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의 모습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1. 2. 08:40

오늘은 아이와 집 근처 작은 기차역에 갔다.  이 기차역은 워낙 작기도 작고 이용객도 적어서 무인기차역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차역은 항상 거의 비어있다시피 하고 기차만 종종 오갈 뿐이다.  그런 기차역에 아이는 놀러 오기를 아주 좋아한다.  넓은 주차장에서 뛰어놀 수도 있고, 기찻길 위로 나 있는 육교를 오르내릴 수도 있고,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으니 아이로서는 1석 3조이다.   기차역 자체가 실내공간 없이 야외공간만 있어서 코로나 상황에서 놀러오기에도 안성마춤인 곳이다.  

아이가 기차역에 놀러가고 싶어 할 때는 대부분 남편과 함께였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단둘이서 외출하기에 별 준비 없이 올 수 있고, 집에서도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다 보니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기만 하면 아이가 그 공간에 있는 것 자체로 즐거워해서 남편도 아이를 데리고 기차역을 가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중, 오늘은 내가 아이와 함께 기차역에 남았다.  실은 뚱이까지 데리고 다같이 왔는데 남편이 쉬가 마려운 바람에 급히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잭은 기차역에서 더 놀고 싶다고,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이제 막 기차역에 도착해서 좀 놀아볼까 싶은데 아빠가 바로 집으로 가자고 하니, 가기 싫은 게 당연하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틴틴과 뚱이만 집으로 보내고 나는 잭과 남아 기차역에서 놀았다.  틴틴은 집에 가서 화장실도 쓰고, 뚱이 분유도 먹인 후 다시 우리를 데리러 기차역으로 왔다.  그 때까지 나는 잭과 기차역과 역 주차장을 오가며 바깥 공기를 즐겼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있는 기차역이니.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20분 정도 놀고 있으면 한 두가족 정도 볼 수 있는 정도이다. 

기차역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눈에 띄인 것이 있으니, 바로 아래의 표지판이다.  마스크를 미착용할 시에 영국 교통 경찰이 최고 6400파운드, 약 1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제법 높은 벌금 수준이다.  얼마전 6인 이상 실내모임이 금지되어 있는데, 어느 도시의 대학생들이 집에서 30명 규모의 파티를 열었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파티를 조직한 대학생 4명에게 각각 1만파운드 (약 1500만원) 의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벌금 수준은 제법 높고, 실제로도 부과하는 것을 봐서는 단속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일단 걸렸다 하면 처벌은 제법 강하게 하는 듯하다. 

그렇게 기차역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서 집에서 점심 먹고 놀다가 아이가 이내 또 지겨워했다.  Millets Farm을 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락다운까지 다시 시작되는 마당에 Millets Farm을 가기는 꺼려졌다.  마침 칼리지에 카드를 수령하려 가야하는데 미루고 있었던지라 아이에게 엄마 칼리지를 가자고 했더니 아이도 좋단다.  아이는 우리 칼리지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공간도 새롭고, 그래도 나름 전문 건축가가 컨셉을 갖고 건축한 곳이다 보니 공간이 주는 재미도 있다.  또, 우리 칼리지는 넓은 자연을 끼고 있다 보니 오리와 거위도 많고 강도 보여서 칼리지에서 산책하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아이를 데리고 칼리지에 와서 칼리지 카페에서 간식도 먹고 칼리지 근처를 산책하기를 즐겼는데, 코로나 발발 이후 칼리지에서 살고 있는 멤버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었고, 그 이후로는 학생들은 허용되더라도 나 같은 일반 멤버들은 칼리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칼리지를 가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나의 학교 멤버쉽 카드를 빨리 가져가라는 독촉 메일을 받고 그 카드를 수령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도 칼리지를 방문할 수 있는, 아니 방문해야 하는 그런 예외적 상황이었다. 

칼리지에 갔더니 칼리지 리셉션도 새단장을 했다.  뻥 뚤린 리셉션 공간은 투명막으로 가려져 있고, 그 앞에는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푯말도 있다. 

아이는 그걸 보더니 이게 뭐냐고 하나씩 하나씩 나에게 물었다.  아이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칼리지에 들어갔는데, 이제는 어딜가나 마스크 착용 푯말이 있어서인지 아이가 거부하지 않고 곧잘 쓴다. 

그리고, 리셉션 맞은편에는 2미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고, 그리고 그 2미터의 거리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다고 아래와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2미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국인들이 이런 센스는 정말 좋다.  

칼리지를 갔더니 검정색 천마스크에 Wolfson College라고 로고가 찍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신입생들에게 환영 패키지로 하나씩 배포한 게 아닌가 싶다.  

칼리지를 갔다가 아이와 마트를 들렸는데, 락다운 발표 때문인지 오늘은 마트에 온 다른 모든 어린 아이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코로나 이후 마트를 와 본 것이라고는 서너번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서너번 중에 어린 아이들까지도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고 있는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세계에서 11번째로 1백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아직도 하루 2만명이 넘는 확진자에, 1천여명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 락다운까지 되니 사람들도 이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가보다.  

하루 빨리 영국의 상황이, 세계 각국의 상황이 나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