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이끼들도 잘 자라는 영국의 봄

옥포동 몽실언니 2017. 2. 28. 09:00

오늘은 이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국에 살면서 나무, 새, 다람쥐 등 여러 자연과 친숙해졌지만 그 못지않게 아주 친숙해졌지만 아직도 조금은 낯선 자연, 이끼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끼를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집안이나 야외 가든에 키우려고도 하던데, 저는 왜 그런지 이끼를 아주 최근까지도 많이 무서워했습니다.  한국에 살던 당시에는 물에 끼는 물이끼 외에는 별로 이끼를 볼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끼라는 것 자체가 참 생소했지요.  


영국에서 지낸 지 몇년이 되었던 어느날 땡땡님과의 데이트를 이어가던 중 어느날 땡땡이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몽실, 넌 나중에 어떤 곳에 살고 싶어?" 라고.  "저요?  음.. 전.. 좀 조용하고..자연도 가깝고 그런 곳에 살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너무 조용한 곳이라면 좀 외롭고 심심할 것 같아요." 라고.  사실 사람들이 타인에게 어떤 질문을 할 때는 그 질문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일 때도 있지만, 그 질문에 대해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어서일 때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 저는 이내 그에게 물어봤지요.  "땡땡은 어떤 곳에 살고 싶어요?" 그 때 돌아온 땡땡님의 기상천외한 대답:  "나는.. 음.. 이끼가 자라는 곳에 살고 싶어!" 


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니, 이끼가 자라는 곳에 살고 싶다..라..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니까요.  그런데 땡땡님이 하는 이야기는, 이끼는 공기가 깨끗한 곳에서만 자라고, 그래서 자기는 이끼들이 자랄 수 있는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이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그리곤 얼마전 원예학을 전공한 후배 남편을 만났을 때 이에 대한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이안, 이끼가 깨끗한 공기에서만 자란다는 게 사실이야?" 라고 묻자, 그는 공기의 질에 아주 예민한 식물이 맞으며, 이끼도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고 부연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 후 이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몽실언니!  동네 이곳 저곳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들이죠. 

제가 이끼를 무서워 한 이유는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일까요?  위 사진의 이끼들은.. 마치.. 벽돌담장을 자기들이 다 집어삼킬 기세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모양으로 마구마구 자라나 있습니다.  마치 바닷속 해조류 같아보이기도 하는 모습이에요.  


그렇지만 아래 사진과 같이 저를 웃음짓게 하는 이끼도 있습니다.  벽돌담을 가득메운 이끼 틈새에 앙증맞게 피어나 있는 작은 잎사귀의 이름모를 풀. 

이처럼 이끼가 무성히 자라면 아래 사진처럼 이끼들이 벽돌담장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가요?  호불호가 조금 갈리려나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끼가 물체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모습에 반하여 일부러 돌 장식품이나 가든 바닥에 이끼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일본의 어느 유명한 정원사가 바닥 전체가 이끼로 덮인 어느 절의 가든을 꾸며서 아주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고 해요 (사진: http://www.phototravels.net/kyoto/garden-p/kyoto-garden-p-079.3.jpg).  그래서 영국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가든에 어떻게 하면 이끼를 키울 수 있냐고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지식인 같은 곳에 질문을 올려둔 것을 볼 수 있죠.  (참고:  http://www.ehow.com/how_11697_grow-moss-garden.html#ixzz1B1BHKiX4)


후배 남편이 이끼가 여러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서야 저도 이끼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윗 사진들의 이끼와 아래 사진 속의 이끼가 다른 모습인 것을 이제야 발견합니다.  아래 사진에 마치 아주 작은 초록조롱박을 매달고 있는 듯한 길쭉길쭉한 이끼가 너무 독특합니다. 

이끼들은 아래처럼 벽돌로 만든 담장 아래 인도 구석 틈을 파고 자라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을 하기 위해 이끼에 대해 더 찾아보니, 이끼는 벽돌에서도 잘 자라고, 특히 벽돌 틈새에서도 잘 자랍니다.  구멍이 많아서 습기를 잘 품고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래처럼 나무 가지에서도 자랄 수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식물이라서 꼭 토양이 아니더라도 자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러고 보니 칼리지 가든의 사과나무에도 이끼가 가득 피어있습니다.  사과나무야.. 아프진 않니?  아니면 이끼옷 덕분에 따뜻하려나?  저 이끼가 나무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집니다. 

