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나 가면 또 다른 하나가 온다더니.. 배앓이 가고 이앓이가 왔다. 초보 엄마 아빠인 나와 틴틴은 아이가 이앓이가 시작된 줄도 모르고 애가 왜 이렇게 밤잠이 짧아지고 성질을 많이 부리나 하며 힘들어했다. 아이가 아파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ㅠㅠ
우리가 겪은 우리아이 이앓이의 증상
- 침을 많이 흘린다.
- 손가락을 많이 빤다. --> 우리 아이는 사실상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손가락이 빨~개 지도록!
- 뜬금없이 콧물이 날 때가 있다.
- 평소보다 많이 보채고 짜증이 는다.
- 수면의 단위가 더욱 짧아진다.
- 잠투정도 심해진다.
내가 유일하게 읽고 있는 육아서적은 아이 셋 키운 지인이 사용하고 넘겨준 What to Expect the First Year 라는 책이다. 12개월에 걸쳐 각 달에 아이의 발달 특징, 부모가 유의할 점 등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는 책인데, 영어도 쉽게 적혀 있어서 전자책으로 핸드폰에 넣어두고 틈날때마다 읽어보곤 한다. 이 책의 4개월에 대한 부분을 다 읽었는데, 아직 거기에는 이앓이 (teething) 에 대한 내용은 나와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가 이미 이앓이를 시작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아이가 손가락을 입에 물기 시작한 것은 한참 된 일이다. 이 책에서도 아이가 손을 입에 물기 시작하고, 거의 주먹 전체를 넣다시피 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엄지손가락만 입에 넣게 되는 "성취"를 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바로 그 성취가 우리에게는 그저께에야 일어났고, 우리는 이 상황을 경축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엄지손가락"만" 입에 넣는 것에 성공한 것!
위 사진에도 보면 아이 손에 침이 흥건하다. 요즘들어 침을 부쩍 많이 흘린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우리는 그것이 이앓이 증상 중 하나인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그저 강아지처럼 침을 많이 흘린다며 귀여워했다는.. ㅠ
그도 그런 것이 아이가 손을 너무 물어서 손가락 대신 물라고 치발기도 손에 쥐어주고, 딸랑이도 손에 쥐어줬는데, 치발기에는 별 관심도 없고 (아래 사진의 왼손에 있는 것이 치발기)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딸랑이만 죽어라도 입에 집어넣으려 했다. 저 모습도 우린 그저 귀엽다고, 아이스크림 모양 딸랑이를 집어삼킬 것 같다며 사진을 찍어뒀었다.
저 큰 딸랑이가 입에 잘 들어가지 않으니 아이는 곧잘 성질을 냈다. 그래서 한 친구가 입에 쏙 들어가는 치발기로 바나나 치발기가 있다고 소개를 해줬고, 아마존 익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여 당장 바나나모양 치발기를 하나 구입했다. 아래와 같이 입에 물긴 무는데.. 매트한 고무 재질의 느낌이 별로인지 영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은 아니다. 남편은 저걸로 애가 자기 눈을 찌르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 자기 눈을 찌르는 일은 없었다. ^^;;;;
본격적 이앓이는 지난주에 시작됐다. 100일이 지나고 딱 일주일 뒤부터.. 아이가 얼마나 보채고 울고 짜증을 내는지.. 나도 매일 울었다. 나는 100일이 넘는 시간동안 힘든 것 참아온 것이 이제야 터지는 줄로만 알았다. 애가 아파해서 짜증을 내고, 그 늘어난 짜증과 울음 때문에 나도 더 힘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이렇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매일 울자, 틴틴도 걱정했다. 주말에는 틴틴 혼자서 아이를 한시간여 보더니.. 내가 왜 우는지 너무 이해가 간다고 했다. 영문을 알 수 없게 성질을 계속 부리며 보채는 아이를 한시간쯤 데리고 있어보니 자기도 너무나 울고 싶다고..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니.. 그게 가장 큰 위안이다.
