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5

[학교에서 생긴 일] 나는 내가 싫어. 난 공부를 못 해.

학교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를 사회성 부족을 걱정하고 계실 때 있었던 일이었어요. 1월 말, 2월 초의 일이었죠. 아이가 잠자리에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자기가 싫고, 자기는 공부를 못한다구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는 아이의 이런 이야기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도대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날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침대에 누워서 읽을 책들을 몇 권 골라 침대에 다같이 누웠어요. 첫째 잭과 둘째 뚱이 사이에 제가 누웠습니다. 제가 골라온 여러권의 책들을 보면서 첫째가 갑자기 영어로 말을 하네요. "I hate this book. I hate this bo..

동성 형제 육아에 대한 남편의 판단 미스

둘째 임신 20주 스캔에서 둘째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딸을 기대했던 남편은 조금 실망하긴 했으나 그 실망은 말그대로 "조금"이었다. "딸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아들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장난감과 책값이 뭐든 반값이니 그건 좋네." 이게 남편이 했던 말. 장난감이고, 책이고, 첫째가 쓴 것을 그대로 둘째가 쓰면 되니 모두 반값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틴틴의 그 말에 웃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의 형제를 키운다는 것은 뭐든 두 배로 돈이 드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 둘째가 좀 크고 나니 뭐든 똑같은 게 두 개가 필요하다. 심지어 같은 것이 두 개가 있더라도 그게 별 의미가 없을 때조차 있다. 뭐든 지금,..

[둘째 생후 4개월] 아이를 안을 수 있는 기쁨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요즘 둘째 뚱이를 보노라면, 이 작은 녀석이 너무 이쁘고 귀엽고 가끔은 가엾고 그러면서도 기특하기 그지 없습니다. 잭과 나이 차이가 25개월 밖에 나지 않는데도 저희는 잭의 어린 시절을 그새 다 잊어버렸나봐요. 둘째의 어린 모습 하나 하나가 모두 다 너무 새롭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번은 두번째라고, 첫째때에 비해 뭐든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첫째 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아이의 이쁨을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해 보는 육아, 한 생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절대 쉽지 않았던 아이의 기질, 거기에 부모의 약한 체력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아이는 “안아줘야 하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고 (안 안아주면 우..

[생후 29개월 발달사항] 언어폭발이 일어나다!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저희 큰 아이 잭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갑자기 애가 말을 막 하기 시작하네요?! 갑작스런 말트임으로 엄마 아빠를 놀래키고 있는 잭입니다.최근들어 말이 많이 늘어서, 엄마, 아빠에 이어 "앉아", "바이 (Bye)", "데어 (There)" 를 비롯하여 몇 단어 밖에 구사하지 않던 저희 아이가 드디어 다양한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더나 (일어나)"예요. 제가 힘들어서 잠시만 누워서 쉬려고 하면 "엄마, 이더나!"를 외치는 통에 누워있을 수가 없습니다. 말을 못 하고 징징거렸을 때는 일어나라고 해도 가끔 모른척 할 수도 있었는데 이젠 구체적으로 말로 하니 모른척 할 수가 없습니다.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 궁금하시죠? 그건 다름 아닌 ..

[영국 락다운4주] 도시봉쇄 상태에서 아이와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영국은 도시봉쇄 (Lockdown, 락다운) 를 실시한 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저희 잭이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지도 딱 한달이 되었네요. 저희 남편 틴틴의 회사는 락다운 되기 일주일 전부터 전사원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틴틴이 재택근무한 지 딱 일주일 되던 때부터 아이 어린이집도 봉쇄령으로 닫게 되면서 지난 4주 내내 온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었습니다.그 4주의 시간 중 2주는 틴틴이 근무를 했고, 그 후 2주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집에서 쉬었어요. 남편의 2주 육아휴가 기간 중에 저에게 작은 소망이 있었다면 1. 매일 샤워하기 (애가 둘이다 보니 매일 샤워하는 게 아주 럭셔리한 일입니다 ㅠㅠ)2. 매일, 아니 2-3일에 한번이라도 블로그 글 하나 ..