아래는 동네의 한 이웃집.  벽돌로 세워진 입구 위에 놓인 사각돌 위에 또 다른 형태의 이끼가 보여서..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가까이 가서 보면..아래처럼 몽글몽글한 이끼들이 봉긋봉긋하게 봉우리를 이뤄서 자라고 있어요.  정말 이끼들이 모양이 제각각이죠?

아래 사진 또한 어느 이웃집 담장에 피어난 이끼입니다.  길쭉길쭉한 이끼들이 하늘을 향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고 있었어요. 

사실 이렇게 자라난 이끼가 만들어내는 외양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릴텐데, 일부러 이끼를 자라게 하려고 하지 않은 이상은 벽돌의 색깔을 변형시키고 벽돌들을 고정하고 있는 회반죽을 침식시켜서 보기에도 나빠질 수 있고 실제로 벽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위험도 있어서 안전상에서도 좋지 않다고 하네요. (참고자료:http://homeguides.sfgate.com/moss-mold-bricks-94318.html)  또한 이끼가 자라는 환경은 해가 적고 습기가 많아서 곰팡이도 함께 잘 자라는 환경이기 때문에 더더욱 담장 같은 곳은 청소를 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나무로 만든 담장에서도 이끼는 자랍니다.  이게 사실 이끼인지.. 녹조인지 비전문가인 저로서는 불확실한데, algae라고 나무 펜스에 잘 자라는 녹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나무 담장은 옥스포드의 유명한 사립학교 Dragon School의 운동장 담장입니다.  이 학교는 영화배우 엠마왓슨과 여러 소설과 철학책 저술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이 다닌  학교이기도 하지요.  이 학교의 담장이 밝은 연두색으로 보이죠?  그 옆 나무도 마찬가지구요.  이것은 포토샵의 효과도 아니고, 녹색 페인트도 아닙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 시피 녹조가 가득 피서 그렇게 보인 것입니다.

이런 봄이 되면 엉뚱한 곳에 자라 있는 풀이 길 가던 이를 웃음짓게 할 때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물 빠지는 배수구 한켠에 자라있는 이름모를 풀.  그리고 저 배수구는.. 오물 때문인가.. 이끼도.. 더러워보이네요. 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은 제 방 기숙사 세면대 물 빠지는 구멍에서 자라난 정체모를 작은 풀.  저 작은 풀이 마치 콩나물이 콩을 틔우기 전의 모습 같아 보여서 저는 제 방의 콩나물이라 부렀습니다.  어느날 문득 뭔가 하얀 것이 올라오더니.. 풀이 자라나는 거예요!  저 풀이 세면대에서 자라 올라 오는 것을 보면서, 젝과 콩나물의 이야기를 지어낸 작가가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그 작가도 저렇게 자기 방 안에서 자라 올라온 콩나물을 보면서 그것을 타고 저 하늘 위로 올라가는 상상을 하다가 그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끼 사진을 한가득 보여드렸는데, 이끼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조금 달라지셨나요?  저는 과거보다 이끼에 대해 관심도 더 많이 생기고 이끼의 외형에 따른 두려움도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끼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보니 요즘은 이끼를 통해 공기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이끼는 뿌리가 없는 식물이다 보니 모든 미네랄을 주변 공기를 통해 흡수하다 보니 이끼가 공기 내의 각종 미네랄들을 흡수한대요.  그래서 각 지역의 이끼를 분석하여 그 지역의 공기 내 온갖 오염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 여러 오염물질을 검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복잡한 기계를 설치하는 비용도 절약될 수 있고, 기계로 검출하기 아주 어려운 물질들도 이끼를 활용하면 보다 용이하게 검출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비록 영문자료이기는 하지만 다음 링크들의 자료들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유럽연합의 연구: https://ec.europa.eu/programmes/horizon2020/en/news/using-moss-measure-air-pollution

미국내 연구: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4/160407111826.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