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어느 과일광의 영국 만오천원 장보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2. 17. 14:56

저는 정말 과일을 좋아합니다.  부드러운 과일은 부드러워서, 아삭거리는 과일은 아삭거려서, 시큼한 과일은 시큼해서.. 제가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은 감이 유일한 것 같은데, 감은 달콤하면서도 그 식감이 너무 좋아요.  이런 과일광에게 영국의 과일값은 참 친절합니다.  


오늘은 칼리지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오려고 마음을 먹으니, 무거운 과일들을 좀 사서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일이 무겁다 보니 왠만하면 차 편이 편리할 때 쇼핑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아무리 과일을 좋아하기로서니 그 녀석들 때문에 제 어깨가 너무 아프면 제가 사랑하는 과일들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럴 수는 없죠.  사랑하는 나의 과일들을 원망하게 되는 일을 만들 수는 없으니, 왠만하면 마트에서 집까지 도어 투 도어로 도보 거리가 적은 날이 과일사는 날입니다.  


이 과일 저 과일.. 집어서 바구니에 담아봅니다.  과일만 샀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군것질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고 치즈과자 한봉지와 팝콘 한봉지를 함께 샀지요. 


위에 보시면 제가 산 사과는 Cox 종입니다. 영국에서는 여러 종의 사과를 파는데, Pink lady, royal gala, cox, braeburn 등 여러 종류의 사과들이 있지요.  초기에는 시큼한 맛이 약한 로얄갈라 종류를 좋아했는데, 너무 퍼석거리는 편이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콕스 (cox)나 브레이번 (braeburn) 종류를 먹게 되더라구요.  이 모든 종류들이 다 한국 사과와는 좀 다른 맛인데, 콕스나 브레이번은 푸석거림이 적고 쫀득쫀득하면서 시큼달콤한 맛이에요.  한국 사과들이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더 높으며서 아삭거림이 크고 맛있죠.  그런데 조금 뭔가 비어있는 맛?  공기가 많이 들어있는 가벼운 맛이라면, 콕스나 브레이번 사과는 뭔가 꽉 단단하게 알이 차 있는 듯한 맛인데 한국 사과같은 풍부한 과즙, 수분감은 없다는 차이가 있어요.  어떤 분들은 핑크 레이디 사과가 가장 한국 사과맛에 유사하다고 하는데, 제 입맛에는.. 너무 딱딱하면서 시큼한 맛도 강하고 껍질이 너무 질기면서.. 가격은 또 가장 비싼 편이라서 저는 왠만하면 콕스나 브레이번을 먹는 편입니다.  아.. 제가 입맛이 전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닌데다가 좋은 맛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 않은 사람이고 미각도 둔한 편인데도 과일 종류와 맛을 이렇게 묘사해내는 것을 보니 과일을 정말 좋아하기는 좋아하나 봅니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팝콘 봉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 하고 하나를 담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큰 팝콘 봉지를 사러 마트 지하층으로 내려갈 여유가 없어서 작은 봉지 하나를 사는 것으로 자제할 수 있었습니다.   팝콘 맛도 맛이지만, 이 예쁜 팝콘 봉지를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가도 이 봉지를 갖고 싶어서라도 사고 싶어지는 팝콘입니다.  

아래 보이시는 요 녀석도 제가 아주 좋아라 하는 과자예요.  그런데 비싸서 잘 못 사먹는 과자예요.  사실 그렇게 건강할 것은 없는데 뭔가 건강에도 좋은 군것질 같이 여기게 만드는 과자입니다.  여러 씨앗이 잔뜩 뿌려져있는.  바삭바삭 거리는 식감에, 치즈향에 어울어진 고소한 구운 견과류 맛이 더해져서 이 모든 조합 때문에 이 맛에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짜잔~ 요렇게 생겼지요.  이렇게만 봐도 아주 바삭해보이죠? 전 바삭거리는 식감을 정말 좋아하나봐요.  멈출 수가 없는 바삭함!!

