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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Oxfam 채러티샵 쇼핑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1. 06:01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아이를 재우러 시내로 나갔다가 채러티샵 (charity shop)에 가서 쇼핑을 하고 왔어요.  채러티샵은 한국으로 치자면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이에요.  특정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 기구들을 ‘charity (자선단체)’라고 부르는데요, 이 채러티들이 기금모금을 목적으로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 등을 판매하는 곳을 채러티샵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아주 유명하면서 영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채러티샵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Oxfam인데, 저는 오늘 잭과 함께 아빙던 시내에 있는 Oxfam 의 샵에서 쇼핑을 하고 왔습니다.  

옥스퍼드를 여행하시는 경우 옥스퍼드 시내의 관광안내소 바로 인근에 있는 Oxfam이 세계 옥스팜 제 1호점이랍니다.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이 옥스팜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큰 채러티입니다.  국제구호활동도 많이 하고 영국내 빈곤퇴치운동과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하구요.  한번쯤 들러보실만한 곳입니다.  
자, 우리는 아빙던 시내의 꽤 오래된 건물의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옥스팜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이렇게 옷/신발/모자를 팔고 있어요.  누군가가 쓰던 물건을 기증받은 것도 있고, 상점에서 판매되지 않은 새물건을 기증한 경우도 있어서 잘 고르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지요.  예전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Marks and Spencer의 100% 캐시미어 스웨터 새 제품을 채러티샵에서 단돈 12파운드에 (만팔천원) 건지셨답니다.  

저는 채러티샵에 들어가면 항상 그릇을 먼저 살핍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릇을 먼저 보게 되더라구요.  

그릇들이 정신없이 쌓여있는 것이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가끔 잘 살펴보면 좋은 물건들도 꽤 됩니다.  마치 벼룩시장에서 중고 명품을 찾아내는 그런 재미를 보실 수 있죠.  아래의 파란색 접시는 파스타접시인데, 완전히 새 물건이에요.  이런 이쁜 새접시들이 하나에 단돈 0.99파운드, 한국돈으로 약 1400원정도네요. 

뒤를 뒤집어보니 이탈리아 그릇이라고 되어 있네요.  

오븐요리용 용기들을 항상 눈여겨 보는데 오븐용기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컵과 세트네요.

음.. 괜찮은데..? 하며 뒤를 뒤집어보니~ 한국에서도 유명한 웨지우드 제품이래요.  컵도 오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오븐에 굳이 넣을 일이 없겠지만요. ^^;

저희는 tea pot 도 없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티팟이 있는지도 항상 살피죠.  음.. 좀.. 할머니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것 발견!  가격도 8.99파운드, 상당히 저렴하죠?!  

보통 이런 크기의 티팟은 적어도 20-30파운드씩 하는데, 이런 채러티샵에서만 이런 것들을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이 물건도 쓰던 물건이 아닌 아예 새물건이었어요.  어디 제품인고 뒤집어보니 Royal Douton 의 제품이네요.  여기도 영국의 유명한 도자기 회사이지요. 

아주 마음에 쏙 드는 것도 아니고, 아직 잭이 어려서 티팟에 티를 우려내 마실 여유도 없고 하니 일단 패스합니다. 

요즘 채러티샵을 들르면 저랑 틴틴은 항상 액자를 살펴요.  집에 걸만한 괜찮은 그림 없나 하구요. 현재 저희집 벽들은 텅텅 비어있는데, 부엌에만 제비꽃 그림 액자가 두개 걸려있어요.  그 둘도 모두 채러티샵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이지요.  이틀전에도 다른 채러티샵에서 작은 액자를 세개 구입해왔어요.  그것들은 현관 입구와 1층 욕실에 걸어두었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구경시켜드릴게요~  각설하고, 오늘 들른 옥스팜 샵에서 구경한 액자들을 보여드릴게요.  괜찮은 것들이 제법 있었는데, 그 중 제 마음에 든 것은 바로 아래 그림이었어요. 

가격표 보이시죠?  2.99파운드.  4500원돈입니다.  저는 저 가격표를 5.99라고 착각하고 사 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2.99여서 더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저 액자와 함께 오늘 옥스팜에서 구입한 물건들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용 무민 가방과 2019년 무민달력, 그리고 이쁜 그림 액자. 

그리고, 말린 바나나칩 2봉지.  저는 분명히 망고 한봉지와 바나나 한 봉지를 집어왔는데, 망고 코너에 누가 바나나봉투를 넣어뒀나봐요.  집에 오니 바나나만 두 봉지였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 저녁에 벌써 틴틴과 간식으로 바나나칩 한 봉지를 다 먹어버렸거든요. ㅋ

정말로 말린 바나나예요!  쫄깃쫄깃 맛있어요!

계산을 기다리며 뒤를 슬쩍 보니 바닥에 우풍방지용 쿠션도 팔고 있었어요.  가격도 싸고 무늬도 이뻤으나 겉 커퍼 지퍼부분이 조금 튿어져 있어서 사오지는 않았습니다.  이걸 어디에 쓰냐면 문 아래로 들어오는 우풍을 막기 위에 문 앞에 놓아두는 거예요.  영국은 ‘문지방’이 없어서 문 아래와 바닥 사이로 우풍이 꽤 들어오거든요.  다음에 이 우풍방지용 쿠션도 소개해드릴게요~

오늘 득템한 액자를 깨끗이 닦아 벽에 걸어보려고 하니 우리 잭이 마구 울어댔습니다.  보고, 만지고 (빨고) 하고 싶은데 제가 바로 치워버려서요.  애가 하도 울어대니 그래그래, 너도 좀 보거라 하고 바닥에 그림을 내려줬는데, 2초 후 “빠지직!” 하며 앞 유리가 깨져버렸어요.  저희 잭이 한손으로 그림 위를 누르며 제 체중을 다 실어버렸거든요.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 않았고, 유리만 깨어졌어요.   바로 이렇게...ㅠㅠ

사람 마음이 참 웃긴게, 꽤 마음에 들어서 사온 그림이었는데, 유리가 깨지고 나이 “엄청 마음에 들었는데 유리가 깨져버린 그림”처럼 여겨지는 거예요.  이 액자 속 그림은 단순 프린트가 아니라 진짜 유화로 그려진 그림이라 더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단돈 3파운드에 진짜 그림이 들어있는 그림액자를 구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 액자가 빠지직 깨져버리니 얼마나 속상하던지.. 이 이야기를 저희 언니에게 했더니 그림은 유리 없이 거는 게 더 이쁘니 유리를 빼면 된다고 이야기해줘서 마음이 풀어졌어요. 

일단 유리를 빼는 일은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하기로 하고, 일단은 유리가 깨진채로 벽에 걸어뒀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채러티 쇼핑을 마치고 왔습니다.  저희 잭은 물건을 계산할 때쯤 되어서 잠에서 깨어 가게 아저씨와 이야기도 나누고 (아저씨 혼자 잭에게 말을 걸었지만 ^^;)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런 채러티샵에서 남이 쓰던 물건, 혹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을 뭣하러 사나 싶지만 영국에 살다보면 이 채러티샵 쇼핑은 영국인들 생활 아주 깊숙히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됩니다.  저도 영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채러티샵 쇼핑을 즐기게 되구요.  영국에 놀러가시는 분들, 꼭 한번 채러티샵을 둘러보세요.  잘 정돈되고 관리되는 벼룩시장을 구경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러다 나름 맘에 드는 물건을 찾으면,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쓴 돈이 어딘가 좋은 데 쓰인다고 생각하면 기분도 좋아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