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오늘은 너로 정했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4. 07:14

오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이번 주 처음으로 틴틴이 집에 와서 점심을 함께 먹는 귀한 날이었는데, 그 점심 식사 중에 갑자기 찾아온 K님의 전화!  밥을 먹다 그의 전화를 받고 나니.. 먹던 밥이 모두 체하는 것만 같았고, 먹고 나서도 답답하고 뭔가 편치가 않았다.

나의 나쁜 습관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푼다는 것. ㅠㅠ 그래서 감자칩을 한봉지 먹고, 방울토마토도 한봉지 먹고, 내가 요즘 꽂힌 웨이트로즈 스낵믹스도 조금 내어먹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급기야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가면서 산책을 했다. 

게다가 오늘따라 아이는 오후 낮잠을 더더욱 자지 않는지.. 안 자고 버티는 탓에 아이가 너무 피곤해질까봐 어쩔 수 없이 또 업어 재우고야 말았다.  그렇게 정신도 몸도 힘든 날이었다. 

그래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서, 파인애플과 라스베리로 디저트를 먹고도 나는 또 과자를 꺼내먹었다.  오늘은 바로 너, 토피 팝콘!

지난번 장을 보면서 1파운드 (1450원) 세일 중이라 비상용으로 하나 사 둔 것을 급기야 뜯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볼에 담아 먹었는데, 먹고, 또 먹는 바람에 170g이나 되는 한봉지를 거의 다 먹은 듯.. 이게.. 중독성이 엄청 강해서 틴틴과 나는 연애 중에 이 과자를 '마약과자'라고 불렀었다. 

거실 조명 때문에 과자 색이 좀 이상하게 보이는데, 아주 잘 튀겨진 봉긋봉긋한 팝콘에 영국의 카라멜 종류 달코미 디저트인 토피가 코팅된 것이다. 

맛은, 영화관에 판매하는 달콤한 팝콘의 고급버전?!  뒷면을 보면 유전자조작옥수수도 아닌데다가, 인공색소도 없고, 심지어 채식주의자에게도 적합하다고 ㅋㅋ 

사실 전에 먹던 한국과자 "뻥이요"를 먼저 내어먹었는데, 뭔가 그 맛과 향이 인공적이고 별로라 안되겠다 싶어 이 토피팝콘을 꺼내들었다.  한입 먹는 순간.. 정말.. 순수하게 고급스런 설탕이 코팅된 심플하면서 풍성한 그 맛의 향연에.. 손을 멈추지 못하고 먹고 또 먹어 결국 한봉지를 거의 다 먹다시피 해버렸네.

예전에 틴틴과 저 과자를 '마약과자'라 부르며 먹을 때.. (틴틴은 아마 기억 못 하겠지만) 이 과자는 반드시 두명 이상이 함께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뜯었다 하면 끝내게 되는 그 강한 마력 때문에 기왕이면 둘이 나눠 먹어야 혼자서 다 먹지 않게 되므로.  

그랬던 그 과자를..오늘 나는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는 핑계로 잔뜩, 아주 잔뜩, 많이 먹어버렸다.  그리고 입가심으로는 따뜻한 우유한잔~

(오늘의 이 폭풍 포스팅도 오후 스트레스의 여파로 인한 "배출욕구" 발산인 것 같다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