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를 갔고, 남편은 이번 주 이틀(월요일과 화요일)을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오늘(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은 아침부터 나 혼자서 아이 둘 아침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둘째 도시락을 싸고, 두 아이 양치를 시키고, 교복을 입혀서 학교까지 걸어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며 나름의 기술이 생기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힘이 들긴 하다. 대신 낮 동안은 고요가 찾아온다. 첫째를 낳은 후 조용한 집에 몇시간씩 혼자 있어본 일이 없었으니 거의 6년만에 조용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다.
집에 혼자 있어본 적이 없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6년만에 찾아왔을 때.. 처음에는 이상했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몇일이 되니 그것도 익숙해졌다. 샤워를 하고 나서 옷을 다 입지 않은 채로 욕실에서 나올 수 있어서 편했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말 거는 사람도 없으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 받지 않아서 평화롭고 좋았다.
그러나 그 평화롭고 좋음도 몇 번에 족했다. 어제는 혼자 있는 그 고요함이 적막하게 느껴졌다. 싫었다. 외로웠다. 말동무가 필요했다. 아마 내 마음 속에 온갖 마음들이 휘젖고 있는데, 내 눈 앞에 한 명의 사람도 없었다.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그저 나에게 말걸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그리웠다.
그리고 오늘 남편이 다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나도 이메일을 열어서 밤 사이 온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남편의 회의가 시작됐다. 직장인인 남편의 특성상 회의가 잦은데, 회의 때마다 시끄러워서 내 일에 방해가 되서 무언가를 읽거나 생각할 때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몇 주전 우리 부부가 함께 잔 적은 없지만 부부침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 침실에 작은 책상을 하나 들여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책상을 이제껏 딱 한번 밖에 쓰지 않았다.
남편이 없는 시간의 적적함을 알게 된 후로, 이제는 남편이 옆에서 회의를 해도 그 회의에 너무 방해받지 말고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요령을 찾아볼 생각이다. 남편이 내 옆에 있는 것이 좋다. 저 회의 소음(?) 마저도 남편이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실하게 제 맡은 바를 해내느라 생기는 일인 것을.. 남편이 가장의 역할을 해주는 게 고맙다.
남편 회의가 시끄럽기는 하지만, 저런 소음이 있어도, 내 삶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 있어도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겠노라. 그것이 삶이니.. 남편의 회의소리가 시끄러워도 life goes on... 삶은 계속된다!!!
이상... 남편 회의 때문에 하던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아줌마의 결심... :D
(방금 남편 회의가 끝아서 휴우.. 한숨 돌리기 무섭게 남편이 감자칩을 갖고 와서 아작아작 시끄럽게 씹어먹고 있다....하아.... 그래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말고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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