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51

Life goes on... (feat. 남편의 소음)

아이들은 학교를 갔고, 남편은 이번 주 이틀(월요일과 화요일)을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오늘(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은 아침부터 나 혼자서 아이 둘 아침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둘째 도시락을 싸고, 두 아이 양치를 시키고, 교복을 입혀서 학교까지 걸어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며 나름의 기술이 생기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힘이 들긴 하다. 대신 낮 동안은 고요가 찾아온다. 첫째를 낳은 후 조용한 집에 몇시간씩 혼자 있어본 일이 없었으니 거의 6년만에 조용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다. 집에 혼자 있어본 적이 없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6년만에 찾아왔을 때.. 처음에는 이상했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내려놓는 연습

뭘 그리 다 가지려고 하는가.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내려놓는 시늉만 했지, 내 안에는 여전히 욕심이 가득했다. 난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가지고 싶은가. 그것은 왜 가지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난 무엇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고 싶기는 한가.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그 희생은 의미가 있는 희생인가.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그것은 물질인가? 일에서의 성취인가? 물론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수준으로 먹고 살기를 원하는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내 안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내 삶이 무엇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딸이 이사를 가겠다는데 한숨만 쉬시는 아버지

이사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데, 아버지께서는 이사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쉬신다. 처음에는 아버지 한숨을 듣는 게 별로였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구만 왜 아버지는 한숨만 푹푹 쉬시는 걸까. 그리고 생각해봤다. 왜 내 이사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을 쉬시는지. 아버지의 마음은 아마도 딸이 이사가려는데 고민 너무 하지 말고 좋은 데 있으면 이사 가라고 큰 돈을 척하고 내어주고 싶으신 마음이신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처한 현실이 그러지 못하니 딸의 이야기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우신게다. 아니, 내가 이사를 가는데.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가고도 남아야 할 나이의 딸이구만. 아버지. 저도 제 힘으로 살아갈게요. 걱정마세요! 얼른 적당한 데로 이사를 가버려야 아버지의 한숨이 그칠 모양이다.

뭣이 중헌디.. 러시아 전쟁은 어떻게 될까.. ㅠㅠ

사실 최근 부동산 관련 글들을 올렸지만, 부동산이 뭣이 중헌디. 중허긴 허지.. 우리도 살 곳이 필요하고, 일을 하려면 출퇴근 하기 좋은 장소에 살긴 해야 하니까. 그러나 매일 인터넷 창을 열면 전쟁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하고, 그 소식들은 정말이지 가슴 아픈 소식들 뿐이라 마음이 무겁다. 오늘 BBC 메인 화면의 뉴스들. 러시아 전쟁에 대한 소식들과 코비드에 대한 소식 뿐이다. 오미크론과 함께 코비드가 종결되나 했더니 왠걸.. 전쟁이라니!! 인간의 욕심은 무엇이길래. 모든 인간도 아니다. 소수의 인간들의 탐욕에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 짓밟아지고 있다. 가슴이 찢어진다. 전쟁으로 무너지고 있는 한 이웃사회에 대한 소식과, 각지에서 코비드에 대한 모든 규정을 폐지한다는, 즉 코비드를 일반 감기로 취급하기로 한..

꾸준한 글쓰기가 쉽지 않은 '엄마'의 현실

글을 매일 적어도 하나씩은 올라오게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 지난주에 올라온 글들은 모두 그 전 주에 적어둔 글들이었어요. 지난 한 주, 이런 저런 집안일로 바빴고, 그 와중에 둘째는 장염에 걸려 어린이집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겸사겸사 큰 애, 둘째 애 모두를 집에서 데리고 있으며 금-토-일 집중육아 기간을 보내다 보니 체력이 완전 고갈됐습니다. 딱 하루, 어린이집 안 가고 집에 있었다고 이 애들이 이번 주에 들어서는 어린이집을 그렇게나 가기 싫어해서 매일 아침이 전쟁통. 그러던 중에 저는 오늘 지금껏 진행한 연구 성과 보고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어요. 아이들을 얼른 보내고 제 발표도 준비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아이들은 더더욱 미적대고, 말도 안 듣고, 울고, 싸우고... 밤잠도 제대로 못 자..

