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 뉴스를 보다보면 놀라는 점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12. 21:59

영국은 저널리즘이 상당히 발달해있다.  특히 뉴스를 보다 보면 감탄을 그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정치, 사회, 경제, 과학, 기술 할 것 없이 각 분야의 기자들의 높은 전문성 수준, 화면 연출력, 뉴스 진행자의 매끄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진행솜씨를 보다보면.. 정말.. 볼 때마다 매번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나는 티비를 워낙.. 안 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요즘은 빨래를 널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가끔 백색소음이 필요할 때 티비를 켜놓곤 하는데, 영국의 방송 프로라는 것이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재미있는 프로가 많이 없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뉴스 채널이 고정 채널이다. 

뉴스를 보다 보면.. 첫째로. 한국에 비해 여성 진행자가 월등히 많고, 여성 논객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요즘 자주 보게 되는 프로는 BBC 뉴스 채널에서 9시부터 하는 시사 프로는 아예 1인의 여성진행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시사방송이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상상할 수 없는 일.  과거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 이 여자분의 시사프로이다.  Victoria Derbyshire (보러가기: http://oxchat.tistory.com/160).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영국에서 훌륭한 진행과 중요한 인터뷰 진행 등으로 주요 방송상을 여러번 거머쥔 적 있는 분이라 한다. 

오늘의 Victoria Derbyshire 프로에서는 원 진행자인 Victoria 아주머니께서 무슨 일이 있으신지 다른 여자가 대신 진행했다.  주제가 가정폭력, 정신건강 (mental health) 문제여서 그런가.. 유독 여성 참여자가 많아서, 논객도 두 사람이 모두 여성이었다.  시사프로에서 여자들만 앉아있고 여자들만 출연하는 모습이라..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장면이라 더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둘째, 남성 여성의 비중이 아니고서도, 각 분야 기자로 나이가 진득한 시니어급의 기자들도 많다.  한국에서는 주요 뉴스에 나오는 논객이나 기자들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고, 나이가 들게 되면 대부분 사무실에서 관리직으로 빠지게 되지만, 여기서는 계속해서 그 분야에서 직급이 올라가서 중요도가 높은 뉴스에서는 젊은 기자들보다는 나이 있는 기자들이 아주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할 때가 많다.  또한 일기예보나 스포츠 또한 나이가 꽤 있는 남자 방송인이 진행할 때가 많다.  여자 또한 한국처럼 무조건 젊은 여자가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나이 진득한 여자가 할 때도 많고. 

셋째, 이건 꼭 방송뉴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데, 사건의 피해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다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노출되는 게 아니라, 사건의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볼 때도 적지 않게 있다.  뉴스에서도 그렇지만 라디오 뉴스를 자주 듣던 때도 그런 점에 아주 놀라곤 한다.  오늘 방송에서는 어릴 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학대하가다 어머니를 결국 죽인.. 사건을 겪은 딸이 뉴스에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고, 섭식장애, 즉 eating disorder로 극심하게 음식을 제한하던 식이장애를 앓던 대학생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뉴스에는 그 학생의 생얼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이건 영국에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범죄 가해자들의 얼굴과 신원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늘 논란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범죄 가해자들은 물론 피해자들의 신상, 얼굴까지도 가감없이 공개된다.  그러니.. 그런 피해자들이 티비에 나와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 것.  

오늘 인터뷰에 응한 아래의 여성이 바로 그 아동 및 가정 폭력/학대의 피해자. 

남편에 의해 살해된 자신의 엄마와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까지 공개했다.

아래는 식이장애를 앓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여학생의 사진.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관습인지 모르겠다.  흥미로운 주제이니 나중에 한번 알아볼만도 하다.  영국은 경찰력도 발달하고, 범죄학도 역사가 깊고, 소설도 추리물의 인기가 아주 높은 것도 참 흥미롭다.  나는 영국에 오래 살았어도 학생으로만 살다 보니 영국의 실제나 실생활,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다.  영국살이가 외롭고 지겨울 때가 많지만, 그간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으니..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책도 좀 보고.. 신문도 좀 읽고.. 뉴스도 좀 보자.. (즉, 나는 책도 너무 안 읽고, 신문도 안 보고, 뉴스도 정말.. 안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