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다음(Daum)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옥포동 몽실언니 2020. 9. 24. 07:27

다음(Daum) 과 구글이 내게 준 선물, 바로 이 책들이다.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닌, 육아를 위한 독서가 아닌, 오롯이 나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사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것도 자그마치 한글책들이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딱 일주일 전 우리집으로 온 귀한 손님들이다. 

이 책들이 어째서 다음과 구글이 준 선물인고 하니, 구글을 통해 광고를 걸어둔 내 블로그 글을 다음(Daum)이 여러번 메인에 걸어 만천하에 소개를 종종 해 주었고, 그 덕에 광고료 수입이 제법 쌓여 그 돈으로 책을 사고 이 곳 바다 건너 영국까지 배송받았기 때문이다. 

4년 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나긴 시간 박사논문을 마치고 논문심사를 끝낸 후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논문과 일로써 하는 글쓰기가 아닌 나의 즐거움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이 티스토리 블로그였던 것이다.  

어라.. 그런데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구글 에드센스로 광고를 달 수 있고, 광고를 달아서 돈도 벌 수 있네?  이렇게 바람직할 데가!  내 글에 대한 원고료를 구글이 준단 말이지?  나는 신이 나서 광고를 신청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갖추기 무섭게 광고를 신청한 후 내 블로그에 광고를 달았었다.

그러나 컴퓨터로 하는 것이라고는 워드문서 작성과 인터넷 자료 검색 뿐인 사람인지라, 광고 신청과 설정을 겨우겨우 하고 나서 광고는 잊고 열심히 블로그 생활을 즐기며 지낸지 3년 반.  

광고를 달긴 달았는데, 수익이라고는 처음 몇달이 지나도 5달러도 되지 않았다.  백불쯤 달성하려면 5년은 걸리겠다고 틴틴과 웃으며 이야기하며, 그냥 광고를 모두 없애버릴까도 여러번 고민했다.  그러나 가끔씩 구글 에드센스 계정에 들어가서 몇달에 걸쳐 1, 2달러라도 들어온 것을 확인하는 재미가 솔솔했기에 광고를 그대로 유지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다음에서 내 글을 다음 메인에 띄워줬고, 그런 일이 드물지만 몇 번 반복되니 그 때마다 급상승하는 방문자 수.  그와 함께 내 광고료도 일시적이지만 쑥쑥 뛰었다.  그 덕에 5년은 가야 100불이 될 것 같던 광고료는 5년이 되기 전에 이미 채워졌고, 4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 내겐 꿈만 같았던 천 불에까지 도달했다.  10년을 해도 백만원도 못 벌 것 같다고 틴틴에게 이야기했었는데, 약 4년만에 천 불, 백만원이 넘는 돈이라니! 

그러던 중, 최근 어떤 연유인지 구글에서 내 블로그에 광고를 너무 많이 띄우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글 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들이 있었고 (나와 틴틴 포함), 이번 기회에 그간 고려했던대로 모든 광고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결정.  그저께 드디어 그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광고를 삭제하려니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었다.  html 로 들어가서 광고 코드를 지웠는데, 그렇게 해도 자꾸 광고가 뜨는 바람에 구글 에드센스 계정에 들어가서 내 티스토리 블로그 주소 자체를 삭제해 버렸다.  다시 광고를 띄울 수 있는 원천 자체를 봉쇄해 버린 것이다.  

이전부터 내가 광고 free로 전환하려고 했던 것은 막상 블로그를 해보니 블로그 광고로 돈을 버는 일은 소위 '수익성'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나 같이 소소한 일기를 올리는 블로거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일치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수익을 얻을 것도 아니고, 수익을 위해 하는 일도 아닌데 굳이 광고를 이렇게 달아둘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나 본인부터도 광고가 많이 달린 글이나 기사는 가독성이 떨어져서 기피하면서 정작 내 글에는 광고를 주렁주렁 띄우고 있으니 그게 내 눈에도 거슬리고 마음에도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물생심이라고, 일주일에 1, 2달러라도 들어오는 그 돈이 재밌고 아쉬워서 그것을 포기하지 못했는가 이 참에 끊어버리니 이리 마음이 홀가분할 수가 없다.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달 다음과 구글의 협공 덕에 200불이 넘는 소득이 발생했고 그 덕에 4년에 걸친 총 광고료 소득이 누적 1천 불을 채우게 되면서, 해 볼 만큼 해 봤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다.  천 불을 채우게 되면서 이것이 어떤 성취감의 임계치로 작용한 것 같다.  백만원 남짓한 돈. 누군가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 돈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는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보너스가 생겼으니 그야말로 이건 내게 덤이자, 이런 덤이 생긴 것은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이 돈으로 최근 읽고 싶었던 책들을 잔뜩 구입했다.  한국에서 큰 언니가 책을 주문해줬는데, 책 값이 4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구입하던 중에 언니도 읽고 싶던 책들이 있었다고 해서 언니와 조카가 읽을 책도 함께 주문하라고 언니에게 책 값으로 50만원을 보냈다.  그리고 그 책들을 항공 우편으로 전달 받았다. 

이번에는 친구를 통해 우편료도 아낀 덕분에 앞으로 이 만큼의 책을 한번 쯤 더 살 수 있는 돈이 남아있다.  두근두근.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사실, 그 돈을 모두 책 값에 쓸지, 아님 다른 곳에 쓸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광고를 계속 달고 있었더라면 절반은 내 원고료로 (=내가 갖고), 나머지 절반은 어딘가 좋은 곳에 기부를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한 것이, 이것으로 내 광고료 수입은 끝이라고 생각하니 그 절반이 선뜻 내어지지 않고 내 책을 더 사는 데 그 돈을 마저 쓰고 싶어진다. 

아직도 고민이라고 적으려고 했는데, 고민을 하며 적다 보니, 나머지 금액의 절반은 내 책을 사고 (벌써 사고픈 책 목록이 제법 쌓였다), 나머지 절반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곳에 기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조금 더 강하게 일어선다.  역시, 사람은 이래서 남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하기 어려운 일도 내가 하겠노라 공언하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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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광고로 인하여 제 글이 읽기 불편함에도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받은 책들은 모두 여러분께서 사 주신 책입니다.  열심히 읽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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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돈이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 좋은 데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