나의 즐거운 일상, 블로그에 글 쓰기!

지난 몇 달간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일에 치이고, 애들에 치이며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지난 겨울 한국에 가서 자그마치 9년간 썼던 랩탑을 새걸로 교체하면서, 새 랩탑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뭔가 익숙하지 않으면서, 약간 불편한데, 그 약간의 불편함이 아주 큰 장벽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코비드가 장기화되고(영국에서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추운 겨울이 길어지고, 아이들의 감기가 잦아지면서 내 몸도 안 좋았고, 덩달아 기분도 안 좋았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뭔가를 쓸 여력이 나지 않았다. 안 쓰다 보니 뭘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다 기운을 내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을 씀으로써 내 일상을 다시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도 나도 블로그를 ..

2월 다짐

할 일이 많은데, 계속 미루고 있었습니다. 바로 제 프로젝트죠. 이사도 알아봐야 하는데, 이사는 과연 하게 될지 안 하게 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예요. 최근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올렸어요. 꾸준히 좀 올려보려구요. 다짐은 자주 하는데 실천이 잘 안 되네요. 12월 말에도 아이들 어린이집 확진자가 나오면서 저희도 힘들었고, 그리고 나서 얼마전에도 제가 몸이 안 좋아서 힘들었거든요. 힘들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일들도 밀리고, 체력은 약하고, 기분은 다운되고. 그런 시간을 보냈으나 이제 기운 내려구요. 해도 점점 길어지고 봄도 오니, 저도 힘을 내야죠. 삶은 쉴 틈을 주지 않네요. 쉴 틈을 허락하질 않아요. 언제쯤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아직 아이들이 어린 ..

친구들의 동반 한국 입국. 남은 자의 쓸쓸함..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 둘이 한국으로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갔다. 이들은 내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내 결혼식에서 잠시 스쳤을 뿐,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 사이였지만,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면서 자녀를 동반한 장시간의 비행 중에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이들이 같은 날 한국으로 가고 나니 별 생각 없이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왔다. 나와 동일한 시간 대에 살고 있는 친구 둘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국 가서 살고 싶다, 한국 돌아갈 준비를 해보려 한다, 한국 가는 걸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이런 말을 저 둘에게 자주 했는데, 그 말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건 남은 이에게 엄청난 일이 되겠다는 것을. 친구들이 겨울..

어쩌다 영국...

정말 어쩌다 영국. 아이들이 비행기 박물관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집에서 한시간쯤 걸리는 곳에 있는 Berkshire Aviation Museum을 갈까 하고 찾아보는데, 일요일에는 문을 12시는 되어야 연다는 것을 보고 더 가까운 곳에는 비행기 박물관이 없을까 구글맵을 펼쳐놓고 찾아보았다. 없다. 저 한시간 걸리는 곳이 가장 가깝다. 아이들이 비행기는 보고 싶다하지만 1시간 동안 차를 잘 타고 갈 수 있을까? 지도 이 곳 저 곳을 보며 어디를 가면 좋을까 행선지에 이 곳 저 곳을 입력해보다가 문득 내가 정말 원하는 행선지는 어디일지 생각해봤다. 그 때 떠오른 것은 서울. 내 현재 위치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구글맵에서 도착지로 서울을 입력했다. 사실 이미 알고는 있었다. 구글맵에서 ..

과거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경우

이건 뭐랄까.. 데자뷔는 아니고.. 어릴 때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저 상황이 내 미래 상황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던 일이 실제 내 일이 된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가 결혼을 늦게 하는 일. 대학 시절,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얕았던터라 나는 결혼을 아주 늦게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대학원을 진학하며 나의 그 두려움은 현실에 가까워졌고, 내 미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긴 했다. 사실 결혼을 늦게 하는 게 요즘같은 때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에 여자가, 그것도 내가 마흔이 다 되어서 결혼할 거라는 생각은 그리 일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생각은 아니었었다. 게다가 나는 두 살, 네 살 많은 두 언니가 모두 2..

