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in 2021

[성장일기] 둘째의 만20개월 발달사항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17. 08:38

모든 아이는 다르다.
그 중에서도 둘째는 정말 다르다.
우리집 둘째였던 내 작은언니도 이렇게 달랐을까.
뚱이는 형아가 하는 것이면 뭐든 따라하려 한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형아 따라 소파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형아 따라 점프를 하려고 한다. 심지어 형아가 계단을 거꾸로 내려가자 자기도 질세라 형아를 쫓아간다.

위험한 행동을 몇 번을 제지했으나 저날은 기어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둘 다 다치지 않고 계단을 저 상태로 거꾸로 내려오기 성공. 나름 힘든 일이었는지, 그 뒤로는 다시 시도를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어발달
요즘 둘째는 말이 더 늘었다. 원래 말을 잘 했지만, 이제 발음이 아주 또렷해졌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공, 포크 리프트, 트럭 등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이름을 거의 다 말하는 것 같다.
요즘 가장 즐겨하는 말은, "많이", "더 많이" 달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네를 밀때 "세게", "더 세게" 밀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우유든 물이든 아이가 컵을 쏟을까봐 늘 조금씩만 줬더니, 요즘은 늘 다시 와서 "더 많이!" 달라고 요청한다.
밥을 먹기 전이면 항상 수저가 들어있는 서랍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수저를 직접 꺼내온다. 아직 키가 작다 보니 발판이나 의자를 들고가는데, 혼자서 들기 힘들때는 우리 손을 끌고 가서 의자를 들어달라 요청하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달라 말한다.
아이가 하는 말 중 가장 빈도가 높은 말은 단연 "아니!", "아니야!", "No!" 이 세 단어이다. 어젯밤에도 자다가 "아니! 아니야!" 하며 잠꼬대를 하는통에 애먼 어미(=나)만 잠에서 깼다.
우리 잭은 27-28개월쯤 되었을 때, 뚱이의 백일날이 되었을 때에야 처음으로 "안녕!"이라고 말을 했는데, 우리 뚱이는 안녕, 바이, 헬로우, 바이바이, 밀크, 웨일(whale) 등등 못하는 말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을 아주 잘한다.
운동발달
아주 빠른 언어발달과 달리 운동신경은 잭에 비해 느린 편이다. 느리긴 하지만, 뚱이만의 빠른 구석도 있다.
가령, 우리 잭은 이 시기에 이미 공을 차며 뛰어다녔는데, 뚱이는 공을 한번 차면 찼지 공을 계속 차며 뛰어가지는 못한다. 그런 운동 자체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뚱이는 던지기를 잘한다. 또, 슬라이드도 잘한다. 마치 야구선수들처럼 잽싸게 뛰다가 두 무릎을 바닥에 대고 미끄러져온다. 뚱이는 야구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영국에서는 이런 재능으로 어떤 스포츠를 잘 수 있으려나.
뚱이는 형아같은 운동신경은 부족해도 스피드 하나는 지지 않는다. 속도가 빠르다. 순발력도 좋다. 재빨리 뛰어가다가 그쪽이 아니라고 하면 곧바로 돌아서 반대방향으로도 재빨리 뛴다. 방향전환이 매우 빠르다.
안정감은 다소 떨어져서 저러다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나 늘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실제로 잘 넘어지기도 한다.
소근육 발달도 형아에 비해 느린 편이다. 형아는 이시기에 스크루드라이버를 돌리며 조립 장난감을 갖고 놀기를 즐겼고, 만 3세가 좀 지난 후부터난 작은 레고, 진짜 레고로도 멋진 모형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두 돌 전부터 가위질도 잘 했다.
그러나 뚱이는 아직 가위질도 서툴고, 가위질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잘 안 되니 집중이 잘 될리가 있나.
대신, 우리 뚱이는 아귀힘이 정말 세다!!! 아귀힘이 좋다 보니 자기가 잡은 장난감을 형아에게 뺏기지 않는데에 유리하다! 그리고, 매달리기를 정말 잘 한다.
최근에는 수저가 들어있는 서랍 귀퉁이를 잡고 거기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어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식탁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린다. 놀이터에 가면 형아가 올라가는 정글짐(스파이더웹)에도 올라가서 한쪽 끈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리기를 즐긴다. 매달리는 시간은 짧으면 1초, 길어야 3초이지만 저 나이에 저 체중을 들고 매달리는 건 보통 일은 아닌 듯하다.
인간관계와 사회기술
엄마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한다. 줄곧 아빠바라기였던 뚱이였건만, 요즘 내가 집중적으로 놀아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나에게도 애정을 보이고 있다.
늘 형아를 좋아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형아를 멋지게 여기면서도 형아로인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아빠나 엄마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친다. 가령, 오늘 아침 틴틴이 뚱이에게 "아빠 사랑해?" 하고 물으니 "노우!!" 하고 웃으며 말하더랜다(진심이었으려나? ㅋㅋㅋ).
그 외에도 형아에 대한 대응능력도 올라가고 있다. 틴틴 말에 따르면 오늘 아침 잭 옆에 있던 Look inside Construction Site 책을 들고 뚱이가 들고 가자 잭이 "안돼!!! 내가 읽을거야!!"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뚱이가 갑자기 그 책을 들고 달려가더니 거실 피아노 아래 구석에 책을 싹 집어넣더니 부엌에 있던 내게 잽싸게 달려가더랜다.  그러자 황당한 잭은 “안돼!! 내가 읽을거야!” 소리치며 오열..!  나에게 그 책을 못 보게 한다면 형아 너도 못 보게 할거는 뚱이의 응징! ㅋㅋ
그렇게 우리 뚱이는 쑥쑥,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뚱아, 부디 다치지만 말고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