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울면서 간 날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16. 21:04

요며칠, 큰 아이 잭은 늘 울면서 어린이집을 가긴 했어도 둘째 뚱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잭도 뚱이도 모두 울음바다였다. 

아침부터 아이들의 울음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저리도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하는 애들을 등떠밀어보내나 싶다.  

내가 이런 생각으로 괴로워하면 틴틴이 그나마 균형을 잡아준다.  집에 있으면 뭐할 거냐고.  가서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고, 여러가지 하고 노는 거, 그게 다 배우는 거라고. 

내 아이들 내가 밥 해먹이고, 내 아이들 내 손으로 돌보는 게 요즘은 참 값비싼 일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을 남에 손에 맡기는 것도 비싼 일이지만, 내가 직접 키우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값어치도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예전에는 참 당연했던 그 일이 지금은 정말 비싼 일이 된 것이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돌아와서 틴틴과 밥을 먹었다. 

아이들을 떼어놓고 우리끼리 하는 식사도 그리 맘이 편치가 않다.  

사실 아이들은 엄마가 떠먹여주는 밥을 배불리 먹고 어린이집에 간 것이고, 틴틴과 나는 그 시간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먹는 밥은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온 터라 그런 것일테다. 

밥을 우적우적 먹는데, 틴틴이 묻는다.

"무슨 생각해?"

"응?"

그제야 나 혼자 멍하게 나만의 생각에 빠져 밥을 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틴틴에게 이야기했다.

어릴 때 엄마가 나 밥 차려주고나서 나 밥먹는 걸 물끄럼이 쳐다보시곤해서, 엄마에게 왜 그러냐고 여쭤보면 엄마가 별 말씀이 없었다고.  그 때 엄마는 날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엄마는 언니 둘과 나, 남동생까지 우리 넷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밥을 해대셨는지, 얼마나 많은 빨래와 청소를 하셨어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저 놀랍다.  어릴 땐 그게 엄마의 일이고, 나도 엄마를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자 하였다.  엄마가 요리를 하시면 뭐 도와드릴 게 없나 여쭤보곤 했는데, 그 때마다 엄마가 제일 자주 부탁한 것은 마늘까기와 깨를 절구에 넣고 빻는 일이었다.  가끔 콩나물 다듬기도 부탁하셨다. 

그래도 그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여섯식구 밥을 매끼니 차려내는 것, 우리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엄마가 도시락을 다섯개씩 싸셔야 했다.  여섯식구 밥을 챙겨 먹이며 동시에 도시락 다섯개라니!

가끔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엄마가 내 밥을 차려주시면 엄마는 절대 나 혼자 먹게 두시질 않으셨다.  늘 식탁에 함께 앉아 내 말벗이 되어 주셨다.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밥먹는 내 모습을 물끄럼이 바라보셨다.  그 때의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너희들 키우느라 엄마는 밖에 나가 엄마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하고(우리 엄마는 꿈이 많으신 분이었다), 매일 매일 밥 차리는 일이 너무 지긋지긋하고,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집안일 때문에 엄마는 미칠 지경이라고, 그런 말을 쏟아낼 법도 한데 단 한번도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아마 엄마도 화가 나고 힘이 들고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엔 별로 남아있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엄마가 저녁 청소를 하시며 우리에게 너희는 모두 정리를 너무 하지 않는다고, 어쩌면 집이 이렇게도 금새 어지럽혀지냐고 푸념을 하시며 청소를 한 일은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제법 자주.  그러나 내 기억에는 그 일들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이 여겨지니..  엄마의 사랑은 그런 것일까. 

아이들은 울면서 어린이집을 들어갔지만, 그 일로 내 마음은 이리도 아프지만, 아이들에게 그 일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기억되기를.

틴틴이 내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봐준 덕분에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이야기를 틴틴에게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결론에 다다랐다.  지금 이 순간의 아이들의 눈물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그것만이 아이들의 기억을 채우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은 그것말고도 좋았던 일들,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았던 일들을 더 크게 기억할 거라고.  내 기억을 돌이켜보니 그러한 것 같다고. 

울적했던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일을 해야겠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8월 24일, 처음으로 김치를 담궜다. 반찬이라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나름 지난 몇 달간 중에 반찬이 가장 많았던 날.  잭아, 식탁에서 너의 '족'을 내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