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학교 자연사 박물관에 대한 본격적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걸 쓰면서도 저는 제가 왜 이걸 쓰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현재는 9월말까지 갚아야 할 글빚 (?) 이 있는 상태인데, 꼭 써야 하는 글은 쓰지 않고 이걸 적고 있습니다ㅠ 저는 기억력이 아주 나쁘기 때문에 이번에 다녀온 것을 며칠만 더 지나도 다 까먹고 말 거예요. 그러니.. 기록의 차원에서.. 또 다음에 내가 다시 펼쳐봤을 때 빠르게 되새김질 하기 위해, 그리고 저 같이 기억력 나쁘면서도 좋은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일단 오늘 오전 공부 (?) 한 것을 정리해봅니다.
먼저 이 자연사 박물관의 공식 영어 명칭은 Oxford University Museum of Natural History 혹은 줄여서 OUMNH 라 합니다. 자연사의 다양한 종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박물관 안에는 화학과, 동물학과, 수학과가 사용하는 lecture theatre (큰 강의실) 도 있다고 하네요. 또한 이 박물관 뒷편으로는 Pitt Rivers Museum이라는 민속 박물관이 있는데, 그 박물관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자연사 박물관을 거쳐서 들어가야 합니다.
위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옥스퍼드 시내에서 가실 경우 King’s Arms 펍을 지나 북쪽으로 5분쯤 걸어가면 나옵니다.
개관시간: 매일 오전10시에서 오후 5시.
놀랍게도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노는 날인 월요일에도 이 박물관은 문을 엽니다!! 좋은 정보네요!
관람료는 영국의 모든 박물관이 그러하듯 무료입니다.
박물관 설립의 배경: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잉글랜드에는 대학이라고는 옥스퍼드와 캠브릿지 뿐이었어요 (스코틀랜드에는 4개 대학이 가장 오래 되었고 - St Andrews 1410년, Glasgow 1451년, Aberdeen 1495년, Edingurgh 1583년, 잉글랜드에는 옥스브릿지 제외 3개 대학 Manchester 1824년, UCL 1826년, Durham 1832년, 웨일즈의 Aberystwyth 대학이 1872년이 영국 내 10개의 가장 오래된 대학). 잉글랜드 내에 다른 대학 설립의 계획이 있을 때마다 두 대학에서 모든 기득권을 잡고 그 외의 대학 설립에 반대했기 때문이죠. (관련 역사는 아래의 연관글 참고)
뿐만 아니라 19세기 중반부터 자연과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하였지만 옥스퍼드 대학의 교육은 여전히 전통적인 신학 (theology), 철학 (philosophy), 고전학 (classics), 역사학 (History)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연세계에 대한 교육과 탐구의 기회는 제한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자연과학 교육은 각 칼리지에서 뿔뿔이 흩어져 이루어졌으며, 관련 전시품도 그렇게 흩어져있었다고 해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19세기 중반 이 박물관의 건립을 추진한 인물이 바로 의과대학 교수 Sir Henry Acland라고 합니다. 이 분의 추진 하에 옥스퍼드 도시과 각 칼리지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여러 중요 전시품들이 한곳으로 모여 박물관에 전시되고,이 박물관 내에 대형 강의극장 (Lecture theatre)도 만들고, 여러 자연과학 학과들이 박물관 내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천문학, 실험물리학, 화학, 동물학, 해부학, 의학 등). 그러다 이러한 자연과학 학과들이 성장하면서 이 학과들은 박물관 건물을 벗어나 현재와 같이 이 박물관 인근으로 이전해나갔다고 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Oxford_University_Museum_of_Natural_History).
이러한 역사가 있는 만큼 과학사에서 중요한 이벤트들이 이 곳 박물관에서 열리기도 했어요.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한 토론부터, 최초의 무선통신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실험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고 합니다. 과학사에 중요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죠.
약 22,000점의 전시품으로 시작한 이곳 박물관은 현재는 50만점 이상의 소장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소장품들이 학자, 선교자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인데, 서구 유럽의 유명 박물관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 출처에 대한 논란들도 꽤 있다고 하네요 ('왜 이걸 너네가 갖고 있고 너네가 전시해??' 이런 문제.. ㅠ).
