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영국육아] 우리가 현재의 어린이집에 만족하는 이유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9. 08:11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닌지 6개월째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오늘도 큰 아이 잭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었다.  

금주 들어 학교들이 개학을 하면서, 시내 곳곳에 공사 중인 곳들에 세워진 임시 신호등 문제까지 겹치며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10분이면 될 거리가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렸으니 이것이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아이들은 단거리를 장거리처럼 오가느라 차에서 힘들어하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집에서 나와서 어린이집까지 가는 동안 엄마와 차에 더 오래 있으니 그게 좋았나보다.  큰 애가 가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이제는 "빨리 가는 거 싫어." 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어쩌지.. 이제 교통체증이 많이 풀려버렸는데.  그래서 잭에게 물었다.

"그럼, 엄마가 차 막히는 길로 돌아갈까?"

"응, 좋아!"

라고 대답하는 우리 잭.

에구. 어린이집 가는 게 그리 싫더냐.  엄마랑 떨어지는 게 그리도 싫어..

"그래, 그럼 엄마가 차 막히는 곳은 어딘지 모르겠고, 어린이집으로 바로 가지 말고 다른 길로 둘러갈까?"

"응!"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운전을 하다 우회전을 한번 해서 골목길로 들어가야 어린이집인데, 그 길을 쌩하고 지나쳐서 계속해서 직진을 하자 첫째가 신이 났다.

"엄마, 어린이집 왜 안 갔어? 어디가?  아하하하!"

애는 벌써 싱글벙글.  둘째는 영문도 모른채 뻐끔뻐끔.

"잭이 바로 가는 거 싫다고 했잖아."

"어디로 가?"

"어디로 가는 걸까?"

하고 나는 좀 더 달렸다.

사실 우측으로 꺾어져서 골목길로 가게 되면 신호가 없는 길로 가는 것이고(구글맵 추천경로), 좀 더 직진을 하다 신호를 받고 우회전을 하면 거기가 거기다.  그걸 모른 아이는 잠시 직진하는 그 동안 정말로 신나했다.  땡땡이 치는 기쁨은 어른 아이 할 것 없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가 저렇게 신나 하는데 금방 어린이집에 도착할 건데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이내 우린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그걸 눈치 챈 잭은 또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안 가고 싶어~~!!!"

"미안해.  오늘은 대신, 다른 문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뚱이부터 먼저 데려다줄거야.  이제 뚱이네 반은 다른 쪽 문으로 들어가는거래." 

하며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며 아이와 함께 뚱이를 데리고 뚱이 교실 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처음으로 이용해보는 문을 통해 동생을 먼저 데려다 준 잭.  

이게 뭔가 어리둥절하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빙 둘러 형아반, upper preschool 반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이미 실내에서 모래놀이를 한다고 준비 중이었다.


아이가 이토록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해도 우리가 제법 꿋꿋하게 계속 보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지내는 환경이 꽤 괜찮아보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본 중에는 제일 좋은 어린이집 시설에, 선생님들도 늘 밝은 편이다.  잭은 여기서 그네도 좋아하고, 패달 없는 균형 자전거도 아주 좋아한다. 

사진에 울타리가 쳐진 곳은 아기/유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뜨거운 여름 오후에 그늘이 잘 지는 곳에 아기 놀이터를 꾸며둔 곳이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쪽 놀이터가 바로 아래 사진.  넓은 모래놀이 판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위 사진에서 왼쪽 건물 뒤에 가려져 있는 놀이터가 바로 아래의 놀이터이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고, 실내보다 실외에서 맘껏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의 성향을 생각할 때 이곳처럼 넓은 놀이터를 가진 어린이집이라면 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이 여유로워서인가, 선생님들도 늘 여유로워보여서 좋다.  예전에 잭이 다닌 어린이집은 공간에 비해 아이들은 너무 많았고, 선생님들은 모두 의욕이 없어 보였다.  우는 아이가 있어도 달래주지 않고.  여기서도 아이들이 우는 때가 있지만(가끔 떼울음.. ㅋㅋㅋ) 그래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을 때가 많고, 아이들이 먼저 와서 선생님 손을 잡는 경우도 많은 걸 보면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놓인다. 

그것이 아이가 늘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고 울어도 우리가 꿋꿋이 아이 등을 떠밀어 들여보낼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