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영국 어린이집 저녁식사 (1)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29. 05:0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 어린이집의 저녁식사를 소개할까 해요. 

영국 어린이집은 한국과 달리 flexible hours 가 적용됩니다.  부모들의 출퇴근 시간이 모두 다른만큼 아이들도 아침 7-9시 사이 등원하여  4-6시 사이 하원해요.  또한 오전반만 보낼 수도 있고, 오후반만 보낼 수도 있어요.  뿐만 하니라 일주일에 하루만 보낼 수도, 이틀만 보낼 수도, 주 5일을 모두 보낼 수도 있지요.  자리만 있다면요.  

이런 영국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합니다.  보통 아침은 7-8시, 점심은 11시30분, 저녁은 오후 3시30분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저녁식사를 어린이집에서는 ‘저녁’이라 부르지 않고 Tea (차) 라고 불러요.  영국에서는 저녁식사를 ‘dinner’라고 부르기 보다는 ‘tea’ 라고 부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해요.  저희 영국 이웃만 해도 저녁 식사를 tea 라고 부르더라구요.  저녁 식사 준비됐다는 말을 Your tea is ready! 라고 하더라구요.  

이상하게 생각한 저는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왜 저녁식사를 tea라고 부르나 찾아보다가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  한 조사에 의하면 저녁 식사를 ‘dinn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전체의 약 57%밖에 되지 않더래요.  43%의 사람들이 tea 라거나 다른 이름으로 저녁식사를 칭하더란 말이죠.  특히 과거에는 저녁을 tea 라고 부르는지, dinner라고 부르는지가 영국의 사회 계층의 문제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계층의 문제이기 보다는 지역에 따른 차이가 크다고 하더라구요.  북쪽 잉글랜드 지방의 사람들이 tea 라고 많이 부른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기사를 본 후 저녁식사를 tea라고 부르는 옆집 이웃 앤드류에게 너는 북쪽 출신이냐고, 왜 저녁을 티라고 부르냐고 물어봤더니, 글쎄.. 그냥 티라서 티라고 부른다고 ㅋㅋ 별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저희 아이의 그 어린이집 저녁 식사, tea를 소개하는 것이 오늘 글의 목적이에요. 

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오후 2-3시경이면 아이를 데려와서 사실 아이가 이 저녁식사를 어린이집에서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점진적으로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아이 데려오는 시간을 2시에서 조금씩 늦추었는데, 그러다 3시에서 3시반 사이에 데려온 첫 날이 바로 지난 5월 14일이었습니다.  그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저희 잭의 tea가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집에 가져가서 먹이겠냐고 묻더라구요.  

굳이 어린이집 음식을 싸가서 먹일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식사로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볼겸, 또 아이가 그 때 바로 배도 좀 고파보이니 집에 가자마자 바로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이야기하고 아이 음식을 받아왔어요. 

빨간 플라스틱 그릇에 아이 이름이 붙은 랩이 씌워져 있었는데, 그 그릇 안에는 바로 다음과 같은 음식이 들어있었어요. 


흠.. 이게 뭐죠? ㅋㅋ 또르띠야에 허머스를 바르고 채썬 당근을 넣어서 둘둘 말아 랩을 싼 것이더라구요. 


우리 아이에게 한번도 또르띠야를 먹인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아이에게 허머스를 몇번 먹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시큼한 맛 때문인지 아이가 싫어해서 항상 실패했었어요.  그 허버스에 생 당근이라...  과연 아이가 먹을까.. 별 기대없이 포장을 뜯어줬어요.  (옆에 있는 팩 우유는 집에서 배달받는 우유예요.)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  아이가 저 뭣도 없어 보이는 음식을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었습니다!!!!!!! 저 고사리같은 손으로... 통통한 고사리 손으로 저 또르띠아를 들고 야금 야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더라구요! 


이번에도 엄마에게 한입 먹어보라고 손을 내미는데... 손에는 음식이 하나도 없고 허머스만 좀 묻어있더라는.. ㅋㅋ 그걸 엄마한테 먹으라는 거니, 얘야? ㅋㅋ 그래도 정성이 있으니 아이 손가락 근처에 입을 대어 먹는 시늉이라도 했습니다. 

이 뭔가.. 부실한 듯 하면서도, 아이가 남김없이 다 먹는 걸 보니.. 부실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었던 날이었어요. 

특히 아이가 잘 먹지 않던 생당근에, 또르띠아에, 호머스까지, 그 트리플 조합을 남김없이 다 먹었으니까요!

대부분의 영국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이런 오후 저녁을 먹고 집에 오면 집에서 간단히 2차 저녁을 먹고 잠을 잔대요. 

그러나 저희 아이는 잠이 적고.. 에너지는 넘치고.. 밥은 많이 먹는 아이라, 저걸 먹고도 저녁을 또 먹고, 간식도 먹고, 그러고도 저녁을 또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이가 요즘 먹성이 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그와 함께 힘도 세지고 무게도 늘어나고 엄마 허리는 끊어지지요.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니 그것에 많이 감사해하며 지냅니다.

이 날 이후에도 또 한번 저녁식사를 받아온 날이 있어요.  그 날의 식사는 다음 글에서 소개할게요!!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