아이가 자기 손을 빨다가 너무 아파해서 가만히 보니 손을 너무 아프게 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책에서 본 대로 내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내 손가락을 아이 입에 물려주었다. 아니 그런데 왠걸! 내 손가락의 뼈가 부러지겠다 싶을 정도로 아프게 무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나보다 네달 빠른 아이를 키우는 J에게 연락했다. 애가 정말 손가락을 아프게 물더라고. 그랬더니 그 친구왈, 이가 나려 하면 잇몸에 하얀 줄 같은 게 서있다고. 한번 살펴보라고. 그래서 아이 잇몸을 살펴봤더니.. 아래와 같이.. 하얗게 잇몸이 서있었다.
그 사진을 이 집, 저 집, 선배 엄마들에게 보여주니.. 이가 나려고 하는 게 맞단다. 좀 빠르게 이앓이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이앓이로 애들이 울어대면.. 멘탈이 탈탈 털린다고. ㅠ 아.. 그래서 우리가 그간 힘들었구나, 그리고 우리 아이가 그간 아파서 힘들어했구나.. 알고 나니.. 약 보름간 나를 짖누르던 힘듬이 다소 누그러졌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힘든 시간을 다시 잘 버텨내야겠다고 다시한번 굳센 마음을 먹어보았다.
그리고..난 후의 첫 잠자리.. 어젯밤도 어김없이 우리아이는 신생아때처럼 자주 깨서 보챘다. 13주에는 자그마치 7시간씩 통잠을 자던 아이가! 이제는 2시간, 2시간 반을 자면 긴 잠이다. ㅜ 그러다 새벽 4시 반에는 너무 심하게 울어댄다. 배앓이로 인한 아이 울음이 그친지.. 한달도 되기 전에.. 이젠 이앓이로 인한 한밤중의 울음소리! 젖을 줘도 안 먹고, 안아서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틴틴이 최후의 수단으로 아이를 침실에서 데리고 내려와 부엌에 둔 유모차에 넣어보았다. 유모차를 밀고, 또 밀고.. 하기를 30분쯤 했으려나.. 아이가 잠이 들었다! 아래 사진의 왼쪽 시계가 새벽 5시반을 가르키고.. 부엌의 유모차에 아이가 자고 있다.
아이를 재우느라 수고한 틴틴을 침실로 돌려보내고, 나는 부엌 옆 거실의 바닥에서 쪽잠을 청했다. 언제든 아이가 깨면 수유할 수 있도록.. 아.. 바닥난방이 안 되는 카펫 바닥에서 자니.. 정말.. 차더라.. ㅠ 이불을 덮고 잤는데도 몸이 꽁꽁 어는 듯한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ㅠ
아이는 그렇게.. 아침 8시까지 꿀잠을 주무셨다. 2시간 반. 아.. 예전처럼 2시간 반짜리 잠이 긴 잠이 되어버린 이 현실.
그래도 아이가 잘 자고 일어났는지 기분좋게 일어났다. 다행!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울다가.. 결국 우리는 친정 찬스를 쓰기로 했다.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영국으로 좀 와달라고 부탁한 것. 다음주에 오는 비행기표를 알아보다가 내일 한국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가 104만원이라는 소식에.. 우리는 내일 출발하는 표로 엄마를 모셔오기로 했다. 남편은.. 회사에 사정을 구하고 내일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한 후 엄마를 모시러 공항으로 가야한다.
3주간 엄마가 우리와 함께 하실 예정이다. 그 시간 동안 둘이 하던 육아를 엄마가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셋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밤에는 남편과 내가 전처럼 담당하되, 낮에는 엄마 덕분에 내가 화장실이라도 맘 편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샤워라도 맘 편히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 중.
엄마.. 고마워요.. 곧 뵈요!
'육아 > 육아일기 2017-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엄마에게 육아를 한 수 배우다! (6) | 2018.05.01 |
---|---|
출산 4개월, 친정 엄마의 첫 방문 (4) | 2018.04.17 |
직접 준비한 "자연주의" 백일상 (8) | 2018.04.04 |
'100일의 기적'에 대한 오해와 진실 (4) | 2018.03.29 |
우리아이 첫 예방접종 (4) | 2018.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