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항생제에 발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16. 19:45
[4월 15일 월요일-생후 16개월 6일 일기]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블로그에 매일 새 글이 올라올 수 있도록 글을 저장해서 예약글로 글을 띄우고 있었는데, 주말동안 글이 뜸했죠?  사실 지난 주 중에 올라오던 글들도 절반 이상이 모두 예약글이었어요.  글을 올린 시간이 0시0분 혹은 그 비슷한 시간대로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 예약글입니다.  그 시간에 바로 글을 올릴 수 있는 날은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언제 작성한 글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글 윗편에 작성일을 기록해두려고 하고 있어요.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

지난주, 예약글로 저장해뒀던 글들이 모두 소진된 이후 주말이 지나면서도 새 글이 올라올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저희 잭이 너무너무 아팠기 때문이에요!  중이염에 걸렸다고 올린 글은 약을 처방받은 지난주 목요일에 썼던 것을 글 올릴 틈도 없어서 이제야 올리게 된 것이고, 그 뒤로는 아이 상태가 계속 악화되기만 해서 저희는 또 다시 주말 새벽 응급실 신세를 졌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잭이 특정 항생제에 고열을 동반한 발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몸이 아픈 잭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저희를 진단한 Nurse Practitioner 인 간호사는 잭이 걸린 감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고, 그래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항생제 Amoxicillin을 처방해줬어요.  이 ‘아목시실린'이라 불리는 항생제는 잭이 2월에 중이염에 걸렸을 때 처방받은 것과 같은 약으로, 기침감기, 중이염 등에 많이 쓰이는 약이래요. 

같은 병, 같은약을 처방받았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지난번처럼 단번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는 아이에게 항생제를 한번 먹이자 마자 열은 바로 떨어졌고, 항생제를 두번, 세번 먹인 이후에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는데, 이번에는 무슨일인지 목요일 저녁부터 항생제를 주기 시작했는데 항생제를 줘도 아이가 열이 39.5-39.6도씩 오르는 통에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파라세트몰과 이부프로펜을 계속해서 4시간마다 교차복용을 해야 했어요.  밤새 자면서도 아이가 아파서 얼마나 울고 끙끙 앓는지, 새벽에도 약을 상비해두고 열이 끓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약과 물을 계속해서 먹여야했죠.  

그런데 문제는 토요일 아침부터 아이 몸에서 붉은 발진이 발견된 것입니다.  엉덩이, 다리, 배와 등까지..  처음에는 아이가 기저귀 갈 때마다 너무 아파하는데, 엉덩이 발진도 없는데 왜 이러나 싶어서 혹시 다리에 저희가 모르게 어디를 다쳤나 싶어 몸을 살피는데 온 다리에 빨간 발진이 올라온 거예요. 

위 사진은 심해지기 전이고, 저렇게 좁쌀같이 올라온 것이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그러다 그 발진이 얼굴에까지 올라왔어요.

문제는 발진 자체가 아니라 아이 열이 계속해서 펄펄 끓는다는 것이었어요.  토요일까지 항생제를 이틀 반이나 줬는데도 토요일 밤에도 아이가 열이 펄펄 끓으며 아파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거예요.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싶어 아이 옆에 누워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 보니 저희가 먹인 항생제에 발진 (영어로 rash) 이 심할 경우 의사를 꼭 봐야한다고 나와 있었어요.  그걸 보자 이제야 저와 틴틴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닌가 싶어 급 후회가 밀려들면서 일요일 아침에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당장 응급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도 아이는 끙끙 앓고 아파서 울며 자주 깨서 밤새 저희 세사람 모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가 일요일 아침 6시가 좀 넘어 서둘러 채비를 한 후 옥스퍼드 JR (John Radcliff Hospital 의 약칭) 의 어린이 응급실로 도착했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곳에 와서 아픈 것도 잊고 여기 저기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간호사를 만나서 응급실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한참 대기를 하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잭의 상태를 보더니 자기는 뭔지 모르겠다고 하며 일단 소아과 전문의가 오전 10시쯤에 잭을 봐 줄 수 있을거라고, 그때까지 대기해달라고 했어요.  

