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동성 형제 육아에 대한 남편의 판단 미스

옥포동 몽실언니 2021. 6. 8. 17:34

둘째 임신 20주 스캔에서 둘째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딸을 기대했던 남편은 조금 실망하긴 했으나 그 실망은 말그대로 "조금"이었다.
"딸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아들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장난감과 책값이 뭐든 반값이니 그건 좋네."
이게 남편이 했던 말.
장난감이고, 책이고, 첫째가 쓴 것을 그대로 둘째가 쓰면 되니 모두 반값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틴틴의 그 말에 웃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의 형제를 키운다는 것은 뭐든 두 배로 돈이 드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 둘째가 좀 크고 나니 뭐든 똑같은 게 두 개가 필요하다.
심지어 같은 것이 두 개가 있더라도 그게 별 의미가 없을 때조차 있다. 뭐든 지금, 현재, 상대방의 손에 있는 것이 각자가 지금 당장 절실히 갖고 싶은 것인 경우를 자주 목격하므로.
그것이 우리가 지난 주말에 방문한 밀레츠 팜에서 잭이 고른 모자를 2개를 샀던 이유이고, 두 아이의 물통을 똑같은 것으로 마련한 이유이다.
***
평일 오후 아이들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마다 우리는 물과 간식을 가져간다. 이건 큰 애가 17개월에 영국에서 첫 어린이집을 다닐 때 시작하게 된 일로, 말도 안 통하고 낯선 사람만 가득한 어린이집에서 하루 온종일 보내느라 수고한 아이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가져가던 것에서 시작된 일이다.
몇 달 후 차일드마인더로 옮긴 이후에는 간식을 가져가지 않았다. 이전 어린이집이 차가 막히면 20분씩 걸리던 것과 달리 차일드마인더의 집은 차로 4분 밖에 걸리지 않았고, 아이가 그 전 어린이집에 가던 것에 비해 즐겁게(? 비록 매일 아침 울긴 했어요)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9개월간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는 겨울에 한국에 가면서 부모님댁 아파트 관리동의 어린이집을 다녔고, 거기를 오갈 때도 간식은 필요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50미터만 가면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에.
그러다 영국으로 돌아와 현재 어린이집에 가면서 우리는 다시 간식을 준비했다. 이 곳은 차가 막히지 않는 날에는 11분, 차가 막혔다 하면 20분(바로 오늘!! ㅠㅠ) 걸리는 곳이라 집에 오는 길에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특히, 둘째 아이의 경우 아직 어린데다 처음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다 보니 둘째 아이를 달래줄 달콤한 간식을 매일 준비했다.
사실 차에서 아이들이 뭘 먹을 버릇을 한다는 게 그다지 좋을 것은 없다. 차도 지저분해지고, 먹는 것과 관련해서 엄마 아빠에게 이런 저런 도움을 요청하게 되기라도 할 시에는 운전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그리하여 우리는 매일 간식을 준비해가는데, 둘째가 형아 물통으로만 물을 먹고 싶어하는 통에 말썽이 자꾸 일어나서 큰 애 물통을 교체할 시기도 되었고 해서 이번에는 둘이 똑같은 물통을 주문했다.
첫째 아이는 같은 물통으로 주황색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색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내가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것,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구입하곤 했는데, 이제 아이가 둘이라 돈이 두배로 들다 보니 뭐든 세일 중인 것이 선택의 기준이다. 딱 이 짙은 남색 물통만 3파운드 할인을 하길래 색상 고민을 1도 하지 않고 바로 이 색상을 골랐다.

간식도 되도록 같은 통에 담아주려 하지만, 한번은 같은 통이 없어서 큰 아이에게 더 큰 통을 줬더니 큰 아이가 좋아했다. 그래서 그 뒤로도 큰 아이는 큰 통에, 작은 아이는 작은 통에 주곤 한다. 안에 넣어주는 양은 사실 엇비슷하다. 작은 통이 높이가 더 높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데, 그걸 첫째가 좋아하는 바람에(자기가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해 왔는데,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리 좋을 건 없을 것 같다.
첫째가 자신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갖는다고 생각해야 둘째 것을 뺏고, 둘째를 괴롭히는 일이 줄어드는데, 그렇다고 매번 첫째에게만 그렇게 특혜를 줄 수는 없고. 둘이 똑같이, 공평하게 하는 게 옳을 것 같은데, 모든 것에서 공평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 기준은 또 어떻게 세워야 하나?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자 틴틴이 하는 말.
"큰 처형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자."
아이 둘을 키운 큰 언니의 조언을 듣자는 것. 틴틴이 우리 언니를 이 만큼 신뢰하는구나 생각하게 한 대목.

주말, 밀레츠 팜 산책 중에 유모차에서 간식을 먹는 아이들.

틴틴 말대로 언제 언니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해야겠다.