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독서일기] 심신단련,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는 이슬아 산문집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 12. 15:15
오랫만에 책을 읽었다. 미아가 선물로 보내준 책, 심신단련.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게 연락해서 대뜸 책을 한권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책을 한권이 아니라 네권이나 보내주었다.  바로 아래 사진의 책들이다. 

그 중 자그마치 세 권이 이슬아 작가의 책.  처음보는 이름의 작가.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름이 친숙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이 참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  이슬아.  이슬아.  슬아야.  이슬아.  이슬아 작가는 누구지?  심신단련?  어디서 나온 책인가 보니 헤엄출판사.  아니, 출판사 이름마저 마음에 들잖아!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산더미, 읽을 거리도 산더미인데 이런 산문집을 언제 읽나 싶었지만 책장이 예쁘고 산뜻하여 곧바로 표지를 넘겨보았다.  거기서 마주한 작가의 사진과 이름, 태어난 연도.  늦둥이 내 동생보다도 다섯살이나 어린 1992년생 친구이다.  이제는 내가 그런 어린 작가의 책을 읽는 때가 다 왔다는 사실에 새삼 내가 나이 들었음을 느끼며 이슬아 작가의 산문집 "심신단련"을 읽어나갔다. 

거실 한켠에 앉아 책을 읽는 나를 보더니 첫째가 다가와서 말린다. “엄마, 책 보지마. 엄마 책 보는 거 안 좋아.” 내 모든 관심을 24시간 원하는 아이.  "안돼, 엄마 책 읽고 싶어.” 하며  책을 계속 보는데 둘째가 다가와서는 책을 휙 잡아 뺏어들고 냅다 집어던진다.  그러다 보니 책표지가 어느새 너덜너덜해졌다.  아.. 아이 키우며 독서하기는 이렇게나 힘든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씨름하며 틈이 날 때마다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는데, 처음부터 너무 신선하다.  아니, 어렴풋이는 알았지만 이렇게 글로 읽으니 더 새롭다.  알았다고 하는 것은 요즘 청년의 삶, 청년의 모습.  뉴스로 보고, 기사로 읽었지만 본인의 입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청년을 만나니 이렇게 반가우면서도 짠하면서도 기특하면서도 대단하고 멋지다.  

92년생.  민주화가 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  이들의 삶은 우리와 다르다.  이들의 사고는 우리의 사고보다 훨씬 자유롭다.  생각도 자유롭고 삶의 방식도 자유롭다.  몸짓도 더 자유로울 것 같은 느낌이다.  그가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와 함께 반지하 투룸에 살기 위해 보증금 500만원의 절반을 마련하기 위해 애 쓴 이야기,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안고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간 이야기, 치열하고 삭막하지만 마음 설레이게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아직 서울에 미련을 버릴 수가 없어서 서울을 아직 떠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에 공감 백배.  마음이 복잡한 아침에는 청소부터 시작한다는 이슬아 작가.  청소는 집에게 올리는 감사기도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 자신의 화분을 대하는 태도, 집에 대한 생각들..  누가 읽어도 가슴에 잔잔한 울림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차있다.

차분하지만 가슴 뛰는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젊은 시절(?)의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과 경험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 같아 정말 오랫만에 책을 읽으며 가슴이 설레었다.  잔잔하지만 열정적이고, 정적이지만 치열하고, 여린 듯하면서도 강인하게 제 삶을 살아내는 이슬아 작가가 정말 멋졌다. 오랫만에 누군가의 이야기에 내 감성이 촉촉히 젖어들었던 시간.  왜 미아가 나에게 이슬아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보내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고마워, 미아.  잘 읽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