10시가 되어도 소아과 의사는 만날 수가 없었는데, 새로운 응급의학과 의사가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자기가 응급실에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이 적지만, 자기의 경험으로 볼 때 잭은 Epstein Barr Virus (EBV) 에 감염된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소아과 의사가 잠시 나타났고, 저희 잭을 보여주며 “EBV 같은데 어때요?” 하니 그 의사도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설명이, 이 EBV 는 저희 잭이 처방받은 아목시실린 항생제에 열발진을 일으킨대요. ㅠㅠ 잭의 발진 상태로 봐서는 딱 하필 잭이 걸린 바이러스가 그 바이러스라서 잭이 먹은 그 항생제에 반응한 것 같다고 ㅠㅠ 이 의사가 자기가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케이스를 딱 한 사례 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너무 똑같다는 겁니다.   

그 후, 저희는 소아응급실에서 CDU 라고 불리는 진단실로 자리를 옮겨 잭의 손등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손에 피를 뽑기 위해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열이 끓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얼굴이 말이 아니었어요.  저는 아이를 즐겁게 해 주려고 “오랫만에 엄마랑 셀카 찍을까?”하고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잭이 어릴 때는 혼자서 잭을 보다가 종종 둘이 셀카를 찍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항상 아주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니 잭과 셀카를 찍지 않은지 한참이 되었더라구요.  그런데 잭은 너무 아파서 그런가 이번에는 카메라에 자기 얼굴과 엄마 얼굴이 보이는데도 웃기는 커녕 얼굴이 ㅠㅠ 울상입니다.  잭 옆에 아줌마가 저예요.  ^^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하네요. 

전에는 셀카만 찍는다 하면 이렇게 활짝 웃던 잭이건만.. ㅠㅠ (머리가 떡진 초췌한 몽실언니입니다 ^^;;;) 저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전히 축 처진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병원에서 아이가 혈액검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파서 징징 거리고 열이 많이 나자 간호사가 의사에게 파라세트몰 진통제를 처방받아 줬어요.  집에서는 약 먹기를 그렇게나 좋아하는 잭인데, 그날은 저 약 조차 싫어하더라구요.

그날은 잭에게 깜짝선물이 있었어요.  곧 다가오는 부활절을 맞아 소아응급실에 아이들에게 쵸코렛 계란을 나눠주는 이들이 있었어요!  터프한 바이크 차림을 한 사내들과 토끼 옷 인형을 입은 아저씨들이 와서 저희 잭에게 귀여운 곰돌이 인형과 쵸코렛 계란을 주고 갔습니다.  블로그를 위해 ㅋㅋ 그들과 함께 사진을 한장 찍었지요! ^^ 오늘은 온가족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네요. ㅋ

잭은 곰인형에는 관심이 없고 커다란 대형 쵸코 계란에만 관심이 쏠렸어요.  

저 작은 손을 꼼지락 꼼지락 하더니 계란 껍질을 모두 벗겨버렸어요!

그리고.. 열이 나는 따뜻한 손가락으로 계란에 구멍내기 성공!! ㅋㅋ 

저 계란 덕에 피검사 대기하며 시간을 그럭저럭 잘 보냈네요.  감사한 분들!  고마워요!! 해피 이스터!!! 

길고 길었던 대기 시간 후에 피검사를 하는데, 남자 소아과 의사 ㅠㅠ 이 의사가 친절은 한데 아이 혈관을 너무너무 못 찾는거예요!! ㅠㅠ 이전에 여의사는 한번에 바늘을 꽂은 후 피를 쭉쭉 뽑았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바늘을 찌른 후 계속해서 아이 손등에서 바늘을 이리 쑤시고 저리 쑤시고, 이리 틀고 저리 틀고 ㅠㅠㅠㅠ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며 제 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고, 저는 그런 아이를 꼭 붙잡아 안고서는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며 결국 저도 울음이 터졌습니다.  

