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육아 49

영국 초등학교의 포닉스 교육과 손글씨 교육: 첫째(만5세)의 글씨 발전사와 둘째 마음 챙기기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인데, 한국 나이로 치자면 큰 아이는 일곱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에요. 오늘은 첫째의 손글씨 발전사를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곱 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전에도 글씨를 모두 배울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가 왜 이렇게 이른 것처럼 느껴지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중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들이 네살, 다섯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글자나 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궁금해할 때 주변 가족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것만 듣고 스스로 글자를 깨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들 했죠. 그러나! 저는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어요. 집에 언니가 둘이나 있었지만 언니들 곁에서 글씨를 깨치거나 하는 일은 저..

[형제육아의 즐거움] 만 5세 첫째와 만 3세 둘째의 말재간

요즘 아이들이 말을 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첫째는 말이 늦기도 했지만, 언어적으로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몸짓과 행동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아기 때 옹알이도 별로 없었고, 좀 더 커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로 하기 보다는 자기 혼자하는 어떤 행동에 몰입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둘째는 말이 빨랐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들을 말로 잘 표현하는 편이에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가 좀 더 많은 것 같고, 언어 자극에 대한 반응도 좀 더 큰 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첫째와 둘째가 참 다르지만, 둘 다 각자만의 속도대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커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의 언어적 발달로 저를 놀라게 해요. ..

나에게도 육아동지가 필요하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 데리고 같이 놀이터에 가고, 카페도 함께 가고,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고,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집에서 같이 놀고 떠들 수 있는 육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째를 키울 땐 동네에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나 홀로 아이 유모차 끌고 이리가고 저리가며 온종일 혼자 아이와 시간 보내며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할 남편만 목놓아 기다렸다. 생각해보면 그 때 난 혼자서 어떻게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모르겠다. 누구와 함께 지내보지 않아서, 육아 동지를 가져보지 않아서 육아동지가 주는 위안과 기쁨 자체를 몰랐더랬다. 고기 맛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박사과정 하면서 외롭게 힘든 시간 버티는 것에 익숙했던 덕분에 그 시간을 당연한 듯 생각하며 지낼 수 있..

[영국생활] 초등학교 리셉션 첫학기 적응하기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옥포동 몽실언니라고 쓰려고 했는데, 더이상 옥포동에 살고 있지를 않네요. 저의 근시안적이었던 닉네임, 어찌해야할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저희 아이 학교 생활 적응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너무나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한번 아이 학교생활과 관련한 고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젠 저 나름대로의 결론이 좀 내려진 상태예요. 그 결론을 공유하자면, 아이는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선생님 말씀을 너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영국이나 한국이나,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도 있고, 다소 아쉬운 학교, 이해하기 힘든 선생님도 있게 마련이다. 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나의 첫..

여전히 셋째가 갖고 싶지만, 그럼에도 가질 수 없는 이유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 인사드립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을 남기죠? 그간 이토록 조용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살아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한동안 두통에도 시달렸고, 아마도 저도 코비드에 두번째로 걸렸던 것 같고, 아이들도 지난 겨울 영국을 강타한 Strep A라는 전염병에 걸리기도 했고, 아이 학교 생활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골치를 앓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건강하게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요. 일단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한 손님께서 꺼내주신 질문과 관련된 이야기로 오랫만에 글 포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그 분의 질문도 질문이었지만 며칠 전 저희 언니와 조카들과 그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그것..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feat. 틴틴의 병가)

오늘 틴틴은 병가를 냈다. 틴틴의 편도가 또 심하게 부었다. 원래도 피곤하고 힘들면 편도가 붓고 피가 나곤 했지만, 저렇게 심하게 부어서 아픈 건 또 오랫만이다. 지난 몇달간 코비드와 그 외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는 힘들어했지만, 구체적으로 딱 편도선염이 심해진 건 오랫만이다. 새벽녁에 몸이 너무 아파서 아침에 잠이 깨자마자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병가를 냈다고 했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병가를 내지 않는 사람인데. 몇주간 몸이 안 좋아보이더니 결국 저렇게 탈이 났다. 안쓰럽고 걱정된다. 그러나 동시에 나도 정말 힘든데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이라 둘이 이러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참 답답하다. 그렇다고 애들이라도 쌩쌩하냐. 그것도 아니다. 애들도 힘든 상태. 온 가족이 다 아픈 이 총체적 난국!!!!! ..