내년은 비워두기로 했다.

올해 조합 워크샵에 참석했다. 올해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내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일단 내년의 모든 시간은 비워두기로 했다. 미리 무엇을 예정하고 그에 따라 일을 진행하기에 우리 가족의 현재 상황에 변수가 너무 많다. 올해는 그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내년만 지나면 둘째가 세돌이 되고, 그때만 되어도 우리 상황이 많이 달라져있으리라. 그때까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많이 생각했고, 이미 결정했던 일이지만 예상했던대로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그게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으므로. 숨을 고르고 잠영을 하기로 한다.

[엄마일기] 애들이 우는 것도 모두 다 한 때다.

다음 주 화요일 데드라인으로 인해 이번주는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은 바쁜데, 아직 둘째가 자다가 자주 울고 깨다 보니 몸이 피곤하고 늘 졸린 상태라 실제로 일의 효율은 별로 좋지가 않다. 영국에 대한 자료를 정리 중에 있는데, 와..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세상이 원래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영역을, 한국에서도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영역을 영어로 자료를 찾고 그걸 이해하고 소화하려니 정말 어렵다. 그 와중에 자료는 뭐가 이리도 많고, 데이터도 뭐가 이리 많으며, 예쁜 차트와 그래프는 어떻게 또 이리 많은지. 영국 정부가 하는 것들을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정책이 정말 많지만, 정부 웹사이트나 여러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각종 복잡하고 난해한 정보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

킴 닐슨의 "장애의 역사"(김승섭 번역)를 읽었습니다.

얼마전 바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장애의 역사.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장애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제가 장애에 대해 배우기 위해 추천해줄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책을 추천해줬어요. 당시 이 책은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출판되었거든요. "장애의 역사"라는 제목을 보고 너무 무겁고 어려운 책이면 어쩌려나 걱정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이 책은 미국의 장애사에 한정된 책이었고, 그러면서도 역사학자가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여러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화형식으로 제시하며 분석하고 있어서 이야기책처럼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어요. 이 책의 특징은 미국의 토착민 시기부터 유럽이 식민지화한 시기, 미국이 독립전쟁을 거치며 독립한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

지난 시간들: 7-8월에 생긴 일, 그리고 우리가 도달한 결론

안녕하세요. 요즘 블로그 업데이트가 정말 뜸했죠?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저의 일상 복귀의 스타트를 블로그에 남기는 일기로 시작합니다. 저희는 남편의 차 사고(7월 초) 이후 두 달여간의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에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나 모를 정도로 두 달의 시간이 뭉치째 사라져버린 느낌이거든요. 저희는 차 사고 처리를 해야했고(7월 내내), 신차는 물론 중고차도 귀해진 이 시기에 하필 다시 차를 사느라 밤낮없이 중고차 마켓을 뒤져야 했고, 그 와중에 저는 음식 알러지로 온 몸과 얼굴을 두드러기로 뒤덮여 괴로운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았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손등과 얼굴까지 두드러기가 올라온 상태로 마스크를 끼..

[영국날씨] 그리도 덥더니 이젠 이렇게 춥구나

영국아. 너의 정체는 도대체 뭐니? 어떻게 어제까지는 에어컨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하더니, 오늘은 이렇게나 추울 수 있니? 넌 어쩜 이리도 확확 변하니? 일년내내 큰 변화 없이 항상 춥고 축축하더니, 그래도 여름이라고 요며칠 해를 반짝 보여주더니, 어느새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구나. 일년을 보면 큰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하루에도 해가 났다, 비가 왔다, 또 해가 났다, 우박이 내리기도 하니, 변화가 없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오늘만 해도 어제 그리 더웠다 오늘은 이리 추우니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무쌍하구나. 영국아. 나는 니가 참 편하면서도 힘들어. 내 성인기의 절반 이상을 너와 함께 보냈으니, 이젠 니가 나의 고향인데도 나는 아직도 니가 낯설어. 특히 너의 이 변함없이 춥고 어둡고..