그만하고 싶어요!  나 이거 안 할래요!” 라고 울면서 소리쳤죠. ㅠㅠ

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고, 그러는 동안 바늘을 그렇게 쑤시면서도 결국 혈관 찾기에 실패한 의료진은 결국 손가락을 찢어서 피를 뽑아내는 걸로 방향을 바꿨어요.  손등에는 밴드를 하나 붙이고 아이 엄지 손가락을 살짝 찢어 그리로 피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또 얼마나 우는지 ㅠㅠ 저도 같이 울고 ㅠㅠ 

원래 3통을 뽑으려 했는데, 결국 1통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로 공포의 피뽑기가 끝났어요.  아이는 나중에 울 힘도 없어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저는 저대로 눈물범벅이 되어 의사와 간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연신 건네며 병원에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아이가 너무 우는 통에 아이 겉옷을 제대로 입힐 겨를도 없이 바로 유모차에 태워서 자동차로 이동했고, 이날 너무 정신이 없던 나머지 틴틴은 아이 신발을 유모차에서 내려 차에 싣는다는 게 길에 그냥 두고 왔나봐요. ㅠㅠ 잭이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자 유일하게 발에 잘 맞는 신발을 분실해버렸습니다. ㅠㅠ

아침 7시에 집을 떠나 병원에서 돌아오니 2시가 다 된 시간.  잭은 밤새 잠도 설친데다 피 뽑으며 난리를 친 통에 낮잠을 세시간이나 잤어요.  저와 틴틴도 잭 양 옆에서 다같이 잠들었구요. 

그리고... 그날 밤, 아이는 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울어대서 저희는 애가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한밤중에 일어나 바나나도 먹이고 밥도 좀 먹였는데, 여전히 아이는 밤새 울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아이 몸에 온기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아이가 또 저체온이 왔나 싶어 전기담요를 꺼내 아이 밑에 깔아주고, 아이의 온 몸을 비벼주며 혈액순환을 돕는데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밤새 아이와 고생하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다가 새벽녘에 체온을 재어보니 전기 담요 위에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체온이 또 35.1도. ㅠㅠ 그때부터 저는 추위에 정말 민감한 체질인데도 불구하고 옷을 모두 벗고 잭 옆에 누워 아이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틴틴도 다른 쪽 옆에 누워 잭을 따뜻하게 감싸줬어요.  그리고 아침이 되니 36.1도로 체온이 올라갔고, 한참 놀고 나니 36.7도로 정상 체온이 되었습니다.

아.. 주말이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 틴틴은 틴틴대로 편도선이 모두 부어 목에서 피가 났고, 저는 저대로 혼이 쏘옥 빠져나간 기분이었어요.  오늘 아침부터 잭은 울고 불고 하는 통에 틴틴은 황급히 회사로 연락하여 급히 휴가를 내고 오늘 하루 종일 저와 함께 잭을 돌보고 있어요. 

휴우.. 정말 긴박한 주말이었어요. 

오늘 글을 쓰며 구글로 검색을 amoxicillin rash만 검색해도 바로 이 바이러스 이름이 뜨면서 이런 연관검색어로 자동 검색이 되네요. 

아목시실린 항생제는 Epstein Barr Virus (EBV) 환자에게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서 발진을 일으키고, 이와 관련한 의학 논문들도 많이 나와있었습니다. 

대충 훓어보니 EBV 환자에게 저 아목시실린 항생제게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서 발진을 일으키는데,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가봐요.  EBV는 아주 흔한 호흡기 질환 같은 증상 (편도선염 등) 을 보이는 바이러스로, 소아, 청소년, 성인 모두가 매우 흔히 걸리는 바이러스래요.  저희 잭은 예방접종시마다 항상 주사 맞은 부위에 빨간 발진이 올라오고, 주사부위가 붓기도 하는 등 주사약마다 늘 민감하게 반응하였는데, 기본적으로 의약품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의사 말이 특별한 약은 없고 1주에서 3-4주 정도 계속 앓을 수 있고, 휴식하면 자가치료가 된다고 하네요.  아, 복용하던 항생제는 당장 중단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바로 중단한 상태예요!  아이가 아목시실린을 먹고 저희 아이처럼 열발진이 일어나는 경우, EBV를 의심해보세요.  만약 저희처럼 EBV일 경우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셔야 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시구요!

아이들이 언제쯤 아프지 않을까요 ㅠㅠ 아이들아, 부디 너무 자주 아프지 말고 건강하렴! 


[몽실언니의 영국일기]를 빠르고 쉽게 받아보시려면

카카오스토리 채널 소식받기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