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어린이집 적응기_처음으로 울지않고 엄마를 맞이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23. 07:0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요즘 이래저래 바빠서 며칠간 블로그에 글도 쓰지 못했네요.  제 즐거움의 원천인 블로그를 하지 못했을 때는.. 정말 정신이 없이 바빴다는 거예요.  아님.. 아팠거나요. ㅠ  이번에는 아프진 않고 바쁘기만 했어요.  돌아보면 특별히 대단한 걸 한 것도 없는데 그냥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저녁마다 피곤해서 아이와 함께.. 아니, 실은 아이가 자기 전부터 저는 침실에 뻗어버리면서 자유시간이 없는 며칠간을 보냈지요. 

오늘은 저희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2주차 3일과 3주차 1일 이야기를 적어볼까 해요.

2주차 3일: 5월 17일 금요일 

이날까지 저희 아이의 키 케어러 코럴이 휴가인 날이었어요.  이 한주간, 저희 잭은 버디케어러 레이첼 옆에 딱 붙어서 그럭저럭 어린이집에 적응해나갔습니다.

지난 금요일은 처음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울지 않은 날이에요.  대신, 어린집에 들어가서 제가 아이를 선생님에게 넘기는 순간!! 으앙!! 하고 울음이 터졌죠. ㅋ 들어갈 때, 제가 내내 “오늘 레이첼이랑 놀거야.  레이첼 선생님 알지?  선우 레이첼 선생님 좋아하지? 레이첼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자~” 등등 선우가 좋아하는 레이첼 선생님 이야기를 계속 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어린이집의 토들러룸 (유아반)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이가 울지 않아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그러나, 저희 아이가 그 좋아하는 레이첼이 바로 와서 아이를 맞이해주는데도 불구하고 제 팔에서 아이를 들어 선생님에게 넘기려는 순간, 아이는 정말.. 심하게 울고 말았어요.. 네.. 당연하죠.  이제 겨우 2주차니까요..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저는 방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레이첼이 아이를 많이 신경써줄거라는 믿음 때문에 마음은 아팠지만 쉽게 돌아서나올 수 있었어요.  

그날은 4시경 아이를 데리러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레이첼과 마주쳤어요.  레이첼이 제게 말을 건넸어요. 

“선우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짝 볼래?  지금 식당에서 자기 자리에 잘 앉아서 밥 먹고 있어.”
“정말?  그래도 돼?  볼 수 있으면 나야 좋지!”

하며 레이첼을 따라 아이들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맨 끝 테이블이 “알러지 있는 아이들” 전용 식탁인데, 그 자리에 한자리를 차지하고는 저희 아이가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잘 있더라구요.  제가 저 멀리서 방을 힐끗 보았을 뿐인데도 아이는 저를 바로 알아채고 그 자리에서 “으앙..” 하고 울상을 지으며 걸어나왔어요. 

아이를 바로 앉은 채 레이첼에게 잭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들을 수 있었어요. 

다른 선생님들과 친해지기

저희 아이의 버디 케어러 레이첼은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벌써 두번의 승진을 거쳐 토들러반의 리더가 된 만큼 아주 능숙한 케어러인 것 같아요.  금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그날은 아이가 다른 선생님들과도 많이 친숙해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야 자기가 없거나, 아이의 키 케어러 코럴이 없을 때도 아이가 편안하게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구요.  그래서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 준 게 고마웠어요.

어린이집에 익숙해지기

그날도 저희 아이는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고, 물똥도 싸지 않고 (가만보니 집에서 과일을 많이 먹지 않으면 물똥을 싸지 않는데, 과일을 많이 먹었다 하면.. 똥을 똥을.. 묽은 똥을 여러번 싸더라구요), finger painting도 하고, 노래 시간에도 잘 놀고, 가든에서 말도 타고, 재밌게 잘 놀았다고 해요.  이따금 우는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레이첼이 “선우, 이거 할까?”, “선우, 우리 저거 해볼까?” 하며 아이의 주의를 끌면 이내 그것에 관심을 주며 아이가 달래졌다고 합니다.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그날은 물감을 푼 물에 손가락을 담궈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finger painting 활동을 해봤는데, 아이가 아주 재미있어 했다고 합니다.  가든에 있는 말도 타구요.  책도 보고 놀고, 노래 시간에는 앉아서 노래도 하고~ (아마 듣기만 했겠죠? ㅋ).  