셋째에 대한 욕심은 접기로 했다.

셋째를 욕심냈다고? 아니, 내가? 만으로 석달뒤면 마흔하나가 되는 내가 셋째를 욕심냈다고? 그렇다. 욕심을 냈다. 그것도 요 근래 며칠 그리 욕심이 났다. 셋째를 갖기에 늦은 나이라는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셋째에 대한 욕심을 접기로 했다. 자녀 출산은 둘째를 끝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셋째가 욕심났던 이유는.. 둘째를 낳고보니 정말 이쁘다. 첫째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을 발견해나가는 재미도 크다. 우리가 그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관심을 갈구하고, 우리에게 의존하는 이들의 존재가 정말 고맙다. 셋째가 있으면 셋째는 얼마나 더 귀여울까! 첫째, 둘째와 다른 어떤 이쁨을 보여줄까? 틴틴도, 나도 셋째이다 보니, 우리 셋째는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셋째 고민 우리는 처음부..

책이 나왔습니다.

낯부끄러운 홍보글입니다. 2020년 11월, 마인드북스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해 본 책 작업이라 부족함이 많아 이 곳에 소개하기까지는 많이 망설였어요. 그렇지만, 한 분이라도 더 읽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소개해봅니다. 출판된 책은 바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시작이다: 장애아동의 치료·교육·돌봄 찾기 입니다. 저는 연구자 협동조합인 함께하는연구라는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소속되어 활동 중인 연구자입니다. 현재 제 생활이 육아로 점철되어 있는지라 저를 '연구자'로 칭하기 부끄럽지만, 그게 제가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일입니다. 저희 조합에서는 2019년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의뢰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모델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

영국에 온지 한 달 반. 이제야 슬슬 적응되는 영국 생활

한국에서 영국으로 온 게 3월 5일. 어느새 영국에서 지낸지 한달 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제야 영국에 좀 적응이 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오래 살던 곳인데도 다시금 적응하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걸리다니. 한국에 가서도 두달쯤 되어가니 한국 생활이 적응이 되더니, 어느 쪽으로든 생활 환경이 바뀌게 되면 두 달 정도는 적응시간이 필요한 가보다. 이렇게 직접 체험해보고 나니, 한국으로 완전히 재이주를 하기 전까지 2-3년의 시간 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는 것은 어떨까 했던 내 생각이 참으로 무지하고 오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을 옮길 때마다 적응시간이 두 달이니, 일년이면 전체 중 넉달을 그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지내야 한다. 넉달이면 1년의 3분의 1이다. 너무 긴 시간. 나와 틴틴에게도 무리이고, ..

궁금한 분들을 위하여...

내 블로그를 보는 친구들 몇몇이 물었다. "그래서, 책상은 샀어?"책상 사는 일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은 이야기 때문에 그게 궁금했나보다. 연관글: 2020/11/26 - [좌충우돌 육아일기/한국생활 정착기] - [한국일기] 책상 구입을 둘러싼 아버지와의 갈등나는 민망한 웃음을 날리며 대답했다."응, 샀지! 우리가 시댁에 가 있는 사이 부모님 댁에 택배로 도착하게 보내버렸지."시댁에서의 8박9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그리 반대하셨던 책상이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접이식 책상.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서 3만 몇천원에 구입했다. 아버지께서는 뭐 이런 싸구려 같은 걸 샀냐고 하셨지만, 남편은 대만족이다. 물론 나도 만족. 부모님께서 더 좋은 거 하나 사 주실 것도 아니면서 싸구려니 아니니 그게 다 ..

