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에피소드] 아이가 너무 피곤하면 생기는 일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29. 06:57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이번 글은 너무 귀여운 저희 잭을 자랑하는 글입니다.

아.. 저는 원래.. 유학, 영국 사회정책... 이런 글들을 쓰고 싶었는데.. 제 블로그는 온통 저희 아이 이야기로 도배 중이네요. ㅋㅋ

저희 잭은 사실 지난 주말 또 감기를 한차례 심하게 앓았습니다.  원래 일요일에 캐임브리지에 사는 친구네 가족과 캠브릿지와 옥스퍼드 중간 어디쯤의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요.  영국은 그저께 월요일이 휴일이라 토일월 3일 연휴인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긴 연휴인 만큼 일요일에 같이 만나 회포를 풀기로 했건만.. 저희 잭이 토요일 아침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자 39.5도까지 열이 올랐습니다.

저희는 그 때부터 아이에게 해열진통제를 주면서 아이를 집중 케어했어요.  잠 자기 전에 해열제를 먹이고 자도 새벽 2-3시면 열이 또 펄펄 끓으며 아이가 낑낑대며 잠을 못 이루는 탓에 저는 아이 옆에서 함께 자며 밤새 아파 뒤척이는 아이를 돌봐야했지요.  새벽에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약을 더 주기도 해야 했구요.  

아이가 이제는 많이 자랐는지, 아님 이번에 걸린 감기는 독한 녀석이 아닌건지, 다행히 일요일에 피크를 찍더니 월요일부터는 열은 잡히고 콧물과 기침만 이어갔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는 에너지가 조금 회복되기 무섭게 어제는 낮잠이라고는 겨우 20분밖에 자지 않고, 밤에도 9시30분이 되어서야 잠을 자더니 아침 6시 반에는 또 귀신같이 깨버렸습니다.  낮잠 20분에, 밤잠 9시간.  이 연령의 아이들은 밤에 12시간 숙면을 취하고, 낮잠도 하루 1번 1-2시간 잔다는데, 저희 아이는.. 왠걸..  이리도 잠이 없습니다. 

그렇게 잠을 적게 잔 상태에서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어린이집에서도 낮잠을 한시간 가량 밖에 자지 않았대요.  오늘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는 방이 바뀌었는데, 그래서 그런 거 같다는 게 레이첼 선생님의 말씀이었어요.  저희는 아이가 낮잠 적게 자는 날이 워낙 흔하게 있다 보니 그게 꼭 방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저녁 7시 전부터도 너무 너무 졸려하면서도 꿋꿋이 졸음을 버티며 계속 놀았습니다.  

요즘 저는 저녁이 되면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제가 잠자리에 누워 있어야 아이가 침실로 올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가 졸려하기 시작하거나 졸려할 때 쯤이 되면 저는 먼저 잠자리에 누워 쉬는 편이에요.  오늘도 아이가 졸려해서 아이를 잠자리로 데리고 왔으나, 아이는 제 손을 끌고 거실로 가자며 떼를 썼습니다.  저희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요. ㅋ 그럼 저는 자야한다고 거절하고, 틴틴만 아이의 손을 잡고 거실로 내려가서 아이가 좀 더 지칠 때까지 놀다가 틴틴이 아이가 반쯤 기절했을 때 아이를 안고 올라와요. 

그런데 왠걸, 오늘은 틴틴이 아이를 데려오지 않고 혼자서 먼저 올라왔네요..?  애는 어딨냐고 물으니 아랫층에서 잠들었다고 하길래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려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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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부엌 바닥의 놀이매트 위에 아래와 같이 잠들어있는 거예요!!

