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14. 08:30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더없이 예쁜 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의 멋진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지럽혀둔 모습마저 이쁘고 사랑스럽다. 

의외의 놀이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형이 들어가서 놀고 있는 저 작은 모래판에 동생이 끼어들어가 있는 모습이란!  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 최고의 선물은 아이의 웃음!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좋아하는 두 아이.  팬티 하나로도 저렇게나 즐거울 수가 있구나!

형아 따라 형아 팬티를 머리에 썼다가 다리 쪽으로 머리를 넣는 바람에 머리가 팬티에 너무 꼈다고 우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럴 땐 내가 낳고 키우는 것이 사람인지, 귀여운 캐릭터인지 헷갈릴 판이다. 

최고의 순간은 아이가 평화롭게 잠든 순간.  인간의 자는 모습이 이리도 평화로운 것이라는 것은 아이를 낳고서야 처음 안 것 같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앉지도 못하던 아이가 스스로 앉고, 서지도 못하던 아이가 서고, 겨우 서던 아이가 걷고, 겨우 걷던 아이가 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부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성취는 모두 다 보여준 것만 같다.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지, 내가 너에게 뭘 더 바라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든 만큼 웃을 일도 많다.  감격하고 놀랄 일도 많다. 행복한 순간도 많다는 것이다.  그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오늘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었다.  집에서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안겨 들어가면서도 울었다(스무살도 되지 않았을 선생님이 19킬로는 족히 넘을 우리 잭을 거뜬히 안고 들어갔다).  형아는 그렇게 울고 들어갔지만, 둘째 뚱이는 제 발로 걸어들어갔다.  뒤도 보지 않고 척척 걸어갔다.  형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 잭에게 어린이집에 가는 것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고 이렇게나 울음이 나는 일이지만, 자기보다 작은 인간인 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간다.  비록 엄마와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동생이 옆방에 있다는 것이 우리 잭에게 제법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잭에게 뚱이는 그렇게 큰  선물이다.  자기를 보고 웃어주고, 자기를 따라다니고, 자기가 하는 것은 뭐든 부러워하는 동생.  자기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엄마와 떨어지기, 어린이집 가기)을 자기와 함께 해 주는 존재. 

뚱이에게도 잭은 참으로 큰 선물.  언제나 자기 앞에서 자기를 즐겁게 해주니, 엄마 아빠보다 형아가 최고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내가 자라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아이를 통해 보고 배우는.  그리고 내 부모님을 생각하게 해 주는 일.  내 부모에게 나도 그런 자식이었으리라.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랑마저 뒤늦게 알게 해주는 일.  더없이 감사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