[그림일기] 집안일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일상

아이들은 집안일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지는 않고,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집안일을 거드려는 것 같다. 특히 나와 틴틴이 진지하게 집안일을 할 때면 아이들이 덤벼대서 제대로 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집안일에 관심 없는 것보다는 자기들도 참여하려고 한다는 게 어딘가 싶어 아이들이 하고 싶어할 때면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 위험한 수준만 아니라면. 잭이 좋아하는 설거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싶어하더니, 이제 좀만 더하면 제대로 설거지를 할 수 있을 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폼만큼은 그럴싸하다는! 집에 가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가든을 잘 쓰는 편이라서 다음에 이사가는 집에도 가든이 최소한 현재만큼의 크기라도 되면 좋겠다는 게 희망사항이다. 인조잔디, 노노~ ..

네 살,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쓰다

첫째 잭은 현재 학교 입학을 6개월 앞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를 만 4세가 지나면 시작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만 5세가 되면 시작하는데, 1학년 전에 "리셉션"이라 부르는 0학년부터 시작한다. 어찌보면 병설유치원같은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유치원 과정이 아닌 초등학교 과정 중 일부로 되어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일과 시간도 1학년과 동일하게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6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0학년부터 영어 알파벳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게 되는데, 공부를 하는 시간은 적고, 거의 하루 종일 노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에 들어가면 알파벳과 함께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자기 이름쓰기이다. 학교 리셉션을 시작하기 전 과정은 프리스쿨이라고 흔히 부르는데, 말 그래도 학교(스쿨) 전(..

월 300만원, 런던의 살인적인 어린이집 비용!

한국에서 지방균형발전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영국은 한국에 비해 지방균형발전이 이루져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의 삶이 한국 지방에서의 삶보다 좀 더 윤택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영국에서는 지방 곳곳에 좋은 사립학교가 많아서 아이들을 좋은 사립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교육열을 충족시켜주다 보니 너도 나도 한 지역만 선호하는 경향이 적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영국의 지방에는 자연이 아름다우면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들도 많아요. 공립학교들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괜찮은 학교들은 여기 저기서 찾아볼 수 있어요. 지방 곳곳에 산업단지를 형성해서 좋은 회사들이 런던에만 몰려있지 않고 기타 대도시나 대도시 인근의 작은 타운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이 있는 편이에요. 그러니,..

둘째 생후 22개월: 밤중자동차 떼기 2일차

요즘 우리 둘째 뚱이의 차 떼기가 진행 중이다. 차 떼기가 무언고 하니 뚱이 나이 때에 흔히들 경험할 수 있는 모유 떼기, 분유 떼기, 공갈젖꼭지 떼기 같이 우리 뚱이는 차를 떼는 중이다. 부릉부릉 자동차, 장난감 자동차 말이다. 우리 뚱이의 자동차 집착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돌 전에 한국에서부터도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긴 했는데, 영국에 와서 몇 달전부터 저 자동차 사랑이 아주 심각해졌었다. 그리하여 장난감 자동차는 잭과 뚱이의 모든 싸움과 갈등의 원인이 되어 우리 부부를 힘들게 했다. 그런 뚱이의 자동차 사랑은 잠 잘 때까지도 이어졌다. 자나깨나 자동차. 자기 전에도 자동차, 자는 중에도 자동차, 차를 타도 자동차, 산책을 나서도 자동차. 우리 뚱이의 손에는 늘 자동차가 없으면 안 되었다..

오늘의 놀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오늘의 놀이라고 쓰지만, 여기서 '오늘'은 은유적 표현이고, 실제로는 바로 어제 제가 아이들과 신나게 즐겼던 놀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 놀이는 다름아닌 "여우야 여우야" 놀이입니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이 놀이는 70년대에서 80년대생들이라면 어릴 때 많이 했던 놀이라고 하는데, 제가 바로 그 80년대생입니다. 정확히 80년 생인데, 얼마전 어느 사회학자분의 말씀을 들으니 80년생까지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하더군요.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MZ세대에서 밀레니엄의 M, 바로 그 M에 저도 포함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던 것은 왜일까요! 조금이라도 젊은 세대에 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저도 나이를 많이 먹긴 했나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제 제가 아이들과 신나게 하..

