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친구들의 동반 한국 입국. 남은 자의 쓸쓸함..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2. 13. 23:46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 둘이 한국으로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갔다. 

이들은 내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내 결혼식에서 잠시 스쳤을 뿐,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 사이였지만,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되면서 자녀를 동반한 장시간의 비행 중에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이들이 같은 날 한국으로 가고 나니 별 생각 없이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왔다.  나와 동일한 시간 대에 살고 있는 친구 둘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국 가서 살고 싶다, 한국 돌아갈 준비를 해보려 한다, 한국 가는 걸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이런 말을 저 둘에게 자주 했는데, 그 말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건 남은 이에게 엄청난 일이 되겠다는 것을.  친구들이 겨울 방학을 맞아 3-4주 한국을 갔을 뿐인데도 내게 느껴지는 허전함이 이리 큰데.. 내가 한국으로 영구귀국을 한다면 이들에게도 나의 귀국이 정말 큰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

남들은 해외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몇 안 되는 친구들과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고 있는 우리네 생활의 특성상 단 한사람의 부재도 엄청나게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다. 

친구들의 동반 부재를 경험하니, 한국에 갈거다, 가고 싶다는 말을 그저 바램만으로 자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막연한 그리움으로 한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게 실제로 실현된다면 그건 서로에게 정말 큰 일이기 때문에 가볍게 그냥 막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1월이 되면 친구들은 돌아온다.  사실 같은 나라에서 심적으로 크게 의지하고 살았지만 코비드다, 육아다 하여 지난 2년간 얼굴 본 날이 몇 번 되질 않는다.  그 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전에는 내가 몸이 많이 아팠고, 그 전에는 그들도 박사과정으로 늘 바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해도 같은 시간대에 친구가 있지만 못 만나는 것과, 없어서 못 만나는 것은 정말 다르다.

해외살이는 쉽지 않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겠지만, 이 또한 우리의 선택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해외에 살지 않는다고 인생이 쉬운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살아도 힘들 인생을 굳이 해외까지 나와서 더 힘들게 하기로 작정했을 때는 더 나은 삶(남편의 경우, 직장. 나의 경우는.. 남편?)을 원하고 찾아서 선택한 것인데, 그것의 대가가 그저 고생과 외로움과 괴로움 뿐이라면 그러한 삶 또한 이어가기가 힘들다. 척박한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고,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건 우리의 몫이다.  좋은 인연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어가는 게 그 괴로움과 외로움을 채우며 해외살이의 고됨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그 인연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있을 때 잘하자. 있을 때 잘하자.  친구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주말이었다.  있을 때 잘하자.  있을 때 잘할게.  건강히 잘 지내다 돌아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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