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파격적인 BBC뉴스의 연출방식에 대하여

옥포동 몽실언니 2017. 9. 7. 17:34

영국에 처음 왔던 당시, 영어를 늘리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은 뉴스를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잘 안 보던 뉴스를 영국에 와서 매일같이 반복시청 했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 나도 참 절박했나 보다.  

그런데 영어공부를 위해 시청하기 시작한 BBC 뉴스는 나에게 영국 사회에 대한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영국으로 유학을 오긴 했으나 영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알지 못했던 나였기에 그 충격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뉴스의 영상미, 음악, 편집, 연출..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만 자라온 나에게는 가히 충격적이었던 것!  왜 예술, 영상, 저널리즘 등의 공부를 위해 사람들이 영국을 향하는지 뉴스채널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뉴스 진행이 그저 딱딱하지만 않고 아주 편안하고 자유롭다는 점.  

특히 아침 뉴스 방송일 경우 더욱 그렇다.  가끔 JTBC에서 하는 손석희의 뉴스룸을 보다 보면 새로운 시도들이 엿보일 때가 많은데, 영국에서는 10년전에 봤던 뉴스에서 이미 그런 시도들을 하고 있었던 것.  

오늘도 오랫만에 뉴스채널을 틀었더니, 여자 진행자 두명이 뉴스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두 여성 앵커가 진행한다..라... 요즘은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늘 남성 앵커 옆에 여성 앵커가 자리잡기 마련이고, 남성 앵커가 좀 더 하드한 뉴스를, 여성앵커는 좀 더 소프트한 뉴스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여성앵커만 둘이라니!

그리고 나서, 또 다른 뉴스코너에서는 여성 앵커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방송진행포즈를 보고 놀라 황급히 화면을 캡쳐.  바로 아래와 같은 화면들이다. 

사실 이 코너 시작부분에서는 아예 저 테이블에 팔을 내려놓고 몸을 거의 반쯤 숙이다시피한 아주 자연스러운 포즈여서 깜짝 놀랐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 포즈가 하나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번 무릎을 친 것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캐리비안 지역에 대한 뉴스를 보도할 때가 되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르게 하여 진지하고 엄숙해보이는 듯한 몸가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소개하는 뉴스의 특성에 따라 앵커의 자세도 자연스럽게 그에 맞춰 연출해내는 모습을 보고..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별로 뉴스를 보지 않고 지냈었는데, 이제 이사가면 티비를 좀 시청해야겠다.  인터넷에 유선티비까지 설치해서 3월부터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는데, 티비는 7월에야 구입하고, 그때부터 티비 시청료를 냈지만.. 9월 7일이 된 오늘까지.. 우리가 티비를 본 횟수는 딱 한번.  티비를 연결하고 잘 작동하는지 확인한 날 이후.. 한번도 티비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

이사가면 티비를 좀 더 열심히 봐야겠다.  시청료, 유선방송료.. 모두 내고 있는데.. 그래도 보는 시늉이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