[육아일기] 둘째의 자동차 사랑, 모든 게 다 이 자동차 때문이야!

우리 둘째 뚱이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손에 딱 잡히는 작은 사이즈의 자동차를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는 뭐가 됐든 바퀴가 달려서 굴러가는 장난감이면 다 좋아한다. 첫째 잭은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었다. 자동차가 나오는 책은 좋아했다. 그러나 자동차 장난감은 가끔 미끄럼틀에서 굴리고 노는 정도였지 자동차에 환장(?)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잘 때도 자동차 장난감 그런데 우리 둘째는 자동차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다. 이건 뭐 거의 공갈젖꼭지, 최고의 애착장난감 수준이다. 자면서도 손에 자동차를 꼭 쥐어야만 잠에 들고, 자다가 잠에서 깨서 자기 손에 자동차가 없으면 곧바로 울면서 "자동차 어디갔어?" 하고 자동차를 달라고 한다. 얼마전 어느 밤, 그 때도 어김없이 자다 깨서 자동차를 찾는 뚱이. "자..

[육아일기] 생후 22개월, 고집과 귀여움이 폭발하는 중입니다.

요즘 저희 둘째 뚱이는 고집과 귀여움이 동시에 폭발하고 있습니다. 고집 폭발 뚱이의 자기 주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겠죠? 첫째 잭을 키울 때는 아이가 어떤 것에 고집을 피우는지 세심히 살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줄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있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살피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ㅠ), 둘째 때는 첫째까지 함께 돌보며 둘째를 보살펴야 하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주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아 참 미안합니다. 첫째 잭 때는 저희가 잭의 고집을 꺾지 못해 아이에게 휘둘릴 때가 많았는데(당시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제 둘째를 키우다 보니 둘째 때는 요령이 생겨서 아이에게 휘둘릴 때가 상대적..

영국 어린이집 생활 7개월, 아이들의 영어 습득 과정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닌지 7개월이 됐다. 이제쯤 되니 다음달이면 만 4세가 되는 우리 첫째 잭이 영어로 자기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한다. 둘째는 14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녀서인지 집에서는 한국어를 잘 쓰는데, 영어 표현도 곧잘 따라하는 모양새다. 외국어 통달의 어려움 사실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거기서 자란다고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관련한 전공을 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완벽한 이중언어사용자가 되려면 본인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하거나, 부모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의 언어, 집에서 가족들이 사용하는 모국어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그 아이의 제 1언어로 자리잡고, 부모의 언어가 제 2언어..

[육아일기] 22개월 언어발달

우리 귀염둥이 둘째. 뚱이는 말을 정말 잘한다. 첫째 잭은 28개월에 처음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둘째 뚱이는 벌써 대부분의 문장을 말한다. 자동차 어디갔어? 딸기 줘. 거실 가자. 목욕 하자. 자동차 줘. 아니야. 이거 안 좋아. 불꽃놀이 보자. 티비 보자. 유튜브 보자. 선재(뚱이) 먼저. 선재 먼저 타자(차를 탈 때 서로 먼저 타려고 한다). 여기 있어. 저기 있어. 요즘 나타난 특징은 높임말까지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갔어"요"? 배고파"요" 밥줘"요" 더 줘"요" 적고 보니 죄다 우리에게 뭘 시키는 내용이네. 뭘 달라, 뭘 해달라, 뭘 해라, 갖고 와라. 어제 오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부엌에서 아이들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

[육아일기] 20개월 둘째의 말이 쑥쑥 늘다

요즘 둘째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언어발달이다. 우리 귀염둥이 둘째 뚱이의 언어발달은 놀랍다. 둘째는 뭐든 빠르다고들 하지만, 우리 뚱이를 보면 형아보다 빠른 것도 있고 빠르지 않은 것도 있다. 빠른 것은 언어발달, 빠르지 않은 것은 양치 가글하기, 공차기 등. 첫째 잭의 말이 늦게 트였던지라 둘째의 빠른 발화가 우리는 참 신기하다. 잭의 성격을 더 잘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예전을 돌이켜보면 잭이 말이 늦게 트인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잭은 조심성도 많고, 주위 분위기를 늘 살피고, 할 줄 알아도 스스로 그것에 대해 마음 편하게 느낄 때까지는 새로운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겁 없고 되든 안 되든 일단 덤비고 보는 우리 뚱이의 성격을 볼 때, 확실히 이런 성격..

