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옥스퍼드 여행

영국 옥스퍼드, 유모차로 여행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16. 05:26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이름 앞의 옥포동은 바로 옥스포드 (옥스퍼드) 지명을 한국식으로 옥포동이라 줄여 부른 말이에요.  블로그를 개설하던 당시 '몽실언니'라고만 하고 싶었는데,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라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제가 옥스퍼드에 살고 있을 때라 옥스퍼드에 사는 이들이 옥스퍼드를 줄여서 곧잘 부르는 '옥포동'이라는 은어를 앞에 붙여 옥포동 몽실언니라 이름지었죠.  

이렇게 옥스퍼드에 살던 몽실언니는 결혼을 하면서 옥스퍼드에서 버스로 20분 가야 하는 아빙던이라는 동네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옥스퍼드를 가려면 남편의 차로 가거나 (아직 제가 운전을 못해서 ㅠㅠ) 제가 버스를 타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옥스퍼드 유모차 여행객이 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옥스퍼드에 유모차를 갖고 가게 될 때의 겸험에 대해 이야기드리려 합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오래된 중세도시이자 늘 관광객이 넘치는 옥스퍼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다니기에 크게 불편함이 크게 없습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일단 아빙던에서 버스를 타고 옥스퍼드를 갑니다.  차로도 20분밖에 걸리지 않고, 버스로도 20분 걸리는 곳이지만 아빙던과 옥스퍼드 사이에는 짧게나마 고속 주행 구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 괜히 긴장되는 마음이 들지요.  혹시라도 고속주행 중에 아이가 큰 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어요.  버스를 타고 내릴 때면 버스 기사분들이 이렇게 버스의 차체를 낮춰서 유모차가 올라가기 편하게 해주십니다.

제가 이용한 버스는 Oxford Bus Company라는 회사의 버스인데요.  이 회사의 버스에서는 애플페이, 안드로이드 페이,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체크카드 등등 무접촉 (contactless) 지불이 되는 모든 매체로 버스비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금도 되구요.  현금을 내면 아저씨가 돈을 거슬러주시지요. 

버스에는 기본적으로 유모차 자리가 하나 있고, 휠체어 자리가 하나 있어요.  아래 사진은 지난주 수요일에 옥스퍼드에서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인데요.  그날은 갈 때도, 올 때도 이미 유모차 자리에 다른 유모차가 자리잡고 있어서 저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에 아이 유모차를 세워 왔어요.  

휠체어 자리 옆에는 아래처럼 "정차" 버튼이 달려있어서 아이가 자꾸 손을 뻗어 단추를 누르려는 탓에 아이 말리느라 혼났네요. ㅋ

옥스퍼드 시내에 도착하면 저는 일단 John Lewis 백화점이 있는 West Gate 쇼핑몰로 갑니다.  웨스트게이트는 꽤 오래된 작은 쇼핑몰이었는데, 작년에 대대적인 공사 끝에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굉장한 쇼핑몰이 되어 작년 10월 말에 오픈했답니다. 

최신 쇼핑몰인 만큼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요.  수유실과 기저귀 교체실은 2층에 있으니 도착하자마자 2층으로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아래와 같은 통로로 갑니다.  건물 입구 이미지에 네번째가 기저귀 가는 곳, 다섯번째가 바로 수유실 안내그림입니다.

그리로 들어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곳이 나와요.  우측에 휠체어사용자를 위한 화장실 하나, 그리고 그 앞으로 세 곳 문이 있는 곳이 기저귀 교체실입니다.  그 맞은편에는 넓은 의자도 있어서 잠시 앉아서 쉬거나 다른 사람을 기다릴 수도 있죠. 

기저귀 교체실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생겼어요.  아래 사진은 가장 좁은 기저귀 교체실이라 좀 답답해요.  휠체어 화장실 바로 왼쪽의 기저귀 교체실이 가장 넓습니다.

왼쪽 부분에 아이를 눕혀놓고 기저귀를 가면 되요.  그리고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좌변기도 하나 있어서 아이 기저귀 갈고 저도 볼 일을 볼 수 있어요.  유모차 탄 아이와 단 둘이 외출일 때 아주 유용하죠!

기저귀를 뽀송뽀송하게 갈고 나면 수유실로 갑니다.  가끔은 수유를 먼저 한 후에 기저귀를 갈기도 하구요.   그 순서는 그 때 그 때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수유실은 하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제껏 단 한번도 다른 사용자가 있어서 기다려야 했던 적은 없어요.  수유실에는 의자가 두개예요.  위와 같은 일반 의자가 하나 있고, 최근에는 아래와 같이 넓은 수유전용 의자가 또 하나 설치되었어요. 

아래의 의자를 한번 써봤는데, 앉고 일어나기가 좀 불편해서 그렇지 일단 기대어 앉으면 수유하기가 생각외로 편했어요.  그러나 지난주에는 남편 없이 혼자였기에 일반적인 의자에 간편하게 앉아서 짧게 수유를 하고 나왔어요.

