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비자급행료가 1500만원? 비자신청방법에서 엿보는 영국의 시장자본주의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17. 09:00

오늘 몽실언니의 중요한 일정은 영국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일입니다. 여러 비자 종류 중에 제가 이번에 발급받은 비자는 '배우자' 비자입니다.  가족 비자 중에서 '배우자' 카테고리로 지원하는 것이지요.  

이전까지는 늘 학생비자를 발급받았던터라 비자 문제가 비교적 쉬웠습니다.  학교가 공식적 비자 '스폰서'가 되므로, 온라인으로 작성한 폼을 출력해서 학교 직원에게 한번 검토를 받고, 최종본을 사인해서 출력하면 학교가 직접 우편으로 영국 Border Office (보더 오피스 - 이민국)로 저희 서류를 보내고, 비자가 발급되면 서류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식이었습니다.  학교의 비자 담당 직원이 저희 서류를 미리 한번 검토해주므로 서류 작성에 약간의 실수나 오류가 있어도 직원에게 바로 바로 질문도 할 수 있고 조언도 들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그저 돈이 들고 귀찮은 행정업무였지요. 

새로운 비자타입을 신청하는터라 이번에는 시작부터 떨리고 서류 준비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였습니다.  내가 정확한 비자 카테고리를 선택한 것이 맞는지부터, 질문 문항이 애매한 경우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볼 곳이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영국 내에 이런 비자 대행서비스를 해 주는 곳이 있지만 어제 찾아보니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비용만 자그마치 800파운드!  백만원이 넘는 돈을 받는다고 하네요.  배우자비자 발급 비용 자체가 800파운드인데, 그만큼의 비용을 또 서비스 대행에 쓰다니!!  저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ㅠㅠ  

얼마나 무지막지한 서류 작업이 필요하길래 이렇게 비용이 비쌀까?  신청서를 다운로드 받으니 자그마치 81장!  허걱.. 이걸 어떻게 다 쓰나.. 겁을 먹었으나 서류를 한장한장 넘겨보니 어려운 내용이 없습니다.  영국 내 비자서류 준비 및 신청 과정, 어렵지 않아요~~  아래는 제가 준비한 신청서와 관련 서류입니다.  윗쪽 서류뭉치가 신청서이고, 아랫쪽 뭉치가 온갖 증빙서류 입니다.  무지막지하죠?  보기에는 그렇지만 한나절을 차분히 앉아서 서류를 하나 하나 작성하다 보면 왠만한 내용은 다 작성할 수 있으며, 필요한 서류 (재정증명, 영어능력 증명 등)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들 뿐입니다. 

영국 내에 이미 체류하는 중에 비자를 신청할 경우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 세가지 방법을 보면 영국 사회의 특성이 드러나서 재밌습니다. 

1. 우편으로 신청:  온라인으로 서류 작성 후 우편으로 접수 - 비자 발급까지 최소 두달 이상 소요.

- 소요비용: 비자신청비와 건강보험료. 

2. 프리미엄 서비스로 신청:  신청서를 출력하여 작성한 후, 미리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프리미엄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여 당일 인터뷰 및 당일 지문정보 및 사진 촬영.  비자 발급 결과를 당일 알게 되며, 거주증 카드 발송에 드는 우편발송시간만 소요.  약 7-10일.  

- 소요비용: 비자신청비, 건강보험료 + 급행 추가비용: 590파운드 (2017년 4월 현재).  기본 비자비용에 약 84만원 비용 추가 소요. 

이 두가지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는 비용입니다.  우편으로 신청할 경우, 비자신청비 외에는 다른 비용이 들지 않으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500파운드의 급행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아래는 제가 이용한 Birmingham Solihull 지역의 프리미엄 센터

비자를 신청하게 될 경우 신청당일부터 수령일까지 여권이 영국 당국에 묶여 있게 되기 때문에 여행일정이나 기타 개인적 사정이 있을 경우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면.. 돈은 들지만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3. 수퍼 프리미엄 서비스:  방문서비스.  배달부가 직접 방문하여 신청서와 서류를 받아가며, 프리미엄 서비스 직원이 직접 와서 신청자의 지문과 사진, 서명을 받아감.  방문장소와 시간은 신청자가 원하는 대로.  월요일에서 금요일 사이 낮부터 오후 3시까지 가능. 

- 소요비용: 비자신청비, 건강보험료 + 완전 급행료 10,500파운드! (약 1500만원)

참고자료: https://www.gov.uk/ukvi-premium-service-centres/use-the-super-premium-service

이런  "수퍼 프리미엄" 서비스는 언제부터 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비자 서류 준비를 하면서 그 존재 여부 자체를 처음 알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영국, 특히 런던에는 세계 각국의 부호들이나 그 자제들이 들어와 사는 경우들이 있으니 그런 이들에게는 저런 한국돈 천오백만원 정도는 큰 돈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수퍼프리미엄 서비스는  최대 4명의 지원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맥시멈 10명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양가족이 많아서 지원 신청 인원이 많거나 하는 경우나 '이동성'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등 개인적 상황에 따라 돈만 있다면 이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제도겠지요.  저희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신이지만.

한 나라에 거주하기 위한 비자신청방법에서도 '가격'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잘은 몰라도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대륙 국가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제도 방식입니다.  

이들 유럽 대륙 국가들에 비해 영국은 늘 "영미"로 분류되어 자유주의적 시장주의가 더 강한 나라로 여겨집니다.  확실히 이런 자유주의적인 마인드가 사회에 깊이 자리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비자 서비스 종류에서 보이는 것은 얼만큼의 돈을 내느냐에 따라 다양화 되어 있는.. 한편으로는 너무 비싼 수퍼프리미엄 서비스로 인해 위화감이 들 정도이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 싶은 때가 많습니다.  가끔씩은 너무 '불필요'할 정도로..  영국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세금으로 운영하여 입원하게 될 경우 치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데, 이런 병원에 입원하게 되더라도 매 끼니 마다 식사 메뉴를 뭘로 할 것인지 다양한 메뉴 중에서 일일이 환자 본인이 선택하게 합니다.  메인 식사는 뭘로 할지, 사이드는 뭘로 할지, 심지어 디저트는 뭘로 할지.  나중에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기게 될 경우 (?!!) 식사 메뉴 사진을 찍어서 올려볼게요.  아플 때 그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정말.. 짜증이 올라옵니다.  아프면 입맛도 없거니와.. 그다지 건강해보이는 병원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얼마전 한국의 학교급식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영양이 부실한 것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영국의 병원식사도 늘 재정절감을 위한 대상으로 여겨져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지요.  언제 기회가 되면 영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적어보도록 할게요.  이런 뿌리깊은 자유주의적 국가에서도 건강에 대해서는 전국민의료시스템으로 무상의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랍니다.  그럼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