[독서일기] 심신단련,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이슬아 산문집

오랫만에 책을 읽었다. 미아가 선물로 보내준 책, 심신단련.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게 연락해서 대뜸 책을 한권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책을 한권이 아니라 네권이나 보내주었다. 바로 아래 사진의 책들이다. 그 중 자그마치 세 권이 이슬아 작가의 책. 처음보는 이름의 작가.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름이 친숙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이 참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 이슬아. 이슬아. 슬아야. 이슬아. 이슬아 작가는 누구지? 심신단련? 어디서 나온 책인가 보니 헤엄출판사. 아니, 출판사 이름마저 마음에 들잖아!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산더미, 읽을 거리도 산더미인데 이런 산문집을 언제 읽나 싶었지만 책장이 예쁘고 산뜻하여 곧바로 표지를 넘겨보았다. 거기서 마주한 작가의 사진과 이름, 태어난 연도. 늦둥이 내 동생보다도..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의 모습

오늘은 아이와 집 근처 작은 기차역에 갔다. 이 기차역은 워낙 작기도 작고 이용객도 적어서 무인기차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차역은 항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하고 기차만 종종 오갈 뿐이다. 그런 기차역에 아이는 놀러 오기를 아주 좋아한다. 넓은 주차장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기찻길 위로 나 있는 육교를 오르내릴 수도 있고,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으니 아이로서는 1석 3조이다. 기차역 자체가 실내공간 없이 야외공간만 있어서 코로나 상황에서 놀러오기에도 안성마춤인 곳이다. 아이가 기차역에 놀러가고 싶어 할 때는 대부분 남편과 함께였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단둘이서 외출하기에 별 준비 없이 올 수 있고, 집에서도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다 보니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기만 하면 ..

영국의 두번째 락다운. 마음이 아프다.

어제는 영국에서 코로나가 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데,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글을 쓴 것 같아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내가 글에 썼던 이유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인구밀도가 낮은 소도시에 살고 있고, 올 초의 락다운 이후 실내공간이라고는 두 세 번 마트에 간 것이 전부인 상황이라 일반적인 이야기를 논할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어제의 다소 감정적이었던 글은 영국의 이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적어나간 글이었다. 오늘 드디어 제2차 락다운에 대한 발표가 났다. 영국에서 뉴스를 시간 맞춰 보려고..

[엄마라이프] 남은 2020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안녕하세요. 오늘도 몽실언니의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글에 적은대로 저는 이제 올해 그 어떤 “글빚”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올해 예정되었던 일들은 모두 끝이 났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두달 남짓 남은 기간, 이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가 하고 싶은 때에 하면 되는 자유인입니다!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올해도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코로나로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머물며 두 아이를 돌보느라 동분서주하다 보니 올 한해가 이렇게 많이 흘러버렸네요.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남은 기간,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블로그에 글 쓰기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그래도 이게 제 솔직한 마음이에요. 남은 시간, 무엇보다도 블로그에 글을 많이 적고 싶..

[엄마라이프] 2020년 10월의 데드라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요즘 참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도 제 블로그로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 주셔서 감사드려요!둘째 뚱이를 키우면서 블로그로 쓰고 싶은 글이 더 많이 늘어났는데, 정작 시간은 더 없다 보니 글로 남기지는 못하고 모두 머리 속에, 마음 속에만 떠돌다가 모든 이야기가 사라져버려서 참 아쉬운 요즘입니다. 특히, 이번 10월달은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더더욱 넘쳐나는 한 달이었으나 시간에 쫒겨 글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어요. 글로 남기지 못하니 저의 지나간 시간이 모두 연기처럼 날아가버린 느낌입니다. 이래서 일기를 쓰라고, 그것도 매일 쓰라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르치나 봅니다. 갑자기 생긴 두 개의 데드라인이 달에 바빴던 이유는 데드라인이 두 개나 있었..

[영국일기] 코로나 시대, 우리가족 적응기

2020년은 바야흐로 코비드 시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실 올 해는 우리 가족에게 제법 특별한 해이다. 나는 연초에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여름에 마흔번째 생일을 맞았다. 어린이집에 가던 큰 아이는 동생이 생겼고,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며 1 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청산했다. 둘째가 태어나면 그 한 해만이라도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돕고 싶다고 바래온 남편 틴틴은 코로나로 인해 강제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4시간을 함께 한 지 7개월. 그리하여 오늘은 우리 가족의 코로나 시대 적응기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내가 겪은 인종차별코로나 초기,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혹시라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곳에서 인종차별을 ..

