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칼리지 가든에 찾아오기 시작한 봄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옥스포드 시내에 있는 옥스포드 대학 공원, University Park에 찾아온 봄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옥스포드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10분만 걸어오면 키블칼리지 건너편에 옥스포드 대학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공원의 입구는 여러개인데 그 중 키블 칼리지 (Keble College) 쪽 입구가 시내에서 아마 가장 가까운 입구일 것 같습니다. 이 대학공원은 대학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원이지만 지역주민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public park입니다. 이 곳은 시내와 인접하면서도 북쪽 주택가와도 인접해있어서 학생들과 지역주민이 일상적으로 찾고, 달리기를 하고, 통과하여 지나기도 할 뿐만 아니라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와서 산책을 하고 둘러볼 정도로 나름대로 큰 규모에 잘 가꿔진 공원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칼리지 가든들은 기본적으로 칼리지 멤버들에게만 개방되는 공원이다 보니 이용객이 한정적인데 (물론 시내의 유명한 칼리지들은 관광객들에게 입장을 허용하지만), 시내에 인접한 이 대학공원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공원이다 보니 이용객도 더 다양하고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기도 한 공간이지요.
봄이 오면 칼리지 정원과 다름없이 이 공원에서도 야생꽃들이 만개를 하며 봄 소식을 알립니다. 그러나 이에 더하여, 칼리지 공원들은 애완동물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공원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들 등 여러 다양한 인파들이 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커플. 개가 걸어가는 양가 길을 따라 푸른 잔디밭에 왠 쓰레기 조각들이 있는 게 보이시나요? 그것이 바로 휴지조각이 아닌, 바로 크로커스 꽃들입니다! 멀리서 보면 누가 휴지를 버려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직 다 활짝 피지 않은 야생화들.
아래에 빨간 쟈켓을 입고 산책을 하는 여성분 앞의 나무 아래 보라색 크로커스가 잔뜩 피어있습니다. 그런데 저 보랏빝이 좀 더 희여멀건한 이유는 다양한 꽃들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인데요.
짜잔~ 연노란색.. 너무 밝은 노란색의 꽃이.. 이렇게 곱게 피어있기도 하고,
보라색과 연노랑이 섞여 있는 크로커스도 있고,
이렇게 아주 샛노란색의 크로커스도 피어있고,
거의 흰색에 가까운 크로커스도 열려있지요.
그리고 노란 황수선화, 나팔수선화도 활짝 피어 있습니다. 칼리지 가든보다 더 많이 피어있는 것이.. 가려진 건물 없이 해를 더 잘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칼리지보다 아주 살짝 남쪽인데 그 영향이려나.. (그러기엔 고작 1킬로미터 정도의 거리! ㅋ) 어쨌든 칼리지 가든에서 야생화를 찍은 2월 20일 동일한 날인데도 불구하고 이 공원 안에는 수선화가 더 활짝 피어 있어요.
날이 풀리고 봄꽃들이 만개한 만큼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래 사진 우측편에 한 아이는 유모차에 또 다른 한 아이는 씽씽카에 태운 채 공원을 가로지르는 아이의 엄마도 눈에 보이네요.
아래에도 수선화 사진입니다. 뜬금없이 무리를 이뤄서 있는 듯해 보이는 수선화이지만 이렇게 멀리서 찍어보면 나름의 질서가 있는 듯 합니다. 이렇듯 너무 자연스러워보여서 마치 전혀 꾸미지 않은 듯해 보이게 꾸미는 것이 영국 정원들의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크로커스와 수선화만 있고 스노우드랍, 눈방울 꽃이 없으면 서운하죠! 공원의 북쪽 게이트 근처에는 아래 사진처럼 눈방울꽃이 그야말로 잔뜩.. 한밭가득 피어있어요. 녹색의 잎줄기 때문에 푸른 빛이 가득하긴 하지만 촘촘히 맺힌 하얀 꽃들 때문인지, 아니면 이젠 snowdrop이라는 이름을 알아버려서 그런지, 마치 하얀 눈밭을 연상케합니다.
날이 풀리니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더 많이 눈에 띕니다. 이 사진에는 흰옷 한명, 뒤에 회색옷 한명이 보이지만 저 흰 옷을 입은 사람 우측에 보면 반대방향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또 한명 아주 작게나마 보이죠? 이 뒤로도 참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기온이 10도 안팎이 되니 러너들에게도 몸을 풀어줄 시기입니다. 저도 조만간 나가서 좀 뛰어야겠어요!
공원 입구 근처에는 이렇게 쓰레기 통과 개들의 배변을 모우는 배변통이 있습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은 대부분 봉지를 가져와서 개들이 응가를 하면 바로바로 채집하여 이렇게 통에 넣어줍니다. 그래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아도 아직까지 공원에서 개똥을 밟은 적은 없었다는.. ^^;; 대신 거위와 오리들의 응가를 피할 수 없다는..
파크의 출입문 쪽에는 이렇게 공원 안내도와 함께,
아래와 같이 각종 유의사항과 공원 폐쇄시간이 게시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우측에는 자전거를 타든, 타지 않았던 자전거는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습니다. 최대한 보행자를 배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죠. 공원 폐쇄시간은 현재는 저녁 6시로 되어 있는데 한 겨울 해가 가장 짧을 때에는 오후 4시까지 앞당겨집니다. 그리고 해가 길어지는 한여름에는 최대 오후 9시 30분까지 길어지지요. 공원 내에 그 어떤 조명도 없기 때문에 일몰 시간에 맞춰서 폐쇄시간이 조정된답니다. 도심 안에 있는 공원이지만 최대한 이 내부의 자연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태양의 조명과 밤의 어둠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배려이자,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
공원을 나오니,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네요. 영국에서는 누렁이 개들을 좋아하지요.
공원에서 개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한 소녀도 보입니다. 개를 세 마리씩이나 데리고! ^^ 어떤 개는 빨리 가기도 하고 어떤 개는 느리게 가기도 하는데, 그 중 어느 한마리라도 길에 멈춰 무언가를 탐색이라도 할라치면 서두르지 않고 개가 제 볼 일을 다 보도록 기다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죠.
다가오는 봄은 추운 겨울 내내 움크리고 있던 꽃들을 깨워 피울 뿐만 아니라 활동을 줄였던 많은 사람들을 야외로 나오게 합니다. 실내생활에 익숙한 저마저 이렇게 밖에 나와서 온갖 봄의 사진들을 찍게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자연의 변화로부터 알게 되어서 그런지 하나 하나의 변화들이 사람의 관심을 끌고 설레게 하고 기대하고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요. 생명이 싹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기고 긍정적인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봄의 흔적들을 계속해서 더 담아보려구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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