둘째 생후 2개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첫째의 마음 돌리기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둘째가 태어나니 확실히 시간이 없습니다. 둘째 돌보랴, 첫째 어린이집 도시락 싸랴, 첫째 돌아오면 첫째 둘째 동시에 챙기며 저녁 챙기랴, 집안일 하랴.. 손이 열개라도 부족한 지경이에요. 그건 틴틴도 같은 마음이겠죠?몇번이나 글을 쓰다가 중단하기를 여러번 하다가, 이러다가는 아무 글도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짧게 근황을 남깁니다.잭의 동생 적응기잭은 여전히 동생을 사랑해줍니다. 가끔 너무 과격하게 사랑해줘서 고민이지만요. ^^;; 그리고, 그 잭이 동생은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제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저는 아이의 마음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프로젝트의 4일간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둘째 뚱이의 생후 6주간의 기록 (feat. 형아의 둘째 적응기)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시간이 없어서 짧은 업데이트를 남기려해요.둘째아이 황달 경과: 저희 아이는 황달 때문에 병원에 두번이나 입원을 했었는데, 결국 병원에서 황달전문의가 분유 혼합수유를 해 보라고 권했고, 분유수유를 시작하기 무섭게 황달이 많이 좋아졌어요. 분유를 하루에 1-2회 수유했을 뿐인데도 3-4일 지나자 아이 눈흰자위가 노랗던 것이 많이 좋아졌고, 얼굴색도 오렌지빛에 가깝던 것이 점점 아빠와 비슷한 살색으로 돌아왔지요. 그리고 딱 2주간의 혼합수유 후 병원에 가서 마지막 황달 검사를 하자 이제 피검사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수치로 내려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몇달에 걸쳐 저절로 좋아질테니 이제 집에서 계속해서 아이를 잘 돌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달 케어를 졸업했습니다. 둘째 아이의..

[엄마일기] 1년만에 라디오를 꺼내다

요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긴 했어도 밤새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친터라 졸리기도 졸리고, 낮동안 해야 할 일도 많고 해서 여유다운 여유를 부릴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 여유를 오늘 한번 부려볼까 싶었는데, 또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여유 부리려고 폼 잡던 중에 바로 방으로 올라와 컴퓨터를 켜야 했다. 오늘로 아이 어린이집 4주 3일차 등원이다. 정식 등원 전에 3회의 적응세션과 또 한번의 주1 회 등원을 모두 합하면 어린이집 간 날이 총 16일이다. 그 날들 중 딱 두번 정도 남편과 동행했고 나머지는 나 혼자 아이를 데려다 주고 왔다. 원래 계획은 남편이 데려다 주고 바로 출근하는 것이었으나 차가 한대 뿐인 우리 집..

[영국육아] 영국 어린이집 저녁식사 (1)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 어린이집의 저녁식사를 소개할까 해요. 영국 어린이집은 한국과 달리 flexible hours 가 적용됩니다. 부모들의 출퇴근 시간이 모두 다른만큼 아이들도 아침 7-9시 사이 등원하여 4-6시 사이 하원해요. 또한 오전반만 보낼 수도 있고, 오후반만 보낼 수도 있어요. 뿐만 하니라 일주일에 하루만 보낼 수도, 이틀만 보낼 수도, 주 5일을 모두 보낼 수도 있지요. 자리만 있다면요. 이런 영국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합니다. 보통 아침은 7-8시, 점심은 11시30분, 저녁은 오후 3시30분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저녁식사를 어린이집에서는 ‘저녁’이라 부르지 않고 Tea (차) 라고 불러요. 영국에서는 저녁식사를 ‘dinner’라고..

생후 18개월, 우리아이가 좋아하는 놀이활동들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드디어 저희 아이가 18개월에 접어들었네요. 거참.. 시간이 안 간다 안 간다 싶었는데도 지나고 보니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요즘 저희 아이는 여전히 집안일을 사랑하고 있어요. 열심히 설거지도 하구요, 아빠가 잔디를 밀면 옆에 와서 빗자루 질도 하구요, 작은 빗자루로 집앞 도로도 쓸구요, 집안 청소기는 여전히 잘 돌리죠! 열심히 놀고 예전보다 많이 먹지 않는 것 같은데도 여전히 배는 볼록~ 나왔어요. 잭의 수박배 클라스~ 배가 정말 볼록~하죠?! ㅋㅋ 옷 때문에 실제보다 더 볼록하게 사진에 나온 것 같아요! (믿거나 말거나 ㅋ) 놀이터에서는 자기가 아직 하지도 못할 걸 하고 싶어해서 난처할 때가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더 올라가고 싶은데 제가 더 올라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