[형제육아] 형아의 마음, 동생의 마음

아이 둘을 지켜보다보면 내가 어릴 때 나도 저랬을까, 우리 언니들이 어렸을 때 언니들은 저런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데,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보내는 주말이면 그런 놀라운 발견을 더 많이 하게 된다. 1. 그저 형아 곁에 있고 싶은 동생의 마음 뚱이는 대부분 그렇다. 형아 곁을 좋아한다. 우리 잭은 두 돌이 넘을 때까지 놀이터에서 내 손을 놓고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늘 내 손가락 하나라도 잡고 나를 끌고 다니며 모든 것을 하고자 했는데, 우리 뚱이는 늘 형아 곁을 제일 좋아한다. 형아로 인해 동생이 겪는 제약이 많더라도 동생에게는 "재미있는 형아"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줄 아느냐고, 그러니 동생에게 가..

[성장일기] 생후 492개월 엄마가 쓰는 45개월, 20개월 아들들의 성장일기

아이들 연령을 개월수로 말하는 이유 본 글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글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저 제목은 웃기려고 써 본 것이고, 처음에는 이 글의 제목을 "첫째 45개월, 둘째 20개월 성장일기"라고 썼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첫째 3세 반, 둘째 20개월 성장일기로 수정했다. 그랬다가 지금의 제목으로 최종 변경한 것이다. 한국 살던 시절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아기 엄마들과 만나거나,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 만나게 되면 서로의 아이 나이를 묻게 되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많은 엄마들이 자기 자녀의 나이를 "몇 개월"로 표현한다. 사실 내가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사람들이 왜 어린 아이들의 연령을 '나이'로 말하지 않고 개월수로 이야기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조카들이 자라는 ..

[영국육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아이들과 등원 길에 있었던 일

오늘도 어김없이 큰 아이 잭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집에서부터 칭얼거렸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할 수 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할 때면 틴틴도 같은 말을 한다. 아빠도 일 하기 싫다고. 일 안 하고 놀고만 싶다고.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고, 그게 하루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면 부모인 우리도 참 지치고 힘들다. 그 이유는, 싫다는 아이 달래가며 밥 먹이고, 옷 입히고, 차에 태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도 힘들지만,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우리 잭은 이제 거의 20킬로가 다 되어가는데 그 몸에 아이가 힘을 바짝 주거나 몸을 마구 흔들어대면 나나 틴틴이나 아이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런 아이를 어루고 달래며 밥 먹이고, 씻시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더없이 예쁜 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의 멋진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지럽혀둔 모습마저 이쁘고 사랑스럽다. 의외의 놀이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형이 들어가서 놀고 있는 저 작은 모래판에 동생이 끼어들어가 있는 모습이란! 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 최고의 선물은 아이의 웃음!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좋아하는 두 아이. 팬티 하나로도 저렇게나 즐거울 수가 있구나! 형아 따라 형아 팬티를 머리에 썼다가 다리 쪽으로 머리를 넣는 바람에 머리가 팬티에 너무 꼈다고 우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럴 땐 내가 낳고 키우는 것이 사람인지, 귀여운 캐릭터인지 헷갈릴 판이다. 최고의 순간은 아이가 평화롭게..

"아이가 둘이라 정말 좋겠다!"