자, 이제 수유도 하고 기저귀도 갈았으면 옥스퍼드를 나가서 슬슬 돌아다녀볼게요. 

놀랍게도 유모차로 다니기에 정말.. 큰 불편이 없습니다.  인도를 오르내릴 때마다 있는 턱들은 이미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해 경사지게 깎여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거든요. 

웨스트게이트에서 나와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쪽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인데요.  시내 길인데 사거리의 모든 코너에 있는 인도가 도로와 높이 구분이 없이 평편하게 깎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유모차로 다니기에도 불편이 없어요.  

오히려 불편이라면 너무 오래된 작은 골목에 바닥이 울퉁불퉁할 때.. 그런 구간이 좀 불편하지요.

저 날은 잭을 데리고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메도우로 가봤어요.  지난 글에 제가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관광객 입구 뒷쪽으로 커다란 녹지 (메도우)가 있는데 그곳이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라 말씀을 드렸는데요, 바로 그 메도우로 가보겠습니다.

관광객 전용 입구로 가는 길이자,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메도우로 가는 길.  아이 유모차 뒤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가 보이고, 그 앞에 작은 화단은 War Memorial Garden, 즉 전쟁기념가든입니다.  아마 영국의 내전을 말하는 것 같아요.  내전 당시 이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 왕이 피신해서 궁으로 사용했었거든요. 

자, 아래가 바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관광객 전용 입구입니다.  줄을 선 관광객이 보이시죠?  저 줄이 관광 성수기인 여름에는 아주아주 길답니다. 

바로 저 오래된 칼리지로 들어가는 곳도 모두 휠체어/유모차를 위한 경사구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아래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넓은 메도우를 끼고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요.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관광객 전용 입구 앞에 아이 유모차를 놓고 사진을 찍어봤는데, 막상 사진으로 보니 건물이 또 달라보이네요.  실제로 볼 때 보다 더 멋있어 보입니다. :D

바로 아래 사진은 관광객 전용 입구 바로 맞은편에 나 있는 산책로인데요,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옥스퍼드 학생들이 조정 훈련을 하는 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에서 놀고 있는 거위와 오리, 백조들을 만날 수 있지요.

이 날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스쿨 (대학교가 아닌 초/중학교) 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야외 활동을 나왔어요.  아래에 교복을 입을 어린이들이 보이시나요?  놀라운 것은.. 어린아이 8명에 인솔교사가 3명이더라는..  그건 아마 옥스퍼드에서도 가장 좋은 사립학교 중 한 곳인 학교에 딸려있는 어린이집이라 더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영국은 어린이집 자체가..일반적으로 아주 비쌉니다.  한달에 100만원 이상이 들죠.  대신 교사 대비 원생 수가 아주 적은 편입니다.  특히 한국이랑 비교할 때요. 

바로 이렇게 오래된 칼리지에서도 칼리지 인근의 왠만한 턱들을 모두 없애뒀어요.  아래에 우측 통로를 보시면 흙으로 경사면을 없애놓은 게 보이시죠?  그리고 그 우측에 잘 보시면 전동차를 탄 한 여자분이 우측에 배낭을 맨 남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 중이에요.  그러니.. 유모차도 이렇게 옥스퍼드를 다니는 데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저희는 메도우 산책은 길게 하지 못했어요.  바람이 너무 불어서 아이를 데리고 오래 있기가 불안해서요.  자리에 앉아서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 부부와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아이와 함께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죠.  

나오는 길에 War Memorial Garden이 너무 예뻐서 다시 한장 찍어줬어요.  이런 이쁜 가든도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다소 황량해지겠죠. 

이렇게 유모차로 옥스퍼드를 다녀오면.. 아무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많이 긴장돼요.  아이와 함께라 어떤 상황이 어디서 펼쳐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항상 무사히 잘 다녀왔고, 그 때마다 참.. 옥스퍼드라는 도시가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니기에도 잘 되어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감사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옥스퍼드를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좀 더 드리자면,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위에 알려드린 West Gate 쇼핑몰이 가장 신식 화장실/기저귀교체실/수유실을 갖추고 있고, 거기까지 가기에 멀다 싶으시면 Debenhams나 M&S를 이용하셔도 되요.   되도록이면 West Gate 쇼핑몰이 가장 신식이고 카페도 잘 되어 있고, 식당도 많으니 여기를 이용하시는 게 가장 편하실 거예요. 

다른 것보다 옥스퍼드나 그 외의 영국에서도 유모차를 가지고 길에 다니면 양보를 많이 받아요.  길을 건널 때나, 어디 입구에 들어갈 때나.. 버스를 타고 내릴 때나.  요즘의 한국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영국은 그렇다 보니 길에서 유모차를 갖고 쇼핑을 하거나 여행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 편의시설이 좋아져서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들이 생활하고 여행하기에 불편이 적어지는 때가 어서 오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옥스퍼드에서 저희가 좋아하는 펍에 대해 올려볼게요.  그리고, 저희 아이 이야기도 계속해서 올릴거구요~  

그럼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