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외국손님 초대 첫 집들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0. 23. 17:00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같이 모였을 때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둘 것을 그랬다. 

남편의 전 회사 직장 동료들을 결혼식 날에야 처음 만나고, 7개월이 지난 지난 금요일에야 두번째로 만났다.  남편의 전직장 running club에서 달리기를 함께 하며 친해진 이들로, 남편이 전 직장에서 1순위 정리해고 대상이 되어 실직이 되었던 당시, 남편을 위로해주고 챙겨주고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남편을 초대해주며 남편에게 힘이 되어줬던 고마운 이들이었다.  몇번이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여자친구인 나도 함께 데려오라도 했지만 매번 논문 핑계, 건강 핑계로 (핑계가 아니라.. 논문때문에 시간이 없고 몸이 안 좋아서 무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ㅠ) 모임에 가지 못했다가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야 그 친구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났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나, 지난주 금요일에야 우리집으로 그 모든 이들을 초대하여 이사 후 첫 집들이를 개최하였다.

장을 보는데만 온갖 할인과 바우처를 써서도 140파운드는 쓴 것 같은데, 추가로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여러번 장을 더 본 것을 생각하면 거의 200파운드는 쓴 것 같다.  참석한 인원은 6명의 손님에 남편과 나까지 포함하여 8명인 것을 생각하면 이건 뭐.. 이 모든 인원이 밖에서 식사하는 값보다 오히려 좀 더 나가는 비용이다.  그래도.. 고마운 이들이고 늘 그 마음 전하고 싶었던 만큼.. 정성과 마음으로 이들을 초대하여 한끼 대접하는 데에 의의가 있으니 그 돈이 아깝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집들이 음식용으로 어마어마한 장을 본 사진을 올려뒀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외에도 추가 장을 두번은 더 봤다.  그 두 번의 장은 모두 자그마한 것들이어서 20파운드, 30파운드 정도의 장들이었기는 했다.  아무튼 그 많은 재료를 갖고 내가 준비한 음식은.. 거의 내 결혼식 저녁 리셉션용으로 만들었던 음식들과 동일했다. 

전채: 

디종 겨자소스를 곁들인 무쌈말이와 유부초밥

메인:

  • 새콤달콤 씨겨자소스를 곁들인 저수분 돼지고기 수육과 샐러드
  • 잡채
  • 간장/마늘 소스에 졸인 닭봉
  • 감자샐러드
  • 매콤한 독일식(?) 냉파스타

디저트: 

과일 (수박, 포도, 딸기)과 유기농 바닐라 아이스크림!

사실 다른 디저트도 준비했는데 다들 배도 부르고 미리 녹여놓는 것을 깜빡해서 그건 내어놓지 못했다.  

아무튼.. 이렇게 많은 음식을 하다보니.. 준비하는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고.. 다시는 이런 식의 집들이를 하지 않으리오..라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하루 전날 미리 준비한 것들은 돼지고기 수육, 감자샐러드, 잡채 재료 손질 및 잡채고기 양념, 냉파스타에 들어갈 부재료 준비, 수육 소스와 냉파스타 소스 만들기였다. 

수육은.. 7중 스테인리스 두꺼운 팬에 2.5킬로의 돼지고기를 넣고 파, 생강, 양파, 통후추를 듬뿍 넣어 물 없이 약한 불에 2시간이나 올려두었다.  아래와 같이..

2시간이 흘렀을 때는 아래와 같은 비주얼.  물을 하나도 넣지 않았는데 고기 자체의 수분과 야채에서 나온 물로 팬에 흥건한 국물이 생겼다. 

고기에 물기를 빼고 식히느라 건져내고 나니,

아래와 같은 엄청난 양의 물이..!! 

이렇게 건져내서 식힌 고기들은 한덩이씩 랩에 꽁꽁싸서 하루 냉장보관.

감자 1.5킬로를 삶아서 크림치즈, 버터를 조금 넣고 으깨며, 다진 양파, 사과 듬뿍 (5개나!), 당근 조금, 건포도를 넣고 섞어섞어 감자샐러드 완성.  아래는 집들이 후에 남은 감자샐러드.  큰 통 하나와 저 아래 둥근통 하나가 나왔는데, 큰 통 하나만 다 먹고 작은 통의 샐러드는 개봉하지 못했다.  

 

냉파스타를 위한 모든 부재료도 자르고 섞어서 유리통에 준비.  파, 샬롯, 잣, 호두, 방울토마토, 슬라이스드 블랙올리브, 말린 크렌베리, 건포도. 

이렇게 준비한 부재료는 집들이 당일에 바로 삶아둔 푸실리면과 섞어서 소스와 함께 버무려주면 아래와 같은 콜드파스타 완성!

Yummy!  이 레서피의 전수자 니더작센의 장금이에 따르면 이 레서피의 킥은 파와 샬롯, 그리고 살짝 감도는 핫소스의 맛이라고.. 남은 파스타는 오늘 남편 점심 도시락이 되어 회사로 함께 갔다.

씨겨자소스를 듬뿍 넣은 수육 소스.  이 소스가 은근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소스비율은 강한 향이 없는 기름 3스푼, 식초 1스푼, 간장 1스푼, 설탕 1스푼, 씨겨자 한스푼 듬~뿍!

아래 우측병의 wholegrain mustard가 씨겨자.  왼쪽은 부드러운 디종 머스타드.  왼쪽 머스타드로는 무쌈말이에 곁들일 연겨자소스를 만들었다.  설탕, 식초, 레몬즙에 겨자를 더하여. 