오늘은 세일하는 라스베리가 보여서 얼른 집었습니다.  베리 종류는 비싸기 때문에 세일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사오는 편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가격을 보니 얼마 할인 되지도 않았네요.  상술에 넘어간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한두푼이라도 싼 게 어딘가.. 이 기회에 라스베리도 먹고 그러는거지.. 하며 위안을 삼습니다. 

라스베리를 포함 모든 베리 종류는 잘 씻어줘야 합니다.  조기 라스베리 안 쪽에 구멍은 물론 구석구석 틈 사이로 곰팡이나 벌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나뭇가지에 있던 동물, 식물, 곤충들의 배설물이나 곰팡이 등이 과일에 묻어있는 경우들이 있다고.  아무래도 덤불에서 자라는 열매들이라 더 그런가봐요.  그래서 깨끗이 씻어줍니다.  친구 하나는 이 라스베리의 털이 싫어서 라스베리를 안 먹는 아이가 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보니.. 흠.. 좀 징그러워 보이려고 하기는 하네요. ^^;;  하지만, 저는 과일의 외모로 과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평등주의자이니, 이런 털에는 여의치 않습니다! 

블루베리도 씻어줍시다.  조기 아래에 상한 것 하나 보이시죠?  저런 것은 골라내어 줍니다~

몇주 전부터 냉장고에 있던 플레인 요거트가 있으니, 오늘 이 베리들을 요거트에 넣어 먹기로 합니다.  보통은 그냥 막 넣어서 비벼 먹는데, 오늘은 블로그에 한번 올려볼까 싶어 이쁘게 과일을 놓아봅니다.  먹음직스러운가요?  저도 음식을 예쁘게 디스플레이 하는 것을 좀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디어가 없어서 한다고 한 게 아래 사진입니다. ^^;

남은 과일들은 냉장고에~ 넣는 게 일반적인 분들이겠지만, 저는 요거트가 좀 어중간하게 남아서 남은 것도 다 먹어치우자 싶어 위에 그릇에 담고 남은 라스베리는 요거트 통으로 직행.  그리고 남은 블루베리는 입가심용입니다.  느끼한 요거트를 먹은 입맛을 깨끗하게 씻어줄 생 블루베리. ㅋㅋ 과일 디저트에 과일로 다시 입가심을 하는, 저는야 진정한 과일광이요 프룻테리안 (fruitarian)입니다! ^^

예쁘게 담겼던 요거트도 결국 입에 들어갈 때는 이런 모양입니다.  갑자기 치아 씨드가 있는 게 생각나서 조금 뿌려줬습니다. 

깨같이 생긴 치아씨드.  땡땡님이 건강에 좋다고 사줬는데 초반에 좀 먹다가 안 먹은지 한참 되었네요.  오늘 오랫만에 요거트에 넣어 먹어보니 또 나름 먹는 맛이 있네요. 

이렇게 본 장이 11.52파운드.  지불방법은 contactless로, 아이폰 wallet에 저장된 데빗카드 (영국식 체크카드) 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영수증에 적혀있네요.  Contactless로 했다고.  영국에서는 왠만한 단말기에 신용카드나 아이폰이나 핸드폰 등을 통한 contactless 방식의 지불이 꽤 잘 이루어집니다.  영수증에서 보시듯이 와이파이 신호처럼 생긴 마크가 카드 단말기에서 뜰 때는 무조건 contactless가 되는 단말기라는 것이므로 신용카드나 핸드폰 등의 contactless 카드를 갖다 대면 단 1-2초만에 결재가 됩니다. 

11.52파운드를 지금 환율로 검색해보니 16486원이라고 나오네요.  만오천원이 넘네.. ㅠ 만오천원 장보기라는 제목은.. 틀렸네요.. 그래도 만오천원에서 천오백원 더 많으니.. 만오천원 장보기라는 제목은 넘어가는 걸로 해요~

이 엄청난 과일들이 제 방에서 과연 며칠간 살아남을까요?  땡땡님은 저에게 과일을 부엌에 갖다 두라고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제 방 과일볼에 담길 이쁜 과일들..  맛난 과일이 되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