어제 육아의 신 No. 2(작은언니)와 통화를 했다. 내게는 육아의 신이 둘인데, 편의상 먼저 태어난 이를 No. 1으로, 그 다음으로 태어난 이를 No. 2로 지칭하기로 지금 방금 정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작 나를 키우신 엄마를 육아의 신으로 칭하지 않는 것이 엄마에게 좀 죄송해지는 건 뭘까... 엄마는 내게 육아에 대한 조언을 주는 역할보다는 육아의 고됨을 이해해주고 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많이 하시므로 일단 육아의 신이라는 호칭은 우리 큰언니, 작은언니에게만 부여하도록 한다. 어제 언니에게 전화한 일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잭이 "엄마, 선재는 안 사랑해?"라고 물은 말에 대한 컨설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왜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내가 대답한 방식이 잘한 것이기는 한지 물어보기 위해. 마침..

나를 당황하게 한 아이의 질문: 엄마, 동생은 안 사랑해?

오늘 아침이었다. 늘 동생보다 늦게 일어나는 형아 잭. 첫째는 어릴 때부터 저녁형인 편인데, 둘째는 날 닮았는지 아침형 인간이다. 몇 시에 자건 아침에 일어났다 하면 에너지가 넘친다. 반면 첫째는 일어나도 누워서 뒹굴어야 잠이 깨고, 아침에 입맛도 별로 없는 편. 먼저 일어난 둘째는 남편이 이미 간단히 아침을 먹였다. 이제 첫째 차례. 아이는 오트밀에 사과와 메이플 시럽을 넣어달라고 주문했고, 남편이 아이가 주문한대로 아침 식사를 준비해줬다. 남편이 잭 밥을 준비해주는 동안 나는 두 아이의 외출 복장을 준비하고, 아이 가방에 여벌 옷도 챙겨넣었다. 그리고 남편과 역할 교체. 남편이 둘째 뚱이에게 양치를 시키고 옷을 입히는 동안 나는 밥 먹는 잭 옆에 앉아 잭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하고, 아이 볼을 쓰다..

[영국육아] 우리가 현재의 어린이집에 만족하는 이유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닌지 6개월째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오늘도 큰 아이 잭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었다. 금주 들어 학교들이 개학을 하면서, 시내 곳곳에 공사 중인 곳들에 세워진 임시 신호등 문제까지 겹치며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10분이면 될 거리가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렸으니 이것이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아이들은 단거리를 장거리처럼 오가느라 차에서 힘들어하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집에서 나와서 어린이집까지 가는 동안 엄마와 차에 더 오래 있으니 그게 좋았나보다. 큰 애가 가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이제는 "빨리 가는 거 싫어." 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어쩌지.. 이제 교통체증이 많이 풀려버렸는데. 그래서 잭에게 물었다. "그럼, 엄마가 차 막히는 길로 돌아갈까?" "응, ..

성격도 유전이 되나요? 남편과 시누 이야기

얼마전 시누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어딘가 런던 가까이로 이사가고 싶다고, 혹시 우리가 이사를 간다면 시누도 근처로 이사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당장 이사갈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시누에게 단지 그 이유로 전화를 한 것은 남편과 내기 아닌 내기를 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남편이 런던으로 이직을 해서 런던 통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 그럴 경우 현재 차로 40분 거리, 기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시누와 멀리 떨어지는 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며칠 전 남편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가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시누도 그 근처로 이사를 오라고 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시누가 절대 지금 사는 지역을 벗어날 리가 없다..

영국에서 아이 키우기: 고됨과 초록초록함

요즘 블로그를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만큼, 자기 전에 뭐라고 글로 남기고 싶어서 글 창을 띄었다. 카테고리를 골라야 하는데, 육아글 카테고리로 내가 만들어둔 "영국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제목을 보자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힘들다", 그리고 "초록초록하다"는 것이다. 어느 육아가 힘들지 않겠냐만은 해외에서의 육아는 주변에 도움 받을 곳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해외 육아는 더 고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양가 부모님이나 가족, 친지,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곳에서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주는 부담이 따로 있는 편이다. 거기에 우리 부부는 나이가 많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나이가 젊고 체력이 짱짱해도 고된..

