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조영 두유제조기로 두유/콩국수 도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7. 23. 22:03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임신 중.. 식욕을 참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임신을 해 보신 분이라면 다들 이해하실 것 같아요. 

저의 어려움은.. 한국식당 한국슈퍼도 제대로 없는 곳에 산다는 것.. 이런 와중에 한국 음식이 너무너무 먹고 싶을 때.. 그 괴로움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식욕이 이렇게나 사람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구나.. 깨닫는 임신 중기의 하루하루들이지요. 


최근에는 콩국수가 너무너무너무 먹고싶어서 이를 어찌해야 할까.. 건넛동네 독일땅에 사는 동생 장금이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장금아.. 나 요즘 콩국수가 먹고 싶어 미칠 거 같아.  니가 작년에 구입한 두유제조기로 콩국수도 만들 수 있어?  

라고 묻자 장금이 왈,

그럼요, 언니~ 완전 이 콩국수 기계는 신세계에요!! 언니도 하나 사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는 것 같은데!!  언니, 요리도 그렇고 롤러더비도 그렇고, 뭐든 장비빨이 80% 이상이에요!! 장비가 중요해요!!! 

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말에 용기를 얻은 저는 열심히 Amazon에서 두유제조기를 검색해봤더니..가격이 70-100파운드 사이.. 헉.. 너무 비싸다.. 중고는 없을까.. Ebay에 들어가서 뒤적뒤적...아니, 이럴 수가!!  8파운드에 중고가 하나 올라와있지 않겠어요!!  중국에 파견을 갔던 당시 하나 사와서는 딱 한번 밖에 안 썼다고.. 8파운드에 팔겠다고.. 대신 직접 가지러 오거나, 우편료를 직접 부담할 경우 박스가 크다 보니 배송료가..13파운드를 선불로 달라.. 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걸 살까..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지르고 보자, 싶어 클릭!  누르고 배송료를 지불할테니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메세지를 남겨두고.. 그날 오후 seller가 바로 물건을 보내고.. 저는 이틀 뒤에 바로 물건을 받습니다.  


이것은 중국산 Joyoung 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두유제조기로, 코트라 홈페이지를 보니 중국 전체에서 두유제조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해요.  독일 장금이도 이 기계를 유학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인에게 10유로에 사서 엄청 잘 쓰고 있다고 해서, 저도 이 브랜드를 믿고 구입해봤습니다.  


외관은 아래와 같아요.  마치.. 전기주전자 같은데 위가 툭 더 튀어나와있는 듯한 모습.. 아주 어설퍼 보이는 외관입니다.  이걸로 두유가 된다고..?!!!  게다가.. 이거 믿고 써도 되는 거야???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외관 ㅋㅋ 

위에 뚜껑을 열면.. 아래와 같이 분리되요.  아래 사진은 오늘 아침 두유제조를 마치고 세척 후 말리고 있는 모습.. ㅋ 왼쪽은 아랫쪽 부분이고 오른쪽 부분이 뚜껑 아래 달린 믹서 칼 부분.  왼쪽의 스테인리스 부분이 생각보다 아주 얇아서 가볍고.. 오른쪽 뚜껑 부분에는 전기코드 들어가는 곳이 있어서.. 씻을 때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상당히.. 어설퍼 보이게 만들어져 있는 기계!!! 

밥솥과 전기주전사 사이에 두고 찍어봤습니다.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시나요?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동봉되어 있던 사용설명서.  뒷쪽을 보니.. 모델넘버에서 2010년형 모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설명서는 죄다 중국어인데, 친절하게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었어요.  그러나 저희에게는 이미 이 기계를 오랫동안 써 온 장금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었으니.. 장금이가 한국에서도 요즘 죽제조기 많이 쓴다며 인터넷 레서피 북 링크를 보내주었습니다.   

첫번째 시도:  검은콩 두유

사실..이날 집에 있던 콩이 검은 콩 뿐이었던데다가 저희가 사는 이 작은 동네 마트에는 두유만드는 Soy Bean (대두) 는 팔지 않아서 ㅠㅠ 집에 있던 콩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아래와 같이 뚜껑 중 가운데 콩 모양 그림이 있는 부분의 단추를 누르면.. 두유를 만들어줍니다.  

가동 시간은 약 30분인데, 중간에 약간의 소음을 내는 시간이 2-3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음은.. 압력밥솥에서 나는 소음에 비하면.. 아주 애교같은 소음. 

불리지 않고 생 콩을 그냥 넣고, 물을 넣으면.. 30분 뒤에 아래와 같은 콩물 완성.  

이것을 체에 걸르면.. 오른쪽에 걸러진 것이 두유가 되고, 왼쪽은 비지. 

처음엔.. 헛.. 이게 무슨 맛이지?  그냥 콩 물이잖아~ 했는데, 이 콩물을 식힌 후 볶은 깨, 견과류 좀 넣고, 설탕 2-3 티스푼을 넣고 갈았더니 이건 완전 시중에 파는 검은콩두유와 같은 맛!!!! 저도, Tintin도 너무 맛있게 이 검은콩 두유를 먹어치웠습니다.  