미리 만들어둔 소스들은 아래와 같이 빈 병에 담아서 냉장보관.  왼쪽은 다진파가 들어있는 냉파스타 소스, 우측병은 수육 소스. 

유부초밥은 집들이 당일 준비.  혹시라도 맨밥을 싫어하거나, 파스타도 먹지 않을 누군가들을 위해.. 냉동실에 있던 유부초밥 한봉지를 꺼내어 12개 완성.  이쁘게 좀 놓아보려고 했으나.. 영 나는 소질이 없다. ㅠ 집들이에 오기로 한 크리스토스의 부인이 결혼선물로 준 접시를 쓰느라고 굳이 저 갈색 접시에 유부초밥을 놓아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만들어본 무쌈말이.  잘게 썬 파, 3색 파프리카, 무순, 잘게 찢은 게맛살, 당근을 넣고 돌돌 말아주었다.  무쌈말이를 해 본 결과 얻게된 lesson:  앞으로는 당근과 오이를 채칼을 써서 자를 것.  직접 잘게 자르는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들었고, 채칼로 자르는 것보다는 두꺼워서 작은 쌈무 안에 잘 싸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쌈무를 사서 쓰기 보다는 미리 무를 사서 직접 쌈무를 만들 것!!  쌈무가 한국슈퍼에서 너무 비쌌는데, 아래만큼 만드는데 쌈무 두 통을 썼는데, 그 돈이었으면 무 2개를 사서 쌈무를 직접 만들어서 쌈무를 두고두고 먹었을 것이다. ㅠ

그래도 쌈무가 재료 손질을 하고 쌀 때는 힘들었어도 싸고 나니.. 이뻤다.  쌈무에 들어갈 재료도 오이와 맛살 빼고는 모두 하루 전날 준비.

쌈무도 크리스토스 부인이 선물해준 작은 접시에 가지런히 놓았다. 

모든 손님이 제 때 오지 않을 것에 대비, 그리고 오자마자 밥상에 앉혀서 식사를 시작할 수는 없으니.. 다들 도착해서 와인 한잔씩 할 동안 곁들일 수 있는 올리브, 피클, 견과류도 준비.  아래의 접시세트도 결혼 선물로 지인이 선물해준 접시.  이렇게 쓰니 유용하다!  집에 있던 각종 올리브, 견과, 피클, 과자 활용하여 상을 차려보았는데, 사람들이 식탁에 앉지 않고 다들 서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참 하는 통에.. 별로 잘 팔리지 않았다는 ㅠ

이렇게 준비한 상차림~

우리집에서 가장 고가의 물품은 결혼반지도 아니고, 남편의 차도 아니고 (현재 남편 차의 value는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됨 ㅋㅋ), 바로 식탁!  평소에는 4인용인데 extension을 하면 8인용으로 확장이 되는 대형 테이블!  주전부리와 무채, 유부초밥, 그리고 디저트 볼에 감자샐러드 한스푼씩 놓고, 바게뜨를 썰어서 빵 소쿠리에 준비. 

나머지 음식들은 그 때 그 때 데우고 그릇에 놔서 준비한 바람에 안타깝게도 전체 음식 상차림 사진은 없다.  별로 미적감각이 없는 나와 남편이 차린다고 차려본 상차림.  접시가 많지 않아서 각자의 개인접시가 한 종류가 아닌 두 종류에, 이날은 우리집의 식기가 죄다 다 나왔다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7시반부터 거의 밤 12시까지 파티를 이어갔다.  대부분이 7시 45분쯤 되어서 도착했고, 8시가 좀 넘어서 잠시 들른다고 왔던 파브리스는 9시 반이 넘어서 돌아갔고, 10시반이 되어서는 아들 혼자 집에 두고 온 크리스토스 부부가 돌아갔고, 나머지는 밤 12시에..

무쌈과 감자샐러드, 유부초밥을 좀 먹다가, 돼지고기, 닭봉, 잡채를 먹고, 음식을 좀 치우고는 바게뜨/비스켓에 치즈, 과일을 먹으며 와인/주스를 마시다가 마지막으로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내어오면서 근 2시간 반에 걸친 식사를 마치고, 끝까지 남은 이들은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졸려죽겠는데 다들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아주 약간은 곤란했던 시간 ㅋ

외국친구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음식은?

잡채와 무쌈말이! 

잡채와 무쌈말이가 이리도 인기있을 줄이야!  

그리고, 내가 한가지 간과한 것은 초대한 손님들의 특징과 속성!  모두들 남편이 달리기를 하면서 친해진 이들이다 보니 다들 적당히 먹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다.  술도 남고 음식도 남고.

그래도 음식은 맛이 좋았는지 파브리스가 "piggy bag"되냐고 농담처럼 말을 해서 파브리스에게도 잡채 등을 한통 싸주고, 나머지 모든 손님들에게도 음식을 한두통씩 싸서 줬다.  그리고나서도 많은 음식이 남아서 남편과 나는 며칠 동안 남은 음식을 계속 먹어야 할 듯.  

피곤하고 힘든 이틀.  그리고 처음으로 영국에서 남편 친구들만 모이는 자리에 함께 한 자리.  내 친구들 모임에는 남편이 자주 가줬는데, 남편 모임에 내가 껴보니.. 뭔가 또 새로운 기분이었다.  늘 불평불만없이 즐겁게 내 모임에 참석해준 남편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남편 모임이다 보니 나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고 재미도 덜 했기 때문에..  

그래도.. 모두 좋은 사람들에, 고마운 사람들에, 남편을 위해 이 정도쯤이야.. (단 이런 정도로 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고 이미 남편에게 이야기함 ㅋ)

힘들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이젠 큰 일 치뤘으니..본격적으로 출산준비를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