[영국육아] 어린이집 생활: 어린이집 6개월차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 생활을 한 게 5개월을 채우고 6개월차에 접어든다. 하아... 기간을 적고 보니 그간 들어간 어린이집 비용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먼저 첫째 잭. 현재 만 3세. 올해 12월이면 만 4세가 되는 우리 아이. 등원 거부 반응 잭은 여전히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4개월쯤 되었던 7월쯤 되자 아이가 울지 않고 어린이집을 들어가는 정도로 적응을 한 것 같았는데, 어린이집에서 코비드 확진자 발생으로 문을 닫았다 다시 열면서 아이가 다시 "집에 있는 생활"에 맛을 들였는지 다시 매일 아침마다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리 뚱이는 잭만큼 가기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냥 가야 하나보다 생각하는 듯. 그 모습을 보면 기특하..

아이들의 영국 어린이집 생활

둘째 아이(현재 생후 18개월)의 어린이집 생활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역사: 생후 11개월-13개월: 한국 어린이집 생후 14개월-현재: 영국 어린이집 먼저 우리 둘째 뚱이. 항상 첫째 이야기를 먼저 쓰게 되는 것 같아 이번에는 둘째 뚱이 이야기부터 먼저 적어본다. 뚱이는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다. 선생님들이 아이를 이뻐한다는 게 눈에 보인다. 지금 가는 어린이집에 유아반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다정하고 아이에게 웃어주고, 아이를 이뻐하는 편이다. 그게 우리가 그 곳이 멀어도 만족하는 가장 큰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뚱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가장 길게 자는 아이여서 그런가 선생님들이 아이를 좋아한다. 어린이집이 자러 오는 곳은 아니지만, 애 하나가 푹 자주면 얼마나 편할꼬. 우리 뚱이는 점심 먹기 ..

[만1세 반] 둘째의 어린이집 생활

둘째의 어린이집 생활. 1. 낮잠꾸러기 집에서는 낮잠이 길어야 한시간 반, 보통은 30-40분 이상을 자지 않는 우리 둘째 뚱이. 어린이집에 가기만 하면 어찌나 잠을 잘 자는지, 낮잠을 짧으면 두시간 반, 길면 세시간 이상을 자서 선생님들이 밥을 먹이느라 아이를 깨워야한단다. 그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참으로 믿기 힘들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그렇게 재우냐고 물으니, 항상 점심을 먹다 보면 디저트도 다 먹기도 전에 아이가 식탁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잠들어버려서 그대로 아이를 매트로 옮기는데, 그 자리에서 그렇게 혼자서 잠을 길게 잔다고. 그랬던 우리 뚱이가 지난 화요일(6월 15일)에는 한시간 반밖에 자지 않았다! Denise 왈, 다른 날은 아이들이 뚱이 근처에서 시끄럽게 놀고, 뚱이 위로 기어서 넘어..

이 싸움의 끝은 언제쯤 올까

나는 아이가 둘이어서 정말 좋다. 둘째를 낳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번도,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이 이쁜 아이들을 두고 '후회'라는 말은 절대 가당치도 않다.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후회가 없다고 해서 괴로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둘이라 정말 행복한데, 이 둘이 싸울 때면 하아.. 정말 이 싸움의 끝은 언제쯤일지, 과연 그 끝이 오기나 할지, 그때까지 나는 어떻게 정신줄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 머릿속이 아득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폭력, 고함, 울음이거늘, 잭과 뚱이가 함께이면 반드시 폭력이 발생하고, 고함이 나오며, 울음이 터진다. 누구 하나가 울어야 끝이 난다. 바로 이렇게... 아래 사진은 사이가 좋아보이지만 이 때야 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아이 둘이 동시..

[만 3세 반] 큰 아이의 영국 어린이집 적응기: 언어적응

우리 첫째 잭이 어린이집에서 겪고 있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겁다.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선 사람 투성이인 곳에서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힘들까. 매 순간 힘들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그 상황이 불편하고 힘든 때가 있으리라. 여태 어린이집에서는 응가를 한번도 하지 않고, 매번 참고 있다가 집에 오기만 하면 똥을 싸는 잭이다. 17개월부터 4개월간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녔고, 그 때부터 다시 7개월간 차일드마인더를 다니며 영어를 좀 익히긴 익혔을텐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8개월을 꼬박 집에만 있었고, 그로부터 3-4개월은 한국에서 한국 어린이집을 다니며 이 아이에게서 영어는 완전히 지워졌다. 그리고 다시 다니기 시작한 현재의 어린이집. 땡큐, 플리즈, 모어, 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