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다 일어난 참사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23. 05:53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의 육아일기, 오늘은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다 일어난 대참사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때는 바로 어젯밤!  사고로부터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네요.  저희 잭은 요즘 (추정컨대) 이앓이 때문에 밤에 몹시 자주 깨고 있어요.  어떤 날은 잠든 후 3시간 사이에 4번 가까이 울면서 깰 때가 있는가하면, 어떤 날은 첫 3-4시간은 조용히 잘 자다가 그 다음부터 시도때도 없이 울면서 깹니다.  

어제는 바로 후자, 처음 3시간을 아주 조용히 자다가 그 뒤부터 자꾸만 깨던 날이었어요.  저는 양치와 화장실만 쓰고 아이 옆에 가서 자려고 하던 차였는데 아이가 깨서 우는 통에 침실로 뛰어들어가 아이를 겨우 안아재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는데 아이가 그 미세한 소음에 또 깨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다시 아이를 안아 재운 후 다시 조심스레 눕혀놓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살금살금...

침실에도 화장실이 딸려있는데, 그 화장실을 썼다가는 아이가 깰 것이 뻔해서 저는 아랫층 화장실을 쓰려고 방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내려가는데....!!!!  "쿵쿵쿵쿵쿵!!"  저는 그만 미끄러져 계단 4-5칸을 거의 누운채로 슬라이딩하여 내려오게 됩니다. ㅠㅠ 그리고 “쾅!” 난간에 설치된 나무 막대에 발이 걸려 부딪히고서야 미끄러지던 것을 멈췄습니다.  그 때 나무기둥이 콱! 하고 부서지며 엄청난 소음이 나고 말았죠. 

틴틴!! 나 넘어졌어!
3층 다락방 침실에서 내려오던 저는 어쩔 수 없이 1층 거실에 잠자리를 깔고 있던 틴틴을 소리쳐 부르고, 겨우 재워 눕힌 아이는 나무 부서지는 굉음에 놀라 “으아아아앙!” 하고 울며 깨버렸습니다.

항상.. 계단이 위험하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 넘어지는 일이 생길줄이야!  이건 전적으로 어떻게든 잠든 아이를 깨워보지 않으려던 마음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영국에는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집이 엄청 많아요.  집 내부에 나무로 바닥을 대는데, 비가 자주 오고 습하다 보니 나무가 습해졌다 건조해졌다 또 습해지기를 반복하다가 보니 아귀가 맞지 안고 나무도 틀어져서 바닥에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나는 거죠.  저희집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저희가 움직이다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에 아이가 깬 적이 몇번 있던터라 이번에는 아이를 깨우지 않겠노라 저는 계단에 불도 켜지 않은채 계단 안 쪽으로 살금살금 걸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제가 저희집 계단 안쪽은 계단 폭이 좁아서 미끄러지기 쉽상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나봐요.  아무 생각없이 황급히 내려오다가.. 바로 그렇게 미끄러져버린 것입니다!!!  

하필 왜 계단 안쪽에서 급하게 걸어서는.. ㅠㅠ 사실 계단 안쪽은 덜 삐걱거리지 않을까..하는 저의 (근거없는) 생각 때문이었죠.  게다가 어제는 날이 추워 집에서 두꺼운 모직 양말까지 신고있어서 발이 더욱 미끄러웠어요.  게다가 계단에 불을 켜면 그 불빛 때문에 또 아이가 깰 까봐 불도 켜지 않고 내려오다가 그만 그렇게 미끄러지게 된 거죠.  겨우 잠든 아이만 아니었다면 불을 켜고 당당하게 바닥을 걸어서 계단을 내려왔을텐데... 아니, 그냥 침실에 딸린 화장실을 썼을텐데.. ㅠㅠ 

그렇게 미끄러지던 제 발이 걸리면서 계단에 설치된 나무기둥 하나가 완전히 두동강이 나버렸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면.. 계단에 기둥 하나가 빠진 게 보이시죠?! ㅠㅠ

틴틴은 제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제 체중으로 이 나무가 부서진 것을 갖고 두어번 놀렸어요.  흥흥흥!  

사실 진짜 어이가 없는 것은.. 나무가 부서진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바로 든 생각이 “아.. 이거 수리는 또 어떻게 해..  또 집에 돈이 들게 생겼네..” 이 생각부터 들더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넘어지고나서 몸을 일으키며 제가 머리와 같은 중요부위는 다치지 않고 몸도 뼈가 부서진 곳은 없이 타박상과 근육통만 있겠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당장 수리할 일과, 그에 돈 들어갈 일부터 걱정하는 제 자신을 보며 왜 나는 내 몸보다 이 수리비에 들어갈 돈 걱정부터 하는가.. 싶어 저 자신에게 미안하면서도.. 그래도 쓸데없이 돈이 나가게 되었다는 생각에 여전히 아쉽기는 하더라구요. 

아무튼, 결국 어젯밤 저희는 아이에게 진통제를 먹였습니다.  (어찌나 안 먹으려고 버텨대던지..)  그리고 아이는 제 품에 안겨 한참을 낑낑 대며 아파하다가 약기운이 살살 돌자 편히 잠들었어요.  약은 칼폴 (타이레놀 계열 아기진통제)을 먹였는데, 약기운은 4시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지, 그 뒤로는 아이가 다시 깨서 울다 자다를 반복했지만 혼자서 아이 약 먹일 엄두가 나질 않아 그 때부터는 저도 함께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내일모레 저희집에 친구들이 놀러오는데, 그 중 한 친구의 남편이 목수라 그 남편에게 한번 물어보고 간단한 일이면 일찍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마 저 나무 기둥 수리는 아마 겨울에 한국을 다녀와서나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전에는 저걸 알아보고 사람을 부르고..등등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어쨌든.. 잠든 아이 어떻게든 안 깨워보려다가 별일이 다 있습니다.  여러분, 안전이 최고입니다.  아이가 깨더라도 부모나 다른 가족의 안전이 더욱 중요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 결국 돈도 아끼는 길이라는 메세지를 남기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즐겁고 안전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