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어쩌다 영국...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2. 9. 23:28

정말 어쩌다 영국.

아이들이 비행기 박물관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집에서 한시간쯤 걸리는 곳에 있는 Berkshire Aviation Museum을 갈까 하고 찾아보는데, 일요일에는 문을 12시는 되어야 연다는 것을 보고 더 가까운 곳에는 비행기 박물관이 없을까 구글맵을 펼쳐놓고 찾아보았다.

없다.  저 한시간 걸리는 곳이 가장 가깝다.  아이들이 비행기는 보고 싶다하지만 1시간 동안 차를 잘 타고 갈 수 있을까? 지도 이 곳 저 곳을 보며 어디를 가면 좋을까 행선지에 이 곳 저 곳을 입력해보다가 문득 내가 정말 원하는 행선지는 어디일지 생각해봤다.  그 때 떠오른 것은 서울.

내 현재 위치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  구글맵에서 도착지로 서울을 입력했다. 

사실 이미 알고는 있었다.  구글맵에서 서울을 검색해도 구글맵 지원이 되지 않는 서울까지는 경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내가 서울을 입력해보지 않은 사이 뭔가 시스템에 업그레이드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일말같은 희망으로 다시 한번 서울을 입력해보았다.  역시..

Sorry, we could not calculate driving directions from "Your location" to "Seoul, South Korea"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흑흑...  지도로 봐도 참 멀다.  어쩌다 나는 이 멀리까지 와서 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나처럼 부끄럼 많고 낯가림 많던 아이가 어쩌다 영국까지 와서 살고 있나. 

 

언젠가 영국에서 차를 타고 한국까지 갈 수 있는 날도 올까?  지금도 안 되지는 않을텐데 구글맵에서 경로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 

몇해전 한 친구가 영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직장을 옮겨갔다.  이 친구는 고향이 키르기르스탄이었다.  그래서 남편과는 한동안 롱디로 지내기로 하고 우리 잭 또래의 아들만 데리고 카자흐스탄의 새 직장으로 떠났다.  이듬해 여름 친구 남편은 아들과 부인을 만나러 키르키르스탄까지 바이크를 타고 갔다.  한 달여에 걸쳐서 바이크로 가고 또 갔다고.   

그 생각이 나서 지도를 찾아보니 구글맵이 카자흐스탄은 물론 키르기르스탄까지의 경로는 안내를 해준다.  84시간이 걸릴 거란다.  친구 남편은 이 길을 가다 쉬다 가다 쉬며 한달에 걸쳐 간 거구나.  구글이 서울까지도 경로를 안내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을까.  떠나지 못하더라도 맘만 먹으면 차만 갖고 집을 떠나서도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잠시라도 마음이 설레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갑자기 이렇게 한국 생각이 나나 모르겠다.  며칠 뒤면 한국에 가는 친구들 때문일까.  나도 한국에 가서 우리 잭, 우리 뚱이 생일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축하했으면 좋았을텐데.

오늘은 우리 잭의 네번째 생일.  많은 준비 못 해줘서 미안하구나, 잭. 

오늘도 즐겁게 보내고 우리 저녁에 네 생파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