두번째 시도:  불린 검은콩 두유

결과:  약간 죽 같은 느낌

저녁에 콩을 불려놓고 잤는데, 장금이 왈, 불린 콩을 할 때와 생 콩을 할 때 맛이 완전 다르다고, 여러가지 조합으로 많이 시도를 해 보다 보면 저희만의 최적의 조합을 찾게 될거라고 조언해줬습니다.  그 조언에 따라.. 이번에는 불린 검은콩에, 견과, 깨, 설탕을 좀 넣고 두유제조기 가동~ 

그 결과물은.. 아래 사진과 같이.. 거의 콩 죽 느낌입니다.  

다음에 팥을 넣고 만들면 진짜 팥죽같은 죽이 될 것 같아요. 

맛은.. 흠.. 생콩을 갈아 만든 검은콩두유가 더 맛있었고, 이 죽같은 것은 죽도 아닌 것이 두유도 아닌 것이.. 제 입에는 별로였지만 ㅋㅋ Tintin은 아주 건강한 맛이라며 맛있게 잘 먹었어요. ^^

세번째 시도:  불린 대두 (Soy Bean) 콩국물

결과: 대만족

세번째 시도!! 드디어!!! Soy Bean 메주용 두유콩을 사서 불려보았습니다.  이번 목적은 콩국수.  그래서 좀 더 죽 같은 느낌 내기 위해 불린 콩을 써 봤죠.  원래 레서피 북에는 90g 정도의 생콩을 넣으라고 되어 있는데, 저희는 약 125g의 콩을 밤새 불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약 250g이 되는 콩으로 불어났어요.  빡빡 씻었더니 껍질들이 좀 벗겨져서 그 껍질들은 걸러 내고 뽀얀 콩만 건져내어 이번에도 두유제조기로 고고씽~

이 기계 아랫쪽 몸통 부분에 보면 물을 어디까지 넣어야 하는지, '하수위' '상수위'라고 한자로 minimum 과 maximum 물 양을 알려주는 눈금이 있어요.  중국어/영어로 된 설명서에 이 두 눈금의 중간 쯤에 넣으면 된다고 되어 있어서 저희는 늘 그 중간 어딘가쯤으로 물 양을 맞춥니다. 

꺄악~~ 아래와 같은 뽀얀 이쁜 콩국물이 나왔어요!!!!  확실히 대두로 만든 두유가 맑고 고소한 맛이 강하고, 그 비지의 맛도 일품입니다!!  오른쪽의 국물만 먹으면 아주 구수하고 맑은 콩국물이 되고, 왼쪽의 비지를 조금 섞으면 조금 걸죽한 콩국물이 됩니다. 

자, 주말 점심으로 가볍게 콩국수~~  집에 있던 소면을 얼른 삶아냈습니다. 

국물은 뽀얀 콩국으로만 해보려다가, 장금이가 깨와 땅콩을 넣어야 시중에 파는 콩국수 맛이 날 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뒤늦게 뽀얀 콩국물에 집에서 직접 볶은 깨와 각종 견과류를 넣고 믹서기로 대충 갈고, 거기에 걸러냈던 비지도 한스푼 넣어 아주 조금은 걸죽하게 한그릇 완성~

콩국수에 올릴 오이, 토마토 고명도 만들고 있는 동안 Tintin은 김치도 꺼내고, 요거트도 담아서 제가 썰어둔 키위를 요거트 속에 넣어서 준비..  어젯밤에 만든 미역무침까지 곁들여..저희 점심 상 완성~

고명을 올리니.. 색색의 고명이 이쁘네요!!

소금을 약간 넣으니.. 콩국의 고소한 맛이 한층 더 올라옵니다. 

전체적인 맛은?!!!  대만족!!!! Tintin은 저만큼 먹고도 (왼쪽 그릇이 Tintin 그릇) 남아있던 소면을 마저 말아서 콩국물도 추가하여 한그릇을 더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콩국수를 먹은지 10년은 더 된 것 같은데, 자기가 먹어본 콩국수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저도, Tintin도 찬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시중에 파는 콩국수들은 대부분 차다 보니 ㅋㅋ 저희에게는 집에서 직접 만들고, 냉장고 들어갈 겨를도 없이 약간 미지근하게 식은 이 콩국물이 딱이었던 것 같아요. 


8파운드에, 배송료 12파운드를 주고 산 두유제조기로, 검은콩 두유도 해먹고, 검은콩죽(?)도 해먹고, 이렇게 콩국수도 해먹고 나니.. 벌써 기계를 산 본전은 뽑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두고 두고.. 당분간 아쉽지 않게 콩국수며, 두유며.. 실컷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한국에도 두유/죽/이유식 제조기를 다양한 브랜스에서 파는 것 같던데, 값싼 중국 조영 두유제조기, 보기엔 어설퍼도 기능적으로는 아주 대만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