가 근육통도 특별히 없는 상태. 

대신, 육아여파!!!  너무 피곤해서 아이랑 집에서 노는 게 힘들어, '나의 휴식'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오전과 오후에 짧은 산책을 했다.  늘 아이를 재우기 위해 '강제'산책을 해야 하는 게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내 휴식을 위해 산책하는 날이 다 있다니.  놀라운 변화.  

훈련 2주차 3일 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오늘은 그냥 휴식하는 날.  잘 휴식하고, 잘 먹고, 잘 쉬면 된다.  야호. 

* * *

앞으로 남은 훈련을 잘 마칠 수 있을까.. 경기는 뛰지 못하더라도 훈련이라도 잘 마치고 싶은 욕심...은 왜 일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요즘 하고 있던 '모니터링' 일을 전혀 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  두어달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주일에 약 4-5시간씩 우리가 '모니터링'이라 부르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 파트타임도 아닌, 딱 쿼터타임 잡이다), 이 일이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틴틴에게 "나 모니터링 하나도 못 했는데 어쩌지?!!" 이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주는 유일한 휴가 기간이라 일이 없었는데,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지만.. 달리기에 시간을 쓰기 시작하니 일에 쓰던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간 나에게 주어지던 여유시간이 하루 약 40분에서 한시간 꼴이었고,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돈벌이에 쓰고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약간 우울해졌다.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돈벌이 vs 정신건강을 위한 달리기.  나는 이 둘을 함께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살고 있구나.  앞으로 남은 훈련 기간은.. 이 일과 달리기를 병행하기 위한 사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