[독서일기] 구글 에드센스로 돈 벌기

며칠 전, 다음(Daum)과 구글,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구입하게 된 여러 권의 한국 책들을 구입했다고 글을 올렸는데요. 그 중 위의 책,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벌기"에 대한 리뷰를 해 볼까 합니다. 연관글: 2020/09/23 - 다음(Daum)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어쩜 그 많은 책 중에 이 책 리뷰를 가장 먼저 올리는 이유는, 이 책이 리뷰를 적기가 가장 간단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이 책을 구입함과 동시에 제 블로그에 있던 모든 구글 애드센스 광고를 삭제하였어요. 광고를 삭제한 것은, 이 전의 글에서 적은 바와 같이 제가 광고를 적절하게 관리할 의지와 열정이 없기 때문이고,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제 블로그에서 애드센스로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라 구글 애드센스로 돈을 버는 블로그들..

다음(Daum)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다음(Daum) 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바로 이 책들이다.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닌, 육아를 위한 독서가 아닌, 오롯이 나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사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것도 자그마치 한글책들이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딱 일주일 전 우리집으로 온 귀한 손님들이다. 이 책들이 어째서 다음과 구글이 준 선물인고 하니, 구글을 통해 광고를 걸어둔 내 블로그 글을 다음(Daum)이 여러번 메인에 걸어 만천하에 소개를 종종 해 주었고, 그 덕에 광고료 수입이 제법 쌓여 그 돈으로 책을 사고 이 곳 바다 건너 영국까지 배송받았기 때문이다. 4년 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나긴 시간 박사논문을 마치고 논문심사를 끝낸 후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코로나 단상] 영국에서 코로나 나기: 온가족 집콕 7개월차

우리 가족의 고립된 생활. 남편의 재택근무가 6개월을 넘어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지도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남편은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니 재택근무의 한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네 회사는 올 연말까지는 전사원 재택근무가 이어질 예정이다. 재택이 용이한 직종이라서, 재택을 허용하는 회사라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큰 아이는 하루 종일 심심해, 따분해 두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은 가기 싫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가족의 고립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들과 소통하고싶은 욕구가 점점 더 커진다. 계속 이렇게만 살 수는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을 만나고, 타인과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어서. 우리는..

외국어 공부가 절실한 이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볼펜. 독일산 Schneider Slider Edge XR이다. 볼펜심이 아주 두꺼운데, 부드럽게 잘 써지고 글씨도 눈에 잘 들어와서 집에 몇자루나 두고 애용하고 있다. 5-6년 전에 여러 자루 산 것을 한참 동안 돌려가며 쓰다 보니 이제는 모든 볼펜이 수명이 다 한 것 같아 아마존에서 추가 주문을 했다. 옥스퍼드 살 때에는 문구점에 직접 가서 샀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마존에서 한자루만 사려고 보니 10자루 박스로 샀을 때 하나 가격의 2배가 넘었다. 10자루는 좀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검정 볼펜이라 남편도 쓰고 나도 쓰고 책가방에도 하나 넣어두고.. 등등 쓰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과감히 주문을 하였는데, 배달 받고 신이 나서 박스를 열었더니, 띠로리..

자신에게 친절하기: 오늘 한 뿌듯한 일들 기록

"We often wait for kindness... but being kind to yourself can start now." 번역하자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게서 오는) 친절을 기다리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친절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올해 아이 낳고, 아니, 2년 반 전 큰 애 낳은 후 육아서적이 아닌 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책,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중 한 페이지. 책이 그림이 많다 보니 글밥이 매우 적어서 한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 명언으로 그득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친절하기의 일환으로 오늘 한 뿌듯한 일들을 기록하며 나를 칭찬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집 정리를 했다. 낮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