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아이가 둘이라 정말 좋겠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11. 08:30

어제 육아의 신 No. 2(작은언니)와 통화를 했다.


내게는 육아의 신이 둘인데, 편의상 먼저 태어난 이를 No. 1으로, 그 다음으로 태어난 이를 No. 2로 지칭하기로 지금 방금 정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정작 나를 키우신 엄마를 육아의 신으로 칭하지 않는 것이 엄마에게 좀 죄송해지는 건 뭘까... 엄마는 내게 육아에 대한 조언을 주는 역할보다는 육아의 고됨을 이해해주고 내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많이 하시므로 일단 육아의 신이라는 호칭은 우리 큰언니, 작은언니에게만 부여하도록 한다.


어제 언니에게 전화한 일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잭이 "엄마, 선재는 안 사랑해?"라고 물은 말에 대한 컨설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왜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내가 대답한 방식이 잘한 것이기는 한지 물어보기 위해.

마침 형부가 옆에 함께 계셔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는데, 언니와 형부가 한결같이 "선재는 안 사랑해.  선우 사랑해."라고 대답했어야 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단, 선재가 옆에 없다는 조건 하에.  7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육아의 신 No. 2와 그녀의 배우자는 7살 이전까지는 애들이 절대 기억을 못 한다며, 아이가 듣고싶을 말을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큰 애가 작은 애에게, 작은 애가 큰 애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래야 덜 싸우고, 상대를 해치지 않는다고.  

대신, "선우'만' 사랑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말 것.  선우를 사랑해.  선우 사랑해.  선우를 정말 사랑해.  그 말이면 된단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 대해 내 상식과 내 논리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이제 말을 제법 잘 하니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 것같은 착각이 들 수 있는데, 그것은 착각일 뿐이라고.  아직 아이는 아이일 뿐.  아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의도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언니에게 잭과 뚱이의 투샷 사진을 몇 장 보냈다.  그걸 보더니 언니와 형부는 한결같이 말했다.  

너는 애가 둘이라 너무 좋겠다고. 

우리 작은 언니네는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있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무지하게 좋아했던 우리 언니는 아이를 더 갖고 싶어했으나, 첫 애를 키우며 6-7년간 지속된 육아우울증(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나서야 나아졌다고 한다)에 시달린 경험이 두려웠고, 육아와 가사참여도가 높은 작은 형부는 그 고되었던 시간을 반복하는 게 두려워 둘은 결국 한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언니의 말을 들으며,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애가 둘이라 너무 좋다고. 

몇 해전까지만 해도 난 결혼도 못 하고 애도 당연히 못 낳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못 할 거라는 것에는 너무나 확신이 있어서 결혼은 못해도 애라도 낳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용기만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나도 사유리 같은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용기도 없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모두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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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마침 남편을 만나 그 덕에 결혼까지 해서 아이를 낳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아이가 둘이라 참 좋다.  아이가 하나였더라면 지금쯤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외출이 자유로웠을 것이고, 집안일도 지금보다는 적었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덜 피곤했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 부부만의 시간도 좀 더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둘이라 즐거움도 많고 웃음도 많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을 곱하기 2가 아닌, 제곱 혹은 그 이상으로 가진 느낌. 

욕심은 아이 하나쯤을 더 갖는 것이었고, 가능만 하다면 나와 남편은 넷까지도 갖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 마음만으로 살꼬.  

작은 언니를 보면, 하나로도 충분하다.  행복이 충만하다 못해 하나로도 넘치는 것을 본다.

그리고 둘은 둘대로 좋다.  

각자의 행복을 비교할 수 없듯이, 아이가 하나인 것과 둘인 것의 행복도 비교할 수 없는 법. 

아이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나와 남편에게는 두 아이 육아가 힘들고 고단하고 경제적으로 버거워도 아이 둘과 부대끼는 즐거움이 그 고단함을 채워준다.  

물론 우리는 열심히 운동하고, 돈도 더 벌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하여 안 되는 체력이나마 잘 유지하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애쓸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꼭 그러자.  그러고 싶다. 

머리에 팬티를 뒤집어 쓰고 신이 나서 웃고 있는 잭.  이렇게 웃음이 넘쳐나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