"으악.. 너무 귀여운 거 아냐?  ㅋㅋ 이게 뭐야?!!!  ㅋㅋ 너무 귀여워!!!”
저는 당장 핸드폰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포즈로 잘 수 있는 거죠?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저희 잭은 오늘 어린이집에서 3시반에 저녁을 먹고 집에 4시 반쯤 도착을 했는데, 그 때부터 집에서 포도 거의 한송이쯤을 먹어치우고, 딸기도 몇개나 먹고, 저희가 저녁으로 먹은 피자도 몇점 먹고, 체리도 달라고 해서 체리도 먹고.. 그렇게 먹고도 또 배가 고프다 하여 된장국에 밥을 말아줬는데, 그걸 몇숟갈 먹고는 또 놀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제가 침실에 누운 후 틴틴과 아랫층으로 내려온 잭은 그 남은 밥을 틴틴에게 마저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틴틴이 바닥의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였는데, 마지막 한숟갈을 다 먹자 마자 위 사진의 아이 발 아래 보이는 새 장난감 (잭의 고모가 키우는 애완조의 장난감이에요)을 꺼내어 쏟더니 갑자기 틴틴 다리 사이에 들어와서 위와 같은 포즈로 잠들어버리더래요.  취침시간 저녁 8시 30분.  지난 한달 이상의 시간 동안 가장 이른 취침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저도 아직 어린 아이인데, 몸도 아직 덜 나은 상태에서 어제부터 그리 잠을 못 잤으니.. 이러고 잠 드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아이가 피곤하면 이렇게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놀다가 뻗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어요.  지난 5월 16일 어린이집에서 뻗은 모습이 그러했고, 

그 주 주말이자 약 열흘전 주말인 5월 19일에도 아래와 같이 뻗었더랬죠.  아이가 며칠 잠을 적게 자서 아주 피곤한 상태였는데, 낮잠을 그날따라 2시간을 자는 바람에, 그렇게 길게 낮잠을 자버리면 밤 잠이 10시, 11시가 넘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아이를 깨우겠다고 침실에서 아이를 들어 안고 1층 부엌으로 내려왔는데도 아이가 깨질 않고 자더라구요.  심지어 바닥에 그냥 눕혀뒀는데도 계속 자더군요.  저희 아이가 돌 이전에는 정말 잠귀도 예민하고 신경도 예민해서 잠 자던 중 조금만 소리가 나거나 움직임이 있어도 잠이 깨버리곤 하던 아이인데, 이 아이도 나이가 들고 육체 활동도 많아지고 몸도 피곤해지니 이렇게 곤히 정신없이 자는 날도 생깁니다 (물론 어제처럼 딱 20분 자고 깨 버려서는 하루 종일 버티는 날도 있구요). 

오늘 아침에는 아침 6시가 조금 넘었을 때쯤 아이가 기침을 하며 잠에서 깨려 하는 통에 조금이라도 아이를 더 재워보려고 아이 옆에서 토닥토닥 해줬더니 아이가 잠결에 제 티셔츠를 밀어올리더니 제 배의 맨살에 자기 얼굴을 대고 저리 잠들었어요.  저 무거운 머리로 제 배를 누르고 자는데..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은 엄마 마음이 간절하긴 해도.. 배가 눌리니 불편하고 힘들더군요. ㅋ 그래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황당해서 그 와중에 아이 사진을 하나 찍고 조심스레 아이 머리를 바닥으로 내렸더니 한 20분 더 자고 잠이 깨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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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아이가 낮잠도 적게 자고, 안아달라 요청할 때도 많고, 제 손가락을 끌고 다니며 제 하고 싶은대로 저를 온종일 조정하려 드니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피곤할 때가 많은데, 아이가 자고 나면 아이가 그리 이쁠 수가 없고, 이쁜 한 순간 한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이렇게 별 것 아닌 이야기도 모두 기록하게 되네요.  

아이를 어느새 18개월이나 키웠지만 저는 아직도 많이 어리고 철이 없는 엄마 같아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제 욕심, 제 재미, 제 생활, 부족한 체력, 부족한 인내심으로 조바심 내고, 피곤해하는 엄마 같거든요.  완벽한 엄마가 어디있겠냐만은, 좀 더 성숙하고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아이를 믿고 지켜봐줄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진 엄마이고 싶은데,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수련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블로그를 자주 안 써서 그런가,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글이 이상한데로 새는 경향이 있네요. ㅠ 너무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만 글을 쓰나 봅니다.  앞으로 좀 더 조직적으로, 일관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아이들의 예민한 잠귀로 고생이신 부모님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저희 아이처럼 이렇게 아무데서나 잠들어버리는 일도 생기네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좀 더 기다려보세요.  다만.. 아기 때 잠이 적던 아이는 18개월이 되어도 여전히 잠이 적은 편이긴 해요.  그건..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잠이 적은 아이를 억지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예민한 잠귀는 나이가 들면서 좀 나아질 수 있다는 것, 그건 그래도 희망적이죠?!  저희 아이가 점점 더 낮잠 쉽게 들고 잠도 푹 자는 건강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 글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