[영국육아] Messy Play 에 다녀오다 (2)

지난 2월 7일 저희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있었던 Messy Play에 잭과 함께 다녀온 이야기, 2편을 이어갑니다. 잭은 이날 물감놀이를 조금 맛보고, 반죽놀이도 기웃거린 후 솔방울을 만지작 거리며 놀다가 이번에는 얼음놀이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여기는 얼음조각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피규어 인형을 이용해서 아이들이 얼음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얼음을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얼음 속에 인형을 집어넣어서 얼음을 재미있게 만들기도 했고, 또 페파피그 인형은 인형의 일부만 얼음 속에 넣고 일부는 얼음 밖으로 나오도록 하여 아이들이 얼음 밖에 있는 인형을 사용하여 얼음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애들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 둔 것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인형을..

[영국육아] Messy Play 에 다녀오다 (1)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지난 2월 7일 수요일에 잭과 함께 다녀온 Messy Play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 새 근 한달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센터에서 하는 각종 강좌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영국에서는 그런 ‘문화센터’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여기 저기서 열리는 유료 클래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한번도 수강료가 있는 유료 클래스를 가본 적이 없었어요. 돈도 없는데, 힘들게 등록해서도 아이가 아프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자주 빠지기도 쉽다고 하고, 결정적으로 저희 아이는 8-9개월까지도 똥을 하루에 10번씩 쌀 때도 있었고, 얼마전까지도 하루에 여섯번씩 싸곤 해서 밖에서 아이 똥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외출을 자제했던 편이라 유료 수업에 돈을 쓸..

한주의 시작은 잭과 함께!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밤이 늦어 저도 얼른 자야 하는데.. 그래도 잭 사진을 올리지 않고 그냥 자려니 저희 잭을 보고파하고 계실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잘 수가 없네요. 저희 귀염둥이 잭을 보지않고 한주를 시작하면 서운하지요~ ^^ 저희 작은 언니는 이런 저에게 ‘아들 얼굴 팔아서 블로그 한다’고 뭐라 합니다. ^^;; 그래도 저는 엄마라서 저희 잭이 너무 귀엽고, 이 귀여운 잭을 다른 분들도 함께 보시며 기분 좋아지셨으면 하는 마음이라 그런 이야기에도 여으치않고 저희 잭을 공개합니다~ 우리 가족 중 유일한 포토제닉! 핸드폰을 들고 사진만 찍으려 하면 어떻게 이리 방긋방긋 웃어주는지! 지난주, 아이 겨울옷 구경갔다가 아이가 유모차에서 너무 답답해해서 옷은 못 고르고 휴게공간 소파에..

아기들을 위한 노래마저 오래된 영국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영국에 살다보면 오래된 것들을 만나는 것이 아주 흔한 일입니다. 가까운 옥스퍼드만 하더라도 800년도 더 된 대학인데다, 저희 동네 아빙던만 하더라도 시내에 12세기에 지어진 교회가 있어요. 며칠전 옥스퍼드의 700년된 교회내 식당을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저와 틴틴이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 노래가 200년도 넘은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노래는 바로 Humpty Dumpty예요. 한번 들어보세요~ 가사: Humpty Dumpty sat on a wall (험티덤티가 벽에 앉았는데)Humpty Dumpty had a great fall (험티덤티가 심하게 떨어졌어)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왕의 말들과 ..

생후 9개월, 뭐든 잡고 서는 시기

생후 9개월, 우리 아이의 "잡고 서기" 능력이 좋아지면서 아이가 탐험할 수 있는 세상은 전에 없이 넓어졌다.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겠지만, 부모에게는 바야흐로 아이에게 위험한 상황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더욱 더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일단.. 어느정도 "자신있게 잡고서기" 능력이 갖춰진 후로는 뭐든지 잡고 선다. 일단.. 티비 선반 같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사진: 티비선반에 아이가 부딪힐까봐 서랍고리에 손을 댈 수 없게 테이프를 칭칭 감고, 코너마다 코너보호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다.)제 키로는 닿기 힘든 리클라이너 소파도 어떻게든 잡고 서보려고 안간힘을 쓴다.사실 아래 사진처럼 의자부분을 잡고 서려면 얼마든지 편히 설 수 있는데, 굳이 저 높은 손잡이쪽으로 올라오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