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국에서 코로나가 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사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데, 성급하고 감정적으로 글을 쓴 것 같아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내가 글에 썼던 이유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인구밀도가 낮은 소도시에 살고 있고, 올 초의 락다운 이후 실내공간이라고는 두 세 번 마트에 간 것이 전부인 상황이라 일반적인 이야기를 논할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어제의 다소 감정적이었던 글은 영국의 이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적어나간 글이었다.
오늘 드디어 제2차 락다운에 대한 발표가 났다. 영국에서 뉴스를 시간 맞춰 보려고 기다려보기는 처음이다. 결국 아이들을 재우느라 락다운 뉴스가 나오자 마자 보지는 못했고, 아이 재우며 잠들었다 일어난 지금에야 뉴스를 확인했다. 3월에 있었던 락다운은 3주간로 발표한 후 완화된 락다운을 이어갔는데, 이번 락다운은 애초부터 4주간으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락다운이 연장될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서야 어쩔 수 없이 락다운을 하는 것 같은 뉴스이지만, 정부에서는 이미 락다운에 대한 준비를 해 온 것 같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친구 남편이 10월 초에 이미 아이들의 중간방학 이후 락다운이 있을 거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아마 정부 락다운에 영향을 받는 사업분야에는 정부가 미리 언질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몇달만에 나 홀로 산책을 했다. 여름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15분. 그 이유는 틴틴도 딱 15분간만 산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 번갈아가며 15분씩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책의 상쾌함 보다는 마음만 무거워져서 돌아왔다. 요며칠 내내 비가 오다 잠시 개인 오후였는데, 여전히 바람이 세게 불고 낙엽이 온 길에 휘날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서글퍼보이던지. 산책하던 15분 동안 길에서 눈에 띄인 사람은 네 다섯명 수준. 곧 있을 락다운 발표 때문인지 다들 표정이 무거워보이던 것은 내 기분 탓이었을까.
집 근처까지 돌아와서 집까지 20미터도 남지 않은 곳에 다다르자 내 마음이 왜 이리 무겁고 아픈지 알았다. 내가 이 곳 영국에 산 것이 이미 10년도 넘었다. 고등학교 졸업하며 집을 떠나 서울에 산 지 10여년도 되지 않고, 내 성인기의 가장 오랜 기간을 이 곳 영국에서 보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렇게 오랫동안 발붙이고 살아온 이 영국이 내가 속한 사회요, 주변에 보이는 이 사람들이 내 이웃인 것. 이유를 불문하고, 나의 이웃들이, 내가 속한 사회의 주민들이 이토록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게 허용된 산책시간이 더 길었더라면 눈물마저 쏟았을지도 모르겠다.
속상하다. 영국은 어제 하루에만 약 2만 2천여명이 확진을 받고, 총 확진자는 1백만명을 넘었단다. 세계에서 11번째로 1백만명 이상 확진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어제 하루에만 326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병원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호흡하고 있는 환자가 약 천여명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다시 락다운에 들어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나보다. 꼭 필요한 업무 외에는 외출도 금지.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러 가는 상황에서만 집을 떠날 수 있다. 다른 가족들과 만나서는 안되고, 자기 가족 외에는 딱 1명만 만날 수 있다. 영화관, 옷가게 등 비필수적 상점들, gym등은 모두 문을 닫는다. 다행히 이번 락다운에는 학교와 대학들은 문을 연다.
앞집 할머니께서 집을 부동산에 내어놓으셨다. 우리가 이사온 이후로 우리 이웃이 이사를 떠나는 것은 처음이다. 이 골목에 이 집이 지어졌을 때부터 이 집에 사셨는데. 30년 넘게 이 골목을 지키고 사시던 할머니께서 이사를 가신다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사신 지 5년. 갑자기 왜,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코로나로 인해 할머니를 만날 수도 없다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는 11월에 한국을 갈 계획이었다. 즐겁게 계획한 일이 아니라, 급히 한국에 가봐야 할 집안일로 인해 갑작스레 결정한 여행길이었다. 어제의 락다운 발표로 해외여행도 전면금지되었는데, 우리의 한국행이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혹여라도 운 좋게 갈 수 있다고 한들 이런 상황에 틴틴만 두고 가는 것도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영국의 겨울은 춥고 어두워서 우울해지기 쉽상인데, 락다운까지 겹친 상황에서 틴틴이 우리가 없는 시간 동안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잠들었다가 자정에 일어나 락다운 뉴스를 보며 잠이 확 달아나는 듯하였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이 상황에도, 이런 마음에도 잠은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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