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등원 4주 2일차_어린이집이 가기 싫은 아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30. 23:03
어린이집 주 3회 등원 오늘로 4주 2일차.  

아이의 버디 케어러 레이첼에 따르면 아이가 주 3회만 오는 것 치고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해요.  매일 오는 아이들보다 저희 아이처럼 드문드문 오는 아이들이 적응에 오래 걸리는 법인데, 그런 것치고는 잘 적응을 하고 있다는 거죠. 

아이는 이제 기저귀 갈자고 이름을 부르면 제 발로 빠르게 기저귀 교체실 앞까지 걸어오고, 자기가 필요한 게 있으면 선생님들에게 바로 바로 요청을 한다고 해요.  

또한 레이첼은 ‘He is very attached’라고 표현을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국에서 오랫동안 유학을 했어도 이런 육아용어, 생활용어에는 너무 약합니다. ㅠㅠ 레이첼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가 안아주면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고, 다른 선생님이 잭을 안아주고 나면 그 선생님을 한동안 졸졸 쫒아다닌대요. ㅋㅋ  아무튼 레이첼은 저희 잭에게 “You are so adorable, aren’t you?!” 하며 아이를 정말 이뻐해주십니다.  

그저께 화요일은 틴틴이 휴가를 낸 터라 아이를 데리러 함께 갔어요.  차로 어린이집 가든을 지나는데, 마침 아이가 메인룸에서 가든으로 뛰어나오지 뭐예요!  가든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고 한명, 두명, 세명 쯤 나오는데, 그 세번째, 네번째 순서쯤으로 나온 아이가 바로 저희 잭이었어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겁게 뛰어나오더라구요.  그걸 본 저희 부부는 서로 마주보며 빙긋!  

“봤어?  봤어?  선우 웃으면서 뛰어 나오는 거 봤어?” 

하며 서로가 본 것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어린이집 안으로 아이를 데리러 저희 둘은 말 그래도 ‘뛰어’ 들어갔어요.  

갔더니 아이가 가든에 없고 그 새 기저귀를 갈러 기저귀 교체실에 가서 ‘누워’ 있었어요.  집에서도 기저귀 갈 때 아이를 누워있게 하려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는데, 레이첼이 노래를 부르며 기저귀를 갈아주니 아이가 얌전히 누워있더라구요. 

저희는 아이가 동요하지 않도록 밖에 계속 숨어서 아이를 지켜봤어요.  기저귀를 갈고 나면 유아용 세면대에서 아이 손을 씻겨요.  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선생님과 함께 손을 씻는 모습까지 모두 다 지켜봤어요.  얼마나 듬직하고 기특하던지.. 

그리고 손을 씻고 나오는 순간~ 짜잔~ 엄마와 눈이 마주친 잭.  이번에도 울지 않고 엄마에게 안겼습니다.  

아이 기저귀를 갈고 나온 레이첼이 말했어요. 

“제가 반짝반짝 작은별 노래를 불러주면 아이가 손으로 별이 반짝 반짝 하는 시늉을 하고, 내가 wheels on a bus go round and round 노래를 부르면 아이가 손뼉을 쳐줬어요.”

그리고 집에 가려는 아이에게 레이첼이 “하이 파이브!”라고 하며 양 손을 치켜들자, 저희 잭도 수줍어하며 양 손을 선생님 손에 갖다 대며 빙긋이 웃었어요. ㅋ 이쁜 것!!! 

그럼 뭐합니까~ 아이는 아직도 어린이집 가는 길이 너무 싫대요. ㅋㅋ 오늘 아침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우는데, 어느새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아이는 눈물을 짜내기 시작했어요. 

집으로 다시 들어가자고, 손가락으로 차 뒷편 저희 집을 가리키는 잭입니다. 

하지만 울어도 소용 없지요~  

“미안해~ 엄마는 일을 해야 해~ 너도 어린이집 가면 레이첼도 있고 코럴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재밌게 놀거잖아~  가서 자전거도 타고 재밌게 놀자~” 

아이를 달래가며 어린이집으로 부릉부릉.  

울음을 잠시 그쳤던 아이는 어린이집 도착하기 무섭게 다시 울어댔어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러대면서요.  

자기로서는.. 마지막까지라도 가기 싫다는 표현을 강하게 해봐야 할 것이니 나름 자기 할 도리를 다 한 거겠죠? ㅋ  저도 이제 한달쯤 되어가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울지 않고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어 마음도 안심되어서 그런가, 아이가 우는 것이 마음 아프기 보다는 이젠 그저 ‘아이의 자기의사표현’이다 생각하고 넘기게 됩니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아침을 먹고 간식도 먹고 일을 좀 하다 보니 어느 새 오후가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그 와중에 저는 짬을 내어 이렇게 글을 끄적여봅니다.  저는.. 친구도 없고, 치킨도 없으니까요.  ㅠ 오늘 아침 큰언니와 잠시 통화를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조카 친구들이 언니네 집으로 놀러와서 같이 치킨을 먹기로 했다지 뭐예요.  그 순간.. 초5인 조카가 너무 부러웠어요.  서윤이 (조카이름) 는 집에 친구들 놀러와서 같이 치킨도 먹고 좋겠다구요.  

저는 이곳 영국에 치킨도 없고 친구도 없지만, 잭도 있고 틴틴도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위안이라니..  사실 이 두 사람이 저에게는 정말 큰 선물인 것을!

자, 저희 잭은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요?  이제는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궁금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될지 기대되요.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너무너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