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코로나 단상] 영국에서 코로나 나기: 온가족 집콕 7개월차

옥포동 몽실언니 2020. 9. 24. 06:04
우리 가족의 고립된 생활. 남편의 재택근무가 6개월을 넘어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지도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남편은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니 재택근무의 한계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네 회사는 올 연말까지는 전사원 재택근무가 이어질 예정이다. 재택이 용이한 직종이라서, 재택을 허용하는 회사라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큰 아이는 하루 종일 심심해, 따분해 두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은 가기 싫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온가족의 고립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들과 소통하고싶은 욕구가 점점 더 커진다. 계속 이렇게만 살 수는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타인을 만나고, 타인과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어서.

우리는 코로나 이후 지난 6개월간 공공장소 외출이라고는 3월의 락다운 발표 다음날 둘째 아이 예방접종 후에 먹일 해열제 구하러 마트를 간 것, 최근 둘째 여권을 신청하느라 우체국을 가야 해서 Coop 안에 있는 우체국을 두 번 다녀와야 했던 것, 그리고 지난 주말 급하게 툴 하나를 장만하기 위해 집 근처 B&Q를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이 정도 상황이 되니 마스크라면 질색을 하던 아이가 지난 주말 아빠를 따라 B&Q에 가려면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하자 "마스크 좋아" 하며 따라나서는 것을 보고 아이도 코로나 전의 일상을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짠했다.

몇년 전 몸이 죽도록 아팠을 때.. 차라리 죽어버리면 아픈 건 못 느껴서 그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그나마 그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졌을 때 즈음, 나와 같이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서 외부로 나가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의 발달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에 대해 깨달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로 우리 모두가 단절되어 있는 지금, 인터넷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라도 쉽게 연결되고 서로와 함께 할 수 있음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실업이 속출하고, 그로 인한 생활 여파가 하나 둘씩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한국의 IMF 상황에 자녀 넷을 키우고 있던 우리 엄마 아버지는 어떠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셨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현재의 상황이 많이 힘들지만, 그 힘든 상황 덕에 엄마 아버지의 인생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 그건 또 감사하다. 어떤 일에든 명암이 모두 있으니, 코로나 상황도 그렇게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두를 위해 오늘도 기도를 한다. 이 기도를 잊지 말고 매일 해야겠다.


사진: 집 근처 호수. 걸어서 20분이면 가는 곳인데, 작년 여름 엄마 아버지와 함께 산책하며 다녀온 후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아이는 오랫만에 본 호수가 새롭고, 햇볕에 반짝이며 빛나는 물을 보고 흥분하여 아빠에게 뽀뽀세례를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