점심으로는 각자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활동을 했다는데, 아이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참치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냠냠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해요. 

레이첼과 더 친해지기

이날 레이첼은 자기가 찍은 잭의 사진이 있다며 사진을 보여줬어요.  아이가 만든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찍은 사진, 아이 혼자서 가든에서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 레이첼이 잭을 꼭 안고 찍은 사진, 레이첼이 잭을 안고 살짝 간지럽히자 아이가 웃는 사진이었어요.

그리고, 가방을 들고 어린이집을 나서며 레이첼과 인사하는데, 레이첼이 손바닥을 들어 잭에게 “하이파이브!” 라고 하자, 잭이 씨익 웃으며 자기 손을 들어 레이첼 손을 치며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 장족의 발전!! 저렇게 긍정적으로 호응하며 받아치다니!  

3주차 1일: 5월 21일 화요일

두둥~ 드디어 3주차.  이렇게 주말을 집에서 엄마 아빠와 보내고, 월요일에 하루종일 엄마와 보낸 후.. 첫 등원을 하는 날.  
화요일과 목요일이 젤 힘들어요.  화요일은 3일 쉬었다 처음 어린이집 가는 날이라 가장 힘들고, 목요일은 수요일 하루 쉬었다가 다시 가니, 새로 적응하느라 힘들고. ㅠㅠ 화요일과 목요일에 아이가 가장 많이 울죠.  

오늘은 키 케어러 코럴이 잭을 본 날이에요.  이 날은.. 아이가 또 다시 너무 많이 울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틴틴 앞에서 마구 울었습니다. ㅠㅠ 너무 마음이 심란하여 아침 한 두시간 정도를 심란해하며 피곤해하며 (잭의 기침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자서 ㅠ) 방황을 하다가 밀린 일을 급히 하고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갔어요. 

집에서 4시에 출발하여 어린이집에 4시 15분쯤 도착했는데, 이 날이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가장 늦게 데리러 간 날이었어요.  오후 3시 반이 저녁(?) 식사 시간이라, 3시반쯤 데리러 가니 갈때마다 아이가 항상 너무 배고파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거기서 오후 식사도 먹이고, 식사 후에 잠시 놀이시간도 가지게끔 한 뒤에 데리러 갈 심산으로 큰 맘먹고 4시가 되는 것을 보고서야 아이를 데리러 갔죠.  가는 내내 아이가 잘 있을지 불안감에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아이를 데리러 가서 어린이집 가든 옆을 차로 지나며 흘깃 보는데, 왠걸, 아이가 너무 멀쩡하게 잘 있고, 선생님이 안에서 불렀는지 아이가 제 발로 가든에서 놀이방으로 걸어들어가는거예요.  가든에서 아이가 차 들고 나는 걸 보고 있지 않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 얼른 차를 대고 어린이집 안으로 뛰어들어갔어요.  네.. 저는 항상 아이를 데리러 갈때 정말 말 그대로 ‘뜁니다’. ㅋ 마음이 급하고 불안한가봐요.  마구마구 달리게 되더라구요. 

안에 들어갔더니 아이가 메인룸에서 가든으로 나가는 입구에서 놀고 있었어요.  피드백 종이를 작성 중인 한 선생님 옆에서 혼자서 왔다 갔다 문턱을 넘었다가 다시 올라왔다가 반복하면서요.  저를 보더니 ‘이이잉~’ 하며 울상을 지으려다가 이내 멎었어요.  눈물을 보이지 않은 첫 날입니다!!!

어린이집 생활 적응

아이 옆에 있던 선생님이 아이의 담당 선생님 코럴을 불러줬어요.  코럴은 기저귀교체실에서 자기의 담당 아이들 기저귀를 하나씩 하나씩 갈아주고 있었나봐요.  아이가 제 발로 가든에서 방 안으로 들어가던 것도 기저귀 갈 차례가 되어 선생님이 부르자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이더라구요.  기저귀 갈자고 하면 기특하게 제 발로 와서 기저귀를 갈러 온다니.. 정말 큰 발전이죠?!