박물관의 건축양식과 특징
외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신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1885년에서 1886 사이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고 천장을 받치는 기둥은 주철 (cast iron)으로 만들어진 건물로, 주철 기둥에 의해 3개의 복도로 나뉘어진 공간에 여러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어요. 실내외 사진을 찍어올 생각을 못한터라 이 사진들은 모두 외부에서 퍼온 사진들입니다. 구조도 특이하죠?
위 사진에 아치형으로 세워진 기둥들이 바로 주철로 만들어진 기둥인데, ‘자연사’ 박물관에 걸맞게 나뭇잎 등의 자연 무늬를 기둥에 새겨넣었다고 합니다. 이건 또 라파엘 전파주의 (Pre-Raphaelite) 라고 하는데, 제가 워낙 건축과 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더이상의 설명은 불가능하네요. 다만, 영어사전에서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예술운동이라고 합니다. 이 박물관이 지어진 것이 바로 19세기 후반이니, 당시의 예술풍조를 아주 잘 반영해주고 있는 건축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자연사 박물관에 가장 유명한 전시품 중 하나는 바로 도도새인데요. 아래와 같은 새예요. 옥스퍼드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새의 뼈가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형태라고 합니다.
도도새는 모리셔스 섬에 살던 날지 못하던 새인데, 1662년에 멸종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선원들에 의해 남겨져 있는 1598년의 기록이 가장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그 이후 선원들과 침략종들에 의해 도도새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발견된 지 단 한 세기도 되지 않아 하나의 종이 멸종되게 되면서 도도새의 멸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도도새가 더욱 유명해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서인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로 알려진 루이스 캐롤은 사실 필명이고 그의 본명은 Charles Dodgson 입니다. 바로 이 분은 옥스퍼드에서 수학하던 중 이 자연사 박물관을 자주 찾던 분이라 해요. 그래서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도도새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도도새를 등장시켰고, 이 책에서의 등장을 통해 도도새는 ‘멸종’과 ‘쇠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기념품 가게를 가시면 도도새를 프린트한 학교 공식 기념 티셔츠도 많이 판매하고 있어요. 저도 친구에게 선물받은 도도새 학교티셔츠가 한벌 있답니다. ㅋ
저는 부모님을 쫓아다니느라 도도새를 찾지는 못했고, 그 비슷한 다른 새 사진만 하나 찍어왔습니다. ㅋ
이 자연사 박물관에서 저희 부모님은 뭘 보고 오셨을까요? 아주 많은 것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것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셨는데, 시간이 없어서 여유롭게 둘러보질 못했어요. 입구에 전시된 거대 악어와 유사종의 뼈 전시품에서부터 부모님은 이 박물관에 흠뻑 빠지셨어요.
그 와중에도 사진 찍는 저를 의식하여 머리모양을 가다듬는 천상 여자 우리 오마니..
옥스퍼드주 지역에서 발견된 주라기 시대의 화석들이 전시된 것도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사는 지역이라 그런가 저는 이것들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이 화석들은 2억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뭔가 어릴 때 과학책에서 배운 것만 같은 모양의 화석들이죠?
엄마는 거대한 공룡뼈 전시에도 아주 관심을 보이셨어요. 엄마가 바라보고 계신 곳에는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의자들에는 이 공룡뼈를 보며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앉아계셨어요. 그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에 감탄하신 어머니. 엄마 마음에는 아마 그 분들 혹은 그 분들의 그림과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겟지만 ㅋ 그 분들의 예술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되니 공룡뼈 근처에서 사진만 살짝 찍고 돌아왔습니다.
입구 왼쪽편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시품들도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아이를 데려와서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박물관이나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 박물관이 아이들과 오기 더욱 좋다고 느껴진 것은 대부분의 전시가 한 공간의 평면에 이루어져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저희 잭처럼 어린 아이들이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전혀 부담이 없을 거 같더라구요. 계단을 오르 내리며 공간을 이동해야 할 경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저희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사실 아이는 계단 다니기가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ㅠ) 할텐데, 이 곳은 계단 없이 1층에 대부분의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다음에 꼭 잭을 데리고 다녀오려고 해요!
이 전시관을 죽 통과하면 그 끝에는 Pitt Rivers Museum이 연결되어 있어요. 별도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박물관처럼 여겨지지만 엄연히 별도의 박물관으로 존재하는 박물관입니다. Pitt Rivers Museum은 어떤 곳인지 궁금하시죠? 그 연원과 전시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소개할게요!
모두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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