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살이 중 피할 수 없는 어려움, 거미와의 사투 (혐오사진 주의)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0. 19. 18:46

어린 아이나.. 임산부 노약자는 이 포스팅을 보지 않으시기를 권합니다. 

... 그런데 내가 임산부라는..  ^^;;;

영국살이 중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참 많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거미가 그 중 하나이다.  

2007년 처음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기숙사 창문에 기어가는 엄청 큰 크기의 (4cm는 족히 되었던 것 같다!) 벌레를 보고 기겁을 한 나는, 옆방 남자애를 불러다가 저거 도대체 뭐냐고, 저거 좀 어떻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더랬다.  네덜란드 출신이었던 그 남자애는 나를 아주 이상한 사람 보듯이 보면서 저건 거미라고... 거미를 잡아서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처리를 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처음으로 그렇게 큰 거미를 보고 충격, 그리고 거미에 놀란 나를 너무 이상하게 바라봤던 그 남자애의 표정에도 충격.. ㅠㅠ 그래, 그는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다..  언제나 집에서 벌레가 나오면 "꺄악!!! 아버지!!! 벌레 좀 잡아주세요!!!" 라고 소리치면 벌레를 잡아주시던.. 그런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던 것..  (아버지도 늘 "야, 내가 니 벌레 잡아주는 사람이냐?! 니가 좀 잡아!!" 라며 늘 나를 타박하시긴 하였다).

한달 전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오고, 이 집은.. 가든이 있는 집이다 보니 거미를 비롯한 수많은 벌레들의 침입은.. 피할 수 없는 일..  각오는 하고 있었으나.. 어딜가나 집안 구석 한 켠에는 늘 거미가 자리잡고 있다.  큰 놈부터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새끼 거미들까지.. ㅠㅠ 남편을 불러서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서.. 이제는 나도 작은 놈들은.. 남편에게 그들의 존재를 보고하기만 할 뿐, 눈 감고 모른척을 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저께는 급기야 그렇게 지나칠 수 없는 큰 녀석이 거실 한 가운데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게 아닌가! 

꺄악!!  그 순간.. 나의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어느새 나는 소파 위에 올라가서 거미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대체 나는 전생에 벌레였던가, 아니면 벌레잡는 사람이었던가.. 왜 이렇게 벌레만 보면 온몸이 자지러질듯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ㅠㅠ 남편에게 얼른 전화를 해서 나 이 거미 어떻게 하냐고 ㅠㅠ 그랬더니 남편은 자기 신발을 거미에게 던지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거미를 맞추지 못 할 것인데, 신발을 가지러 가느라 거미만 거실에 두는 것도 불안.. ㅠㅠ 정말.. 그 때는.. 테이블에 있던 생수를 한통 다 그 거미에게 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카펫 바닥인 이 집에 물난리가 날 것이므로 그것도 방법이 아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쿠키 박스.   얼른 그 박스를 비워내고 그 박스를 거미위에 재빨리 덮어서 거미를 가두기로!  그렇게 저 거미는 아래와 같이 갇힌 채 Tintin의 퇴근시간까지 굶주려야 했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특히 임신 중에 거미의 출현은 너무 위험하다.. 혹시라도 내가 갑자기 너무 놀라서 넘어지거나 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오바스런 상상에 나는 당장 거미잡는 도구를 구입하기로 결정, spider catcher를 검색했다.  영국에 처음 왔던 당시, 티비에서 선전을 엄청 하던 희안한 도구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거미잡는 도구였다.  영국 사람들은 거미나 벌레를 봐도 잘 죽이지 않고 왠만하면 손으로 잘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 준다.  그러나 나처럼 거미를 무서워 하는 사람도 있는 법.  그리고 일일이 손으로 직접 잡아서 거미를 내보내는 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으니.. 티비에서 거미를 이 거미잡이로 잡아서 야외로 보내주는 광고가 그 당시에는 꽤 자주 나왔다.  난 그렇게 광고에서조차 거미를 보는 것을 거북해하고는 하였는데.. 결국.. 내가 이렇게 거미천국 영국에 살게 되다니 ㅠㅠ

어쨌든 그렇게 검색한 거미잡이 도구.  다양하고 방대하다.

없는 것 빼고 모든 게 다 있는 영국의 Argos에서 검색하니 하나에 10.99 파운드.  만오륙천원 하는 돈이다.  당장 주문!

"몽실, 뭐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Tintin에게 전화가 왔다. 

"응, 나 밥 먹고 오랫만에 블로그 쓰는 중~" 이라고 하자

"이번엔 뭐에 대해 써?" 라고 묻는다. 

"거미와의 사투.. ㅋ 혐오사진 주의라고 해서 쓰고 있는 중이야.ㅋ"  웃음..  그러자 우리 남편,

"뭐가 혐오사진이야~ 거미사진이지~" 이라고 한다. 

그의 이런 접근이 나는 마음에 든다.  나에게는 그저 무서운 발 여럿 달린 벌레같은 거미이지만 Tintin은 거미는 그저 거미라고.  어쨌든 거미잡이 빨리 주문하라고, 여러 살생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라고.. 

그렇다.  쫓아내면 또 들어오고 또 쫓아내면 또 들어오겠지만.. 그래도 유익한 곤충을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주는 것이 좋지.  얼른 거미잡이를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