선생님들과의 친밀도 증가

코럴에 따르면 “He had a very good day.” 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었어요.  많이 우는 거 없이 하루 종일 이 놀이 저 놀이 하며 잘 놀았대요.  여전히 버디 케어러 레이첼을 아주 좋아하지만, 이제는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자기가 안기고 싶을 때마다 안아달라 요청해서 안기더래요. ㅋㅋㅋㅋ 영어로 꼭 안는 것을 ‘커들 (cuddle)’ 이라 하는데요, 저희 아이는 커들링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ㅋ 코럴 말이, 자기가 커들링 필요하면 자신의 케어러가 아닌 선생님들에게도 커들링 해달라고 한다고 하더라구요.  

A good eater!

지난주쯤부터인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음식을 잘 먹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예 '아주 잘 먹는' 모양입니다.  코럴에 따르면 'He is a good eater.' 라고 하네요. ㅋㅋ 남김 없이 음식을 스스로 아주 잘 먹는대요.  참.. 다행이면서도 안쓰럽습니다. ㅋㅋ 아이가 어린이집 음식이 양에 차지 않아서 집에만 왔다 하면 저녁을 두번이나 더 먹고 간식도 두번은 먹는 거 같거든요.  마치 하루 종일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은 아이처럼요. 

적극적인 욕구 표현 

뿐만 아니라 이 날은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을 때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달라고 요청하더래요.  작은 어린이용 훌라후프 굴리며 주고 받기 놀이도 하고, 훌라후프 굴린 후 쫓아가기도 하고, 공 주고 받기도 하고 잘 놀았다고 합니다.  특히 처음으로 어린이용 자전거에도 올라타고, 놀이기구 말에도 올라탔대요!  장족의 발전!!! 역시, 집에 없는 놀잇감이 많이 있다 보니 아이가 서서히 새로운 놀잇감에 재미를 보이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아서인가, 또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많이 봐서인가, 오늘 공원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하자 아이가 아주 뚫어져라 그걸 보더라구요.  게다가 벤치 인근에 주차되어 있던 자전거를 보며 타보고 싶어하는 듯한 눈길을 쏘기까지 했답니다.

분리불안 증상의 지속 

어린이집 생활은 잘 하고 있지만 아직 엄마랑 떨어지는 경험이 여전히 충격적인가봐요.  당연하겠죠.. ㅠㅠ그래서인가 화요일 밤에는 잠을 자던 중에 갑자기 우렁차게 울어대며 ‘엄마~~ 엄~~마~~~~ 엄~~마!!!” 를 외쳐대는 통에.. 틴틴이 달래고 달래도 되지 않아서 결국 제가 그 방에 투입, 원래 혼자 아기방에서 잘 계획이었으나 틴틴과 자리를 바꿔 제가 아이와 자고 틴틴이 혼자 자는 찬스를 누렸습니다.  이렇게 오랫만에 어린이집 다시 가서 엄마와 떨어지는 경험 한 날이면.. 유독 하루종일 엄마를 찾고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해요.  자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잠이 깨면 저렇게 엄마를 찾구요.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다 나아지겠죠? 

*****

드디어 내일은 3주차 2일 등원이에요. 

내일은 또 얼마나 울어댈까요.. 두렵네요.  하지만!!!  아이를 보내놓고 저도 해야할 일이 있으니, 열심히 제 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후 아이와 또 신나게 놀아줘야죠.  그러나 현실은 제가 저녁시간만 되면 에너지가 완전 방전되어 저녁 식사 후에는 거의 틴틴이 아이를 돌본다는 ㅠㅠ 틴틴에게 참 미안하고 고마워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블로그를 엄청 많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제 일도 많고, 몸도 피곤하고, 집안일도 많고, 또 아이가 없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 보니 블로그를 엄청 많이 쓰지는 못해 아쉬워요. ㅠㅠ 그래도 앞으로 좀 더 열심히, 좀 더 체계적으로,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내용,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을 적어보도록 애를 쓰겠습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블로그인지, 제가 왜 이렇게 이 블로그에 이리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유일한 발산 도구, 소통 수단이니 저에게는 소중하고 고마운 공간입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이제 곧 주말이 다가오니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사진: 공원 벤치에서 쌀과자 먹